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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 : 죽어야 사는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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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6-14 16:22 조회3,2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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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여성: 죽어야 사는 여자들
- 일본군 위안부와 미군 위안부를 중심으로


1. 들어가기

〈귀향(鬼鄕, Spirit’s Homecoming)〉은 일제 강점기하 강제로 위안부로 끌려갔다가 낯선 나라에서 죽어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넋을 기리며, 그 넋이라도 고향으로 불러온다는 제목의 영화이다.

위안부 할머니가 자신의 경험을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이라는 그림을 본 후 영화로 만들려고 했던 제작자는, 한참 동안 투자자를 찾지 못하다가 결국 국민의 성금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필자 역시 성금을 냈기 때문에 일찍이 영화 초대권을 받았지만, 선뜻 영화를 보러 갈 수 없었다. 우리 누이들이 겪었을 그 슬픈 이야기를 홀로 볼 자신이 없어서 지인들과 함께 본 후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시위가 올해로 25주년을 맞아 세계 최장기간 집회의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핫이슈이다. ‘위안부’인가 ‘성노예’인가, 그 용어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되었고, 한일 정부 간 비밀 합의 후 정부가 할머니들에게 1억 원 지원금으로 마무리하려다 국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기도 했다.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도 문제이지만, 무능한 한국 정부가 언제 소녀상을 철거할지 몰라 대학생들이 소녀상 옆에 천막을 치고 밤을 새우며 지키고 있다.

 해외는 어떠한가? 미국 등에 건립된 소녀상을 철거해달라고 일본 정부가 소송까지 제기하고 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일본의 전쟁범죄 인정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세계 여성들의 연대활동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부산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극도의 불만을 표하며, ‘소녀상’이라는 명칭 대신 ‘위안부상’이라고 부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까지도 위안부 문제는 전 지구적 이슈가 되고 있다.

지구 곳곳에서 종교나 인종, 영토 등 어떤 이유로 전쟁이 발발하면 여성의 피해는 심각하다. 그리하여 1949년 제네바협정에서 전시하 여성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2003년 문을 연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성범죄가 대량학살(genocide)과 함께 명백한 전쟁범죄임을 명시했다. 그럼에도, 전 지구적으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점령국이건 피점령국이건, 전선에서 가깝건 멀리 떨어졌건, 여성들의 성적 피해는 지속되고 있다.

예를 들면 구유고슬라비아 내전에서 세르비아계 병사들이 점령지 여성을 집단 성폭행하면서 인종청소를 외쳤는가 하면, 콩고민주공화국은 종교 분쟁으로 인해 매시간 48명이 성폭행당하기도 한다. 전쟁을 피해 들어간 난민 수용소에서마저 성폭행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전시하 여성들의 성착취로 인한 고통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구화 시대에 들어서면서 인류는 국경을 넘어서 인권, 평등, 정의 등을 보편 가치로 공유하고 있지만, 왜 이처럼 오랜 기간 광범위한 지역에서 여성들이 성범죄에 노출되는가?

이 글에서는 전시하 성범죄, 특히 전시하 여성들은 어떤 방식으로 성착취를 당하는가를 살펴볼 것인데, 이를 위하여 일본군 성노예와 미군 기지촌 여성을 대상으로 할 것이다.

이 두 유형은 공간적, 정치적, 인종적 차이 등이 있지만, 전시에 외국 군대가 한국 정부의 묵인 혹은 협조하에 한국 여성을 대상으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성범죄가 자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한국 남성들은 외국 군대에 의해 자행된 이 범죄를 은폐하려고 했고, 한국의 피해 여성들은 자신이 당했던 엄청난 피해 사실을 오랜 세월 덮어두었으며, 가해자인 외국 남성들은 일말의 죄의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유사점도 있다.

이 글은 전시하 성범죄, 특히 일본군 위안부와 미군 기지촌 여성을 중심으로 실태를 분석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피해 여성들이 재현되는 방식과 국가와의 갈등 해결 과정을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 이 여성들이 등장하게 된 역사적 배경과 한국 정부의 역할을 살펴보고, 전시하 성범죄를 군사주의, 가부장제, 민족주의라는 세 가지 이데올로기를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이 피해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자로 목소리를 내면서 여성 주체로 등장하는지 알아볼 것이다.


옥복연(불교평론 2017년 06월 70호, "특집 | 여성과 폭력 그리고 불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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