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젠더갈등과 해소 방안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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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1-01-29 16:38 조회2,669회 댓글0건본문
한국사회의 젠더갈등과 해소 방안 모색
<불교평론 특집 | 한국사회의 갈등, 그 극복을 위한 청문(聽聞)>
1. 들어가기
지난 5월은 ‘강남역 살인사건’ 발생 4주기로, 이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을 증폭시키면서 ‘여성혐오’가 공식담론으로 등장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경찰은 가해자가 불특정인을 대상으로 충동적으로 저지른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지만, 다수 여성들은 ‘여성에게 무시를 당해 범행했다’는 가해자의 진술과 여자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저지른 범행은 범죄의 대상이 불특정인이 아니라 ‘여성 중 불특정인’이었다며 ‘여성혐오 범죄’로 규정하였다.
‘강남역 살인사건’을 굳이 몰젠더화(gender-blinded)하는 것 자체가 여성차별이라며 여성들은 분노했는데, 젠더갈등이 공개적으로 폭발한 것은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피해자 추모 운동이 시작된 이후였다. 전국적으로 추모 열기가 퍼져나가며 여성혐오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부 남성들은 잠재적인 범죄자 취급을 당하는 것이 억울하다며 추모 현장에서 논쟁이 벌어졌고 이는 물리적인 충돌로 이어지며 경찰이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이 사건은 인터넷에서 메갈리아(여성혐오의 글과 말을 그대로 남성에게 적용하는 ‘미러링’을 주로 사용함)와 일베(일간베스트)가 격렬하게 부딪히며 격렬한 전선을 형성하게 되었고, 젠더갈등은 여혐(여성혐오)과 남혐(남성혐오) 관련 각종 신조어가 양산되면서 배틀(battle)이 이어졌다. 여성혐오는 여성멸시와 여성비하를 넘어서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일상화되어 현실에서 나타난다.
그러므로 여성혐오는 구조적, 제도적으로 널리 용인되어 그 사회의 규범으로 자리 잡은 폭력이며,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억압을 합법적으로 재생산하는 기제이자 현실 운용원리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는 부정적이고 열등한 여성관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수록 젠더갈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개인 간의 섹슈얼리티 영역에서부터 노동시장의 성차별적 관행 및 법 · 제도나 정책 수립 과정 등 남성과 여성의 이해가 대립하는 사회의 제반 영역에 이르기까지 어김없이 젠더갈등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젠더갈등이 가시화된 것은 1990년대 문민정권의 등장과 함께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에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등장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여성의 정치 세력화와 세계 여성운동의 발전으로 각국에 성평등 정책을 요구하면서 젠더갈등은 섹슈얼리티와 같은 사적인 영역에서부터 여성 할당제나 동일임금과 같은 공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등장했다. 이는 2010년대 이후 언론에서도 주요 이슈로 등장하기에 이르렀고, ‘강남역 살인사건’을 거쳐서 ‘미투운동’ 이후 특히 젊은 세대들에서 치열하게 확산하고 있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 사회의 심각한 갈등으로 빈부갈등(35.4%), 이념갈등(22.4%) 다음으로 성 갈등(20.4%)이라고 응답했는데, 20대 절반 이상은 성 갈등이 가장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20대에서 성별 차이도 심각한데, 20대 여성 62.0%는 성 갈등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답했고, 특히 20대 남성, 미혼, 대도시 거주, 학력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성 갈등이 심하다고 응답하여 청년세대의 젠더갈등은 매우 우려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회적 갈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부차적이거나 중요치 않은 문제로 다뤄지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4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의 젠더갈등은 어떻게 변했을까? 집권 여당은 4주기를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이 사건은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임을 규정하며 성차별 근절을 위한 법 · 제도의 정비를 약속했다. 하지만 젠더 폭력은 강남역 사건 이후 몰카범 강력 처벌 요구 혜화역 시위, 미투운동, 스토킹 범죄, 텔레그램 n번방 사건 등 더욱 흉악한 범죄가 되어 여성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글은 두 가지 전제에서 출발하고자 한다. 첫째, 젠더갈등이 특히 젊은 세대에서 더욱 심화되고 있기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사회적 갈등으로 규정한다. 둘째, 가부장적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 젠더갈등적인 요소를 보완하려는 소극적인 방식으로는 섹슈얼리티, 노동, 출산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심화되는 젠더갈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성 역할과 젠더 관계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글은 우리 사회 젠더갈등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 이를 위해서 최근 젠더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등장하고 있는 ‘이 남자’ 현상, 성 착취물, 낙태죄 등의 특징과 쟁점들을 분석하고, 불교 초기경전에 나타난 붓다의 젠더갈등과 대응 전략도 살펴보면서 젠더갈등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
옥복연(불교평론 [83호] 2020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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