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섹슈얼리티 : 여성의 특수한 고통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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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3-03-29 17:17 조회755회 댓글0건본문
<초기 경전에 나타난 여자의 탄생>
1) 여자의 탄생
2) 여성들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1) 결혼할 딸들을 위한 가르침
(2)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가르침
(3) 여성의 특수한 고통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그렇다면 당시 여성에게 고통을 준 현실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법구경(法句經)』 주석서에 전해오는 이야기 속에서 붓다 생존 당시 여성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법구경1』, 2001: 497~498) 이 이야기는 어느 재일(齋日), 비사카가 500여 명의 여자 신도와 함께 사원으로 향하며 이들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비사가는 여성 불자들은 왜 이처럼 절에 와서 재를 지내고 계를 열심히 지키려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노부인들은 “천상에 태어나고 싶어서”라고 말했고, 중년 여인들은 “남편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라고 대답했으며, 젊은 여성들은 “빨리 임신하고 싶어서”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결혼하지 않은 젊은 여성들은 “혼기를 놓치기 전에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어서”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대답을 통해 여성에게는 생애주기에 걸친 특수한 고통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젊은 여자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싶어서, 결혼한 여성은 임신하고 싶어서, 나이 든 중년 여성은 남편의 지배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리고 나이 든 여상은 천상에서 태어나고 싶어서 재일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여성의 고통은 남성에게 종속된 여성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여성의 고통은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서 겪는 고통이라기보다 남성 중심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 떄문에 겪는 고통입니다. 다시 말해 여성의 특수한 고통은 늙고 병들고 죽는 신체적 이유가 아닌, 가부장제라는 사회제도하에서 겪는 고통인 것입니다.
일부 경전은 여성의 성품이 잡스럽고 악독해서 제석천이 될 수 없고, 음란하고 방자해서 범천이 될 수 없으며, 경박하고 불순해서 마왕이 될 수 없고, 거짓말을 잘해서 성스러운 제왕이 될 수 없으며, 색욕이 강해서 성불할 수 없다는 ‘여인오장설’을 주장합니다.(마성, 2007: 7~34) 그러나 붓다의 가르침에 따르면 여성과 남성에 관계없이 상대를 향한 강한 열정에 묶여 있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은 동일합니다. 『앙굿따라니까야』의 ‘남자의 묶임에 대한 경’과 ‘여자의 묶임에 대한 경’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앙굿따라니까야8·9』, 2008: 107~108)
여덟 가지 형태를 통해서 여자는 남자를 묶는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여자는 외모로 남자를 묶는다.
웃음으로, 언설로, 노래로, 울음으로, 자태로, 꽃과 가일로, 감촉으로 남자를 묶는다.
여덟 가지 형태를 통해서 남자는 여자를 묶는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남자는 외모로 여자를 묶는다.
웃음으로, 언설로, 노래로, 울음으로, 자태로, 꽃과 가일로, 감촉으로 여자를 묶는다.
이처럼 남녀는 서로에게 유혹자입니다. 세속은 어ᄄᅠᇂ게 해서든 남녀에게 묶이고 집착하며 괴로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곳입니다. 인간의 몸을 지녔기 때문에 생로병사는 물론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 등의 고통을 겪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을 고해(苦海)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붓다는 인간이 겪는 괴로움의 원인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고 이 괴로움을 벗어날 방법〔팔정도(八正道)〕이 있으므로 수행을 통해 결국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붓다는 현실의 괴로움을 회피하거나 참는 것이 아닌, 다시 이러한 고통을 경험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더 관심을 둡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실존적인 고(苦)를 극복하기 위한 수행은 남녀 모두 동일하므로 불교에서 남녀의 차이는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출처: <불교와 섹슈얼리티>, 한울출판사, "제2장 초기 경전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중에서(옥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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