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경"으로 전해오는 <옥야경(『증일아함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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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5-04 18:49 조회705회 댓글0건본문
『증일아함경』에 기록된 ‘옥야경’
동일한 이야기가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가면 어떻게 변할까?「일곱 가지 아내의 경」은 중국으로 건너가서 「옥야경」, 혹은「옥야녀경」등의 이름으로 번역된다. 『증일아함경』제 49권 51 「비상품」 제 9경에는 『앙굿다라니까』에서 등장한 쑤자타(Sujātā)가 ‘선생’이라는 이름의 여인으로 번역되어 주인공으로 나온다.
그 어느 날 붓다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 붓다를 따르는 아나빈기 장자는 선생(善生)이라는 이름의 며느리를 보게 되었다. 그녀는 파사닉왕(波斯匿王)왕 대신의 딸로서 집안도 좋을 뿐만 아니라 외모가 빼어나게 예뻤다. 하지만 친정의 배경만 믿고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도 않았고, 불· 법· 승 삼보를 공경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아나빈기 장자는 붓다께 고민을 털어놓았고, 붓다는 선생이라는 여인을 불러 아내의 유형으로 어머니, 친척, 도적, 노비와 같은 부인의 유형을 설명한다. 즉,
“어머니와 같은 부인이란, 수시로 남편을 보살펴 모자람이 없게 하여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나니, 그 때 모든 하늘들은 곧 그를 보호해주고, 인비인(人非人)들은 그 틈을 엿보지 못하며, 죽으면 곧 천상에 태어난다.
친척과 같은 부인이란, 남편을 보고 나서는 마음에 변동이 없이 고락을 같이하는 사람이다.
도적과 같은 부인이란, 남편을 보면 곧 성을 내고 미워하며, 또한 받들어 섬기거나 공경하거나 예배하지도 않고, 남편을 보면 곧 해치려고 한다. 마음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남편은 아내와 친하지 않고 아내는 남편과 친하지 않으며, 남의 사랑과 공경을 받지 못하고 모든 하늘이 옹호하지도 않으며, 나쁜 귀신이 침해한다. 그리고 죽으면 지옥에 떨어진다.
종[婢]과 같은 부인이란, 현명하고 어진 부인은 그 남편을 보고는 수시로 보살피고 말을 참아 끝내 되돌려 갚지 않으며, 추운 고통을 참아내고 항상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며, 거룩한 3존에 대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나니, 이것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져 없어진다.’ 그러므로 모든 하늘들이 옹호하고 인비인들도 모두 사랑하고 생각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
그리고 붓다는 장자의 며느리에게 “지금 너는 어떤 아내에 해당하느냐?”고 되묻는다. 그러자 그 여인은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저는 이제부터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미래를 닦아 항상 예법을 행하여 종과 같이 되겠나이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남편에게 가서 그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서 종과 같은 아내가 될 것을 다짐한다.
이러한 그녀를 위해 붓다는 보시, 지계, 그리고 천상에 태어날 수 있는 가르침을 설하시고,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생각이요, 음행은 크게 더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불교의 가장 성스러운 네 가지 진리(사성제), 즉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가르치셨다. 그러자 그 여인은 바로 그 자리에서 불교에 귀의하게 된다.
이 경전에서는 옥야는 대신의 딸로서 시집을 왔지만 시부모와 남편을 공경하지 않고, 부처님· 법· 비구승을 섬기지 않았다는 것이『앙굿따라니까야』의 수자따와 유사하다. 그런데 붓다가 제시하는 아내는 네 가지 유형으로, 남편을 잘 돌보고 공경하는 어머니와 같은 부인, 남편과 고락을 같이 하는 친척과 같은 부인, 남편만 보면 해치려 하는 도적과 같은 부인, 그리고 현명하고 어진 노비와 같은 부인으로 나눈다. 그리고 어머니와 같은 아내와 종과 같은 아내는 천상에서 태어나지만, 도적과 같은 아내는 나쁜 귀신이 침해하고 죽으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다.
초기경전에서 붓다는 대화나 게송, 혹은 설법으로 가르침을 설했으며, 잘못을 반복하는 수행자는 호되게 꾸짖지만 재가여성에게는 나쁜 귀신이 침해한다거나 죽으면 지옥에 떨어진다는 식으로 가르친 경우는 거의 없다.
이 경에서 제시된 네 유형의 아내 가운데 가장 바람직한 것은 현명하고 어진 부인으로 남편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은 거룩한 3존에 대한 마음과 같은 ‘종[婢]과 같은 아내’이다. 이 아내는 “이것이 존재하므로 내가 존재하나니, 이것이 사라지면 나도 사라져 없어진다.”는 불교의 핵심 사상인 공사상과 연기사상을 체득할 수 있어, 모든 하늘들이 옹호하고 사후에는 천상과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난다고 한다. 또한 여인이 붓다는 물론 남편의 발아래에도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렸다고 서술하고 있는데, 이는 남편에게 철저하게 순종할 것을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붓다는 ‘음행은 크게 더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옥야에게 왜 음행하지 말 것을 강조하는 지 그 맥락은 알 수 없다. 이처럼 『앙굿따라니까야』의 ‘일곱 가지 아내’는『증일아함경』에서는 ‘네 가지 아내’로 축소되었고, 남편에 대한 순종이 더욱 강조되었으며, 음행을 하지 말라는 붓다의 가르침이 첨가되었다.
출처: 옥복연외, 불교와 섹슈얼리티, 한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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