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섹슈얼리티 : 초기경전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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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3-03-02 17:05 조회833회 댓글0건본문
<초기경전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1. 들어가기
인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왜 인간의 성은 나뉘었을까요. 왜 생명은 성적 결합으로만 태어나는 걸까요.
기독교의 성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분명한 답을 제시합니다. 성서 창세기 2장을 보면 여호와 하나님이 세상을 창조한 후, 아담을 돕는 배필이 없으므로 아담을 깊이 잠들게 한 후 아담의 갈빗대 하나를 취해 살로 대신 채우고 여자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여자를 아담에게로 이끌어 오자, 아담이 말하기를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이것은 남자에게서 취했기 때문에 여자라 부르리라”고 하며 하나님이 그 코에 숨을 불어넣으니 드디어 사람 여자가 태어났다고 합니다.
하나님은 흙으로 남성의 몸을 만들고 생명력을 부여했으며, 남성의 갈빗대로 여성의 몸을 만들어서 생명력을 부여했습니다. 유명한 화가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에서도 하나님이 아담의 옆구리에서 이브를 꺼내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 그림을 보면 벌거벗은 아담은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에 남자인 것을 알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볼록한 가슴은 드러나 있지만 성기는 손이나 나뭇잎으로 가려져 있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어쨌든 이브가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아담을 타락시켜 둘은 낙원에서 추방당했고,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삶이 펼쳐집니다. 여성은 출산과 양육, 남성은 생계를 위한 노동이라는 성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었고, 이로 인한 남녀 성별 역학 구도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종속되는 관계가 성립되었습니다.
성서는 하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가르침을 믿고 따르는 자를 신자라고 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불교에서 경전은 괴로움을 여의고 행복을 실현하려는 붓다의 가르침을 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전에서는 남성과 여성이 어떻게 탄생했다고 가르치고 있을까요? 불교에서 ‘가르침(Dhamma)’을 중국에서는 ‘법(法)’으로 옮겼는데, 이는 붓다라는 존재가 아직 붓다가 되지 못한 인간에게 붓다가 되도록 들려주는 붓다의 말씀을 의미합니다. 『쌍윳따니까야 Ⅰ』 ‘환희의 품’에서 가르침의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쌍윳따니까야 Ⅰ』, 2007: 128)
현세의 삶에서 유익한 가르침이며,
시간을 초월하는 가르침이며,
와서 보라고 할 만한 가르침이며,
최상의 목표를 이끄는 가르침이며,
슬기로운 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
즉,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 살아가는 현실에서 유익해야 하고, 시간이 지나도 진리로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하며, 누구에게든 와서 보라고 할 정도로 가치가 있어야 하고, 누구에게든 권할 만한 것이어야 하며, 최상의 목표인 깨달음으로 나아가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불교에서 말하는 가르침은 형이상학적이거나 내세 지향적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고 실용적이며 분명한 것입니다. 이러한 가르침을 베푼 붓다를 믿고 따르는 사람을 우리는 불교 신자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불교는 여자가 어떻게 태어났다고 말할까요. 또 남녀의 성별 역학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을까요.
2600여 년 전 등장한 불교는 오랜 세월 각국에 전래되는 과정 속에서 특정 시대나 사회에 따라 붓다의 기본 교리는 동일해도 그 교리에 대한 해석에 조금씩 차이가 생기면서 초기불교에서부터 부파불교, 상좌불교, 대승불교 등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초기불교(원시 불교)는 인간 싯다르타 고타마가 깨달음을 얻고 45년 동안 설한 가르침과, 그의 사후 100여 년이 지나 불제자들이 모여서 정리한 가르침을 기본으로 성립된 불교입니다. 니까야는 이 초기불교 경전 모음으로 붓다와 그 직계 제자들의 가르침이 빠알리어로 기억되어 있습니다. 빠알리어는 붓다가 직접 사용한 언어라 할 수 있습니다. 니까야는 『디가니까야』,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쌍윳다니까야』, 『쿳다까니까야』의 5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불교의 시점이자 표준이며 잣대로 볼 수 있습니다. (각묵 『초기불교 이해』, 2010: 24)
이 글을 통해 우리는 여성이 어떻게 태어나며 생애주기별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을 초기 경전인 니까야를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또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로 인해 붓다의 가르침이 어떻게 왜곡되었는지를 초기불교 경전인 『앙굿따라니까야』와 중국불교의 『증일아함경』, 한국불교의 『옥야경』을 통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또한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초기불교 경전이 중국 불교와 한국 불교로 전파되면서 어떻게 왜곡되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출처> <불교와 섹슈얼리티>, 한울출판사, "제2장 초기 경전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중에서(옥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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