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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바이 예찬 2024년 91호] 『신유물론×페미니즘: 몸, 물질, 생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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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5-01-07 17:05 조회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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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물론×페미니즘: 몸, 물질, 생명』을 읽고

 

불교와 여성 | 옥복연_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5차 108인

 

 

이 책은 ‘물질’에 대해 새롭게 사유하는 21세기 새로운 철학이론인 신유물론(New- Materialism)이 여성 억압을 극복하고자 하는 페미니즘과 어떻게 만나는가를 몸, 물질,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하고 있다. 

신유물론 의 학문적 진화나 페미니즘에 과학기술의 적용, 몸과 재생산, 그리고 착취적인 자본주의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짧은 지면상 신유물론적 페미니즘 이론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신유물론은 페미니즘적 사유의 확장 

 

신(new)유물론은 ‘열등하고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던 물질을 새롭게 해석한다. 구(old)유물론이 인간을 제외한 모 든 것을 ‘물질’로 보았고, 물질은 외부의 영향이 있어야 작동하는 죽어있는 것으로 간주했다. 

하지만 신유물론은 모든 물질이 자신의 역량을 능동적으로 발휘함으로써 물질 그 자체가 능동성과 창조성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신유물론은 인간이 물질을 정복하거나 대상화하려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부정하는데, 이는 정신-남성-우등 vs 물질-여성-열등이라는 이분화된 가치체계를 전복시키는 페미니즘과 연결된다. 

페미니즘은 여성뿐만 아니라 그 동안 억압받거나 배제되어 왔던 자연이나 물질, 타자의 목소리 등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페미니즘은 신유물론이 발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인간과 비인간은 타자와 관계하며 변화 능력을 가진 주체 

 

신유물론에서 물질(몸)은 스스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생성하는 행위자성을 가진 ‘자기-조직적’ 특성을 가지는데, 이는 페미니즘과 ‘몸의 재형상화’로 만난다. 

페미니즘은 여성 억압의 원인을 ‘열등한 여성의 몸’으로 사회적으로 구성되었기 때문으로 보았는데, 신유물론은 물질(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은 고전적 페미니즘을 비판한다. 

브뤼노 라투르는 신유물론의 선구자로, 그는 여/남,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해체한다. 

인간과 비인간의 삶은 모두 가 수평적으로 계속 뻗어가는 리좀Rhyzome으로 설명하며, 모든 존재는 다양한 타자들과 만나 자신을 변신시키 기도 하고,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행위자로 존재한다는 ‘행위자 연결망이론(Actor-network theory)’을 강조한다. 

이때 행위자는 상호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로지 브라이도티는 물질이나 개인의 고유성에 기초한 차이를 강조하며, 그 물질이 “-되기”를 위한 끊임없는 변신의 과정을 중시한다. 

즉, 다양한 타자들과 만나 자신을 변신시키거나 타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여성-되기’, ‘동물-되기’, ‘타자-되기’ 등 경계를 넘나들며 변화 가능성을 가진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여성-되기’는 여성이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능력을 가진 긍정적인 주체가 되기 위해 끊임없는 변신하는 과정으로 본다

 

인공두뇌를 가진 생명체인 ‘사이보그선언’과 인간-동물 공생자인 ‘반려종선언’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최초로 사이보그를 긍정한 도나 해러웨이는 성차별 없는 이상적 사회에 대한 희망을 사이보그와 결합시키는데, 예를 들면 자궁을 대체하는 인큐베이터는 여성을 출산의 고통에서 해방시킬 것이며, 건강한 사이버섹스는 성매매나 전통적 성 역할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한 쪽이 보호받는 존재가 아니라 빵을 나눠 먹는 소중한 타자인 ‘반려종 선언’으로 우리와 함께 하는 많은 미생물과 같은 반려 존재들과 관계를 맺으며 공생 sympoiests한다고 본다. 

인간의 몸은 수많은 박테리아와 균들이 살고 있는 ‘이종적 집합체’로, 수많은 존재가 내 몸속에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새로운 조직이나 기관 등을 만들기에 이들과 함께하지 않으면 어떤 변화나 생성도 없다. 그러므로 모든 존재들은 ‘실뜨기’와 같은 관계망으로 존재하는데, 예를 들면 싹은 자라서 줄기와 잎, 열매를 맺고 다시 퇴비가 되는 순환과정을 겪는다. 

해러웨이는 인류세가 인간중심이라면, 함께 죽고 사는 연대의 공간인 툴루세에서 반려 종인 나는 내 몸을 구성하는 무수한 존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유물론 × 페미니즘적 사유는 불교페미니즘과 상통한다 

 

붓다의 가르침으로 여성 억압을 극복하고자 하는 불교페미니즘은 신유물론적 페미니스트들과 많은 부분에서 용어만 다를 뿐 인식을 공유하기에, 불자라면 쉽게 이를 공감할 수 있다.

탈이분법적 인식론, 인간중심에서 벗어난 온 존재의 고귀함, 비폭력과 자비, 연기(緣起)와 상호의존적 존재론도 유사하다. 

또한 물질성과 몸의 재해석을 통해 여 성의 몸(물질)이 수행과 깨달음이 일어나는 장소로 여성의 주체성을 재구성하는 등, 불교페미니즘을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이처럼 신유물론적 페미니즘은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연결된 지구 존재들에 대한 사유를 확장시켰지만, 사회적 권력 구조나 불평등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 쉽지 않고, 인간의 책임성이 모호하며, 현실에서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어려움은 있다. 

신유물론 × 페미니즘은 여전히 진행 중인, 그러나 여성불자들에게는 특히 매력적인 이론이다.

 

 

출처 : 불교여성개발원 우바이 예찬 http://www.bwdi.or.kr/bbs/board.php?bo_table=04_1&wr_id=61 p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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