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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섹슈얼리티 : 결혼할 딸들을 위한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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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3-03-08 12:38 조회7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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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경전에 나타난 여자의 탄생> 


1) 여자의 탄생

2) 여성들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

 

(1) 결혼할 딸들을 위한 가르침

 

붓다 생존 당시 비구니 승가는 비구 승가로부터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석가족(釋迦族) 여성들이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비구니 교단에는 붓다의 어머니, 부인, 제수씨 등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도 많았기 때문에 붓다를 스승으로 보기보다 사적 관계로 바라볼 것을 염려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경전을 보면 재가여성이 붓다로부터 직접 가르침을 받는 경우가 종종 나옵니다. 이때의 붓다는 왕족부터 하녀까지 신분 고하에 관계 없이 항상 정중하며 자상한 방식으로 가르치고 대화를 통해 잘못된 점을 스스로 깨닫게 했으며, 깨달음에 대한 의심이나 의혹이 있다면 질문하도록 권했습니다. 재가여성은 붓다에게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으며, 붓다가 공양에 초대받을 때면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위한 법문(法問)을 하거나 게송(偈頌)을 읊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뛰어난 출가 제자들 앞에서 재가여성 제자들에 대해 “나의 뛰어난 우바이 제자”라는 칭송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1·2』, 2007: 208


재가여성을 향한 그의 가르침 속에는 현실적이고 감동적인 내용들도 많았습니다. 뛰어난 재가여성인 비사카가 데려간 500여 명의 재가여성들은 붓다의 가르침을 듣고 그 자리에서 깨달음의 첫 번째 단계인 수다원과(須陀洹果)에 emefrl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결혼을 앞둔 여성에게는 어떤 가르침을 주었을까요. 『앙굿따라니까야』의 ‘쑤마나의 품’에 나오는 ‘욱가하의 경’에는 시집보낼 딸을 가진 욱가하가 어느 날 붓다를 공양에 초대했고, 공양을 마친 붓다에게 그의 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가르침을 달라고 청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붓다가 그 딸들에게 설한 가르침은 다음과 같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5』, 2007: 92~95


딸들이여,

그대들은 ‘어떤 남편이든지, 남편의 부모들은 우리의 이익과 행복을 바라고 측은해하고 가엾게 여기는데, 우리는 아침에 일찍 이러나고 저녁에 늦게 취침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돕고, 마음에 드는 아내가 되고, 사랑스러운 말을 건네는 사람이 되겠다’라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딸들이여,

그대들은 ‘우리는 부모나 수행자나 성직자와 같은, 남편이 존중하는 사람을 섬기고 존중 공경하고 그들이 방문하면 자리와 물을 제공하겠다’라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또한 딸들이여,

그대들은 ‘남편을 위해 양털이나 면화와 같은 집안일을 행할 때, 숙련되고 부지런하고 거기에 올바른 수단을 고안해 갖추고, 훌륭하게 작업하고 훌륭하게 관리하겠다’라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또한 딸들이여,

그대들은 ‘남편의 집안사람들, 하인이나 일꾼이 있다면, 그들이 행한 일은 그들이 행한 줄 알고, 행하지 않은 것은 행하지 않은 줄 알며, 그들이 병이 나거나 기력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고, 여러 음식을 적당하게 나눠 주겠다’라고 배워야 한다.

그리고 또한 딸들이여,

그대들은 ‘남편이 재물, 즉 곡식이나 금은을 벌어오면 그것을 잘 지키고 속이지 않고 훔치지 않고 열광하거나 망실하지 않겠다’라고 배워야 한다.

딸들이여, 이와 같은 다섯 가지를 갖추면 여인이 몸이 파괴되어 죽은 뒤 마음에 드는 몸을 지닌 신들(화락천)의 무리에 태어난다.


지금으로부터 2600여 년 전, 인도 사회에서 여성은 열등하고 부족한 존재였습니다. 반드시 아버지, 남편, 아들 등 집안 남성에게 의존해 살아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붓다는 여성들을 사리분별하지 못하고 어리석은 존재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첫 번째 의무인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저녁에 늦게 취침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돕고……”는 남편과 시부모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고 의존하는 삶이 아니라 남편과 시부모를 돕는 조력자가 되라고 가르칩니다.


두 번째 의무인 “남편이 존중하는 사람을 섬기고 존중 공경하고……”는 부모·형제는 물론 수행자나 성직자도 존중해야 함을 가르치며, 성직자나 수행자에게 물과 자리 등을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여성이 종교 활동에서 소외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지원하는 협력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의무인 “집안일을 행할 때, 숙련되고 부지런하고 거기에 올바른 수단을 고안해……”에서는 여성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숙련되어야 하며, 올바른 수단을 고안하고 적용하는 전문가가 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했다면 순종을 요구했겠지만, 남편이나 시부모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아닌 집안일에 필요한 올바른 수단을 만들고 작업,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여성이 창조적인 가정관리자가 되어야 함을 가르친 것입니다.


네 번째 의무인 “하인이나 일꾼이 있다면, 그들이 행한 일은 그들이 행한 줄 알고……”는 하인, 일꾼 등 아랫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그들의 공과를 분명히 알 정도의 현명함을 갖추어야 함을 보여줍니다. 또한 하인들의 건강을 챙기고 나누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위계나 권위가 아닌 자애심과 존중의 마음으로 아랫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이처럼 여성이 이성적이고 현명한 지도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의무인 “남편이 재물, 즉 곡식이나 금은을 벌어오면 그것을 잘 지키고………”를 통해 여성의 경제관념이 철저해야 함을 가르칩니다. 남편이 많이 벌어도 열광하지 않는 것은 적게 벌어오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하며, 남편이 벌어온 재물을 잘 지킨다는 것은 남편보다 아내가 재물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집안 경제는 남편보다 아내가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즉, 붓다는 여성이 가정경제의 운영자가 되어야 함을 가르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전에는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집에서 뛰쳐나와 개혁을 해야 한다거나 잘못된 현실을 거부하라는 등의 가르침은 없습니다. 남성의 경우도 유사합니다. 경전에 나오는 범부중생(凡夫衆生)에 관한 안타까운 이야기들을 보면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남자와 출산·육아·가사노동의 고통을 겪는 여자의 고단한 삶을 다루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성별을 떠나 실존적인 현실이며 고통이라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입니다.



.출처: <불교와 섹슈얼리티>, 한울출판사,  "제2장 초기 경전을 통해 본 '여자의 일생' "중에서(옥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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