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야경>을 통해 본 경전의 전승 과정에서의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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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5-04 19:00 조회693회 댓글0건본문
<옥야경을 통해 본 경전의 전승과정에서의 왜곡>
경전은 붓다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데, 전해오는 가르침 가운데는 한편으로는 남녀평등의 가르침을 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을 차별하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여성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며 여성교단을 설립했지만, 동일한 경전에서는 교단에 여성수행자를 받아들여서 불법의 지속 기간이 500년 감소할 것이라는 가르침도 있다.
왜 그럴까?
여성불자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엇이 붓다의 진심인지, 붓다의 가르침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붓다께서 열반에 드신 지 2,600여 년이 지났고, 그의 가르침을 직접 들은 제자들 또한 계시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
붓다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경전을 직접 읽어야 하고, 경전에 비추어 관찰하고 사색하고 해석해야 한다. 왜냐면 오늘날까지 전승되어 오는 경전은 오래 세월동안 불교가 전파된 나라의 사회문화적 배경에 따라 첨가되거나 삭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과 관련된 경전의 내용이 특정 시대와 문화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변하는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위해, 여성의 규범이나 가치관에 관한 내용을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는『옥야경』을 살펴보았다. 왜냐면 『옥야경』은 여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대표적 경전으로 불교의 여성관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인『앙굿따라니까야』7권「일곱 가지 아내의 경」에는 쑤자타라는 여성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인도불교가 중국으로 전파되면서 이『앙굿따라니까야』는 『증일아함경』으로 번역되었는데, 이 『증일아함경』 제 49권 제 51「비상품」(非常品)에 는 ‘선생’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등장한다. 또한 오늘날 한국불교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옥야경」에는 옥야라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일곱 가지 아내의 경」의 쑤자타, 「비상품」의 선생 여인, 그리고 「옥야경」의 옥야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예의없는 며느리’라는 여주인공의 신분, 시아버지가 붓다께 이 며느리의 버릇을 고쳐달라고 부탁하는 배경, 그리고 붓다의 가르침을 통해 여인이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내용이 유사하므로, 동일한 가르침이 초기불교와 중국불교, 그리고 한국불교에서 보여 진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세 버전의 경전을 비교해서 여성관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가를 비교분석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서 여성과 관련한 내용이 경전에 기록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그 내용이 붓다의 가르침에 합당한 지 의심하고 비판하고, 붓다의 올바른 의도를 찾아서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해야 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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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여성신자와 관련된 경전이 시대와 나라에 따라 초기불교에서 중국불교, 그리고 한국불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왔는지 살펴보았다. 초기경전인『앙굿따라니까야』에 기록된 ‘일곱 가지 아내의 경’에서 붓다는 아내를 살인자, 도둑, 지배자, 어머니, 누이, 친구, 하인과 같은 일곱 가지 유형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들 유형 가운데 어떠한 아내가 될 것인가를 쑤자타에게 묻고, 그녀는 인내하고 순종하는 하인과 같은 아내가 되겠다고 답한다.
반면,『증일아함경』에 기록된 「옥야경」에서 붓다는 아내의 유형을 어머니, 친척, 도적, 노비와 같은 아내로 네 유형으로 나눈다. 착한 아내는 천상에서 태어나지만 도적과 같은 아내는 죽으면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 받는다고 가르치자, 옥야는 남편에게 절대 복종할 것을 약속한다. 이 경에서 선생부인은 붓다께 예경을 올리는 것은 물론, 남편에게도 붓다에게 한 것처럼 예경함으로써, 남편을 붓다처럼 존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음행은 크게 더러운 것이라며 여성의 부정적인 섹슈얼리티가 첨가되어 전해오고 있다.
한글로 전해오는「옥야경」에 이르면, 옥야는 붓다께서 신통력을 써야 할 정도로 교만하고 나쁜 여성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붓다께서 여인의 몸으로 태어나는 것은 열 가지 악한 일(10惡)이 있다며, 여성은 어리석어서 그런 존재인지조차 모른다고 가르친다. 옥야만이 나쁜 여자가 아니라, 여성 일반은 모두 열등하고 부정한 존재인 것이다. 특히 나쁜 아내는 생을 거듭해도 그 죄가 없어지지 않고 고통 속에서 윤회하는, 씻을 수 없는 죄인으로 묘사되어 공포심을 유발한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바이(여성신자) 십계명’을 통해 여자의 본성이 악한 말을 하고, 꾸며서 공교한 말을 하고, 질투하고, 눈 흘기고 성내지 않고, 인과응보를 믿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임을 암시한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경전이 초기불교에서부터 중국불교를 통해 한국불교에 이르기까지, 남편과 시부모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며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더욱 통제되는 가부장성이 점차 강화된다. 남편 존중하기를 세존을 존경하듯 하며, 오로지 순종하고 따르는 하인같은 아내만이 착한 아내로 인정받는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어리석고 열등하며 부정한 존재로 전락한다. 이처럼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붓다의 가르침은 시대와 국가에 따라, 혹은 경전이 번역되고 유통되고 전해지는 과정에서 부정적이고 열등한 여성관이 첨가되어 왜곡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출처: 옥복연외, 불교와 섹슈얼리티, 한울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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