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번째 포럼: 낙태아 천도재와 여성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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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5-02-16 17:14 조회3,912회 댓글0건본문
낙태아 천도재와 여성의 삶
1. 들어가며
현재 한국 사찰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는 낙태아를 위한 천도재는 주 고객층이 여성으로 이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등장하고 확산되었다는 점에서 일종의 여성 의례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실행되고 있는 낙태아 천도재가 과연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을 위한 치유의례로 기능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한다. 본 발표에서는 우선 한국에서 낙태아 천도재의 등장과정과 현황을 살펴보고, 그 다음 일본의 예를 들어 해당 의례에 대한 학자들의 평가를 정리하고, 이와 비교하여 본 연구자가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한국 여성들의 낙태아 천도재 동참 소감을 소개하고자 한다. 끝으로 낙태아 천도재가 진정 여성을 위한 치유의례로 정착되기 위해서 어떠한 변화 또는 전제조건들이 요구되는가에 대하여 논의의 장을 열고자 한다. 이는 한국 여성 불자들의 삶이 반영되지 않고, 이들의 다양한 욕구와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서는 새로운 여성 의례에 대한 논의가 공허한 학문적 담론에 그치기 때문이다.
II. 한국 낙태아 천도재의 역사와 현황
1. 한국 낙태아 천도재의 등장과 대중화
2. 한국 낙태아 천도재의 특징
III. 낙태아 천도재와 여성
1. 수자공양에 대한 학문적 논의
2. 한국의 낙태아 천도재와 여성
IV. 진정한 여성의례가 되기 위해서
여기서 한국의 낙태아 천도재는 진정 여성을 위한 의례인가라는 질문으로 다시 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본 연구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한국의 낙태아 천도재는 비교적 높은 연령의 낙태 경험이 있는 기혼여성들에게 그들이 낙태아에 대하여 갖고 있던 막연한 죄책감과 미안함을 해소하는데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자신의 과거의 삶을 성찰하고 보다 윤리적인 삶을 살려는 의지를 강화하는 계기를 부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찰에서 행해지는 낙태아 천도재를 여성친화적이라고 결론지을 수 없는 것은 이 의례가 여성 고유의 매우 사적인 부분인 ‘낙태’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성 성직자에 의해서 대부분 주재되고 있으며 이들이 불교의 기본교리에 내포되어 있는 여성비하적인 시각을 종종 노출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교 성직자들이 낙태를 ‘살인’이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발언을 여성들 스스로 내면화하고 있는 상황은 필요이상의 죄의식을 이들 여성에게 유발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구담사의 경우와 같이 낙태아를 구체화한 동자상의 존재는 해당 여성에게 ‘잃어버린’ 아이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불러일으켜 이 ‘아이’와의 감정적 고리를 형성하게 하고 더 나아가 이들을 ‘돌보면서’ 못 다한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케 함으로서 그동안 억압된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기능을 행사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
러나 동시에 동자상을 둘러싼 이러한 행위는 엄격한 의미의 ‘천도’ - 즉 사자(死者)를 이 세상과 분리시켜 저 세상으로 떠나보냄. - 와는 거리가 있으며, 이로서 여성들은 자신의 낙태경험을 극복하기보다 과거에 함몰되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가 일어날 수 있음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구담사와 용장사와 같이 낙태아 합동천도재가 봉행되는 경우 해당 사찰의 신도가 아닌 익명성을 보장받으려는 타 사찰의 불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서 의례공동체의 성격이 많이 약화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의례 종결 후 참석자들이 의례에 동참하였던 다른 여성들과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지 않은 채 다시 자신들의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경험의 공유로 이루어지는 치유효과는 크게 기대할 수 없어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낙태아 합동천도재는 여성친화적 그리고 여성억압적 요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고 잠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낙태아 천도재가 진정 여성을 위한 의례로 ‘진화’할 수 있을까? 다행이도 낙태아 천도재는 신생 의례로서 동일한 형식으로 사찰에서 진행되고 있지 않기에 상대적으로 유연한 구조로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여성) 의례주재자의 의지와 협조가 전제된다면 그 가능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구담사의 비구니 주지 스님이 보다 많은 여성친화적인 요소를 의례에 수용할 의사가 있으며 이를 위해 여성 불자와 학자들의 조언을 기대한다고 본 연구자에게 토로한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한 여성 불교성직자, 일반 신도, 학자들의 진지한 논의를 기대하면서 본 발표자는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현 낙태아 천도재가 가지고 있는 일련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간단히 제시하면서 본 발표를 마치도록 한다.
2014.07.18 우혜란(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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