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두번째 포럼: 동아시아 불교의 여성 선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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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5-02-16 17:31 조회3,910회 댓글0건본문
동아시아 불교의 여성 선사들
1. 선불교와 여성
선불교는 여성에게 해방의 길인가? 아니면 여성성을 버리고 가야하는 남성으로의 길인가?
초기불교가 아라한으로의 길이고, 대승불교는 보살의 도이듯이, 선불교는 ‘대장부(大丈夫)’ 의 길로 표현된다. 선사들의 법문 속에서 ‘대장부’는 “장부의 기개가 필요하다.” “대장부의 활개를 치라” 등으로 수행자에게 덕목으로 자주 주문되는데, 여기서 ‘대장부’는 물러서지 않는 용맹심, 생사를 초월하는 자세, 목숨을 걸고 도를 구하는 마음, 굳은 의지, 결단력 등을 상징한다.
즉, 여성에게 선불교는 지극히 남성적인 영웅인 ‘대장부’ 모델이 제시되어 왔던 것인데, 선불교의 이런 성격은 서구 여성학자들에 의해 다음과 같이 비판되었다.
“선불교 전통은 겉으로는 평등을 주장하면서도 그 표현에 있어서는 남성적 영웅주의의 표현양식을 사용하여, 여성 수행자들에게 부처의 가르침을 진정으로 실행하려면 남성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 내재적으로 보여 왔다.” (Miriam L. Levering, “Lin-chi(Rinzai) Ch'an and Gender”)
선불교의 남성영웅주의론은 남성중심적인 사회문화 규범과 인식의 수용이다. 이것은 종교적인 성평등론과 긴장관계를 형성한다. 미리암 레버링은 ‘대장부’라고 하는 젠더관련 은유를 선사들이 계속 사용하는 것은 “궁극적인 레벨에서의 ‘젠더차이 의미없음’이 현상적인 레벨에서 ‘차이의 중요성’에 대한 그들(남성선사들)의 신념을 흔들지 않았다.”고 강도높게 비판하였다. 즉 진리의 평등론이 현상 세계의 남성중심론을 뛰어 넘지 못한 한계적 표현이 ‘대장부’론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대장부 모델이 여성수행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이 주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이 참고 될 수 있다. “많은 여성들에게 ‘남자영웅 같은 여자’의 이미지는 사실상 비현실적인 것이며, 실현가능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Grace Schireson, Zen Women: Beyond Tea-Ladies, Iron Maidens, and Macho-Masters)
여성 선수행자들은 이와 같이 여성 모델 혹은 여성스승의 부재 속에서 비현실적인 남성영웅의 이상을 추구하며 구도의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선불교 역사 속에 여성스승의 모델은 없는 것일까? 선불교는 필연적으로 ‘남성중심의’, ‘남성적 성격의’ ‘남성들만의’ 전통이었던 것일까?
2. 역사 속의 동아시아 여성선사들
1) 보리달마의 제자 총지비구니
2) 혜능과 비구니
3) 선불교 여러 종파의 비구니선사들
4) 위앙종의 여성선사들 : 유철마, 묘신니, 남대낭자
5) 전등사(傳燈史) 속의 유일한 여성- 말산요연(末山了然)
6) 대혜종고(大慧宗杲) 문하의 비구니선사들
7) 일본 선불교와 여성 : 도겐선사와 무게뇨다이 비구니
3. 한국 선불교의 여성들과 현대적 과제
선불교는 강한 계보주의와 남성영웅주의 문화로 인해, 여성에게 가장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것으로 여겨졌으나-물론 여전히 차별적이고 억압적인 요소가 남아있다- 실제 동아시아 여러 불교 종파 중 여성의 성취를 가장 명백하고 광범위하게 수용하였으며, 여성차별적 규범과 제도를 파격적으로 깨뜨린 전례를 제일 많이 보여준 종파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선사상 본연의 내적인 힘에 의한 파격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외적으로는 개방적인 경쟁시스템과 다양성의 공존과 교류 등의 문화를 창출하였을 때 시도되었고 또 실현되었던 일로 분석된다. 즉, 선불교가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문화 속에 있을 때는 여성에 대한 수용이 극소화 되었다. 반대로 선가에 여성선사들이 광범위하게 등장하고 이들의 활동이 활발하게 드러났을 때는, 선불교가 열린 관계망을 형성했을 때였음을 볼 수 있다.
2014.11.21 조승미(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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