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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피해 여성을 무자비하게 앞세운 죄만으로도 설정원장스님은 물러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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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8-09 09:18 조회3,0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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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을 무자비하게 앞세운 죄만으로도

설정원장스님은 물러나셔야 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단은 독신 비구/니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성과의 성관계가 드러나면 바라이죄로 승단에서 쫓겨날 뿐만 아니라 영원히 비구 신분을 회복할 수 없는 멸빈의 처벌을 받습니다.

한 여성이 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이 어느 권력자의 딸이며 자신은 그 권력자의 여자라고 의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권력자는 그 딸에 대해 해명하기를, 처음에는 딱한 처지에 놓인 사람의 부탁으로 친형에게 출생신고를 했다고 하더니, 다음에는 자신의 사찰에서 입양한 아이들 중 한명이었다고 하더니, 또 다음에는 그 여성이 다른 남자와의 관계에서 낳은 딸이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이미 사망한 권력자 친형의 내연녀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권력자의 비리들이 방송에서 드러나자, 권력자의 추종자들이 그 여성에게 찾아와서는 그 권력자의 딸이 아님을 밝혀달라고 했습니다. 요청인지 강요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는 자신의 과거 임신· 출산 사실을 밝히며, 자신의 딸은 그 권력자의 친자가 아니라고 합니다. 그 권력자는 이 여성의 발언을 자신의 무죄의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 스님이 나타났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 여성이 자신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면서, 당시의 대화를 몰래 녹음했다가 이를 녹취록으로 풀어서 여성의 동의도 없이 공개하였습니다. 거기에는 그 여성이 위 권력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 원치 않는 임신을 해서 딸을 낳았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권력자의 비리를 밝혀 종단 개혁을 이루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성폭력 피해자의 동의 없이 피해 사실을 공표하고, 이에 더해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는 그 딸이 성폭력 피해로 인해 태어났다는 것까지 발표합니다.

그런데 며칠 뒤 이 여성은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녹취는 허구라고 주장합니다. 그 권력자를 성폭행범으로 몰아세우기 위해 거짓으로 만든 이야기이며, 권력자의 가족들로부터 받은 수모와 편협한 도움 등 녹취록에 나오는 내용들이 그 스님과 조작한 내용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대중들 앞에서 여러 차례 이 여성은 자신의 과거 임신과 출산 등 사적인 이야기를 했어야 했고, 그 딸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그 권력자의 딸인지 아닌지를 증명하기 위해 유전자검사까지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 여성이 수십 년 전의 일을 권력자의 입장에서 여러 차례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본인이 원해서 한 것일까요? 자신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고 자신의 딸이 그 피해로 낳은 딸이 사실이라면 엄청 고통스러운 과거일진데, 이처럼 방송과 언론에 공개하는 참담한 일을 왜 말하는 걸까요? 종단의 적폐 청산과 비리 권력자의 퇴진이라는 대의 앞에서 두 여성의 인권은 아무것도 아닌 것일까요?

지난날 민주주의를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여성문제나 성차별은 늘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나거나 시급하지 않은 문제로 여겨졌습니다. 부패와 비리 등에 저항하는 정권 재창출 과정에서도 여성의 존엄성은 무시되었고, 여성의 인권이 무시되어도 대의를 위해서라며 침묵했습니다. 심지어 붓다의 가르침을 따른다는 불교 교단에서 ‘은처’라는 용어가 오래전부터 회자되었지만 숨겨진 여성으로 살아가는 고통이나 그 여성들의 인권은 무시되었고,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감추어지는 현실을 참담한 심정으로 목격했습니다.

권력자와의 관계에서 성폭력피해를 당했건 다른 남성과 관계를 했건, 수십 년 전의 일로 한 여성을 대중 앞에 내세우고, 그 딸의 행방을 추적하는 등의 일은 잔인하고 폭력적인 일입니다. 피해 여성을 내세워 자신의 죄 없음을 증명하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고 또한 부끄러운 일입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들의 인권을 짓밟는 행위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가 여성에 대한 차별이며, 여성에 가해지는 폭력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종단의 적폐청산이나 그 어떤 대의명분을 내세워도 성폭력 피해 경험을 공개하는 일은 여성에 대한 폭력입니다. 성평등불교연대는 부패한 종권 다툼에 여성들을 수단화하고, 자신의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여성의 고통을 무시하는 이 추악한 싸움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여성의 존엄성을 무시하고 여성을 이용해서라도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고자 한 죄만으로도 설정총무원장스님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로 충분합니다.

설정 총무원장스님, 이제 그만 물러나십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 누구도, 추악한 종단의 권력 싸움에 여성을 내세우지 마십시오.

2018. 08. 08
성평등불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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