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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단식을 하는가"-비구니 선광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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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9-29 09:49 조회3,90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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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단식을 하는가

선광스님 2017.09.22

저는 그동안 종단일에 그다지 깊은 관심을 갖지 않고 살아왔습니다.

이십대에 부처님 가르침을 쫓아 입산출가하여 강원으로 선방으로 여타 도반스님들처럼 그리고 선배스님들처럼 평범하게 출가자의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선방에 다니다가 몸이 아파서 충청도의 작은절,공양주도 없는 가난한 암자에서 주지소임을 살게 되었습니다.

주지를 하면서부터 출가자의 삶도 세상과 철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그렇다고 내가 세상을 위해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생각까지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주지 임기가 다되서 주지를 그만두고 나니 당장 수행처를 구해야 했습니다. 몸이 젊은 시절 같지 않아 선방에 방부를 들이는 일도 망설여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7월부터 시작된 보신각 촛불법회에 우연하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거기서 도반스님들과 선배스님들이 주장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5가지 요구는 직선제실시, 종단적폐청산, 총무원장퇴진, 재정투명화,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의 안정적인 수행생활의 보장입니다.

이 5가지 중에서 저의 마음을 끈 것은 마지막 출가에서 다비까지 스님들에게 안정적인 수행생활보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스님들을 생각할때 누구나 공감하는 것이었습니다.

군대가서 군복, 무기, 숙소를 지급받고 배당받듯이 우리 출가자도 승단이 우리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요구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이러한 문제를 왜 출가자 개인의 문제로만 알고 있었을까요? 승단의 존재이유, 총무원의 존재이유는 이러한 것을 해결하는 역활을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마치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이 본래 인간으로서의 자유를 되찾았듯이 승려의 기본권도 우리가 당연히 되찾아야할 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권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지금처럼 전체승려의 3%의 승려들에 의해서 종단이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대중이 원하는 일이 성취되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중의 뜻이 고루게 반영되는 직선제를 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요구들은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명진스님 효림스님등이 단식하였고 마지막으로 대안스님이 병원으로 실려가자 제가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나도 단식의 대열에 동참함으로서 승려의 기본권을 찾는데 일조하자."

도반들과 선배스님들은 묻습니다. 왜 스님이 나서느냐고? 왜 단식을 하냐고? 나이들어 약한몸으로 단식을 하는건 쉽지 않습니다. 나 역시 도반이나 선배들만큼 이 자리에 서는게 두려웠고 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또한 은사스님이나 사형사제들에게 염려를 끼치게되어 죄송한 마음도 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선 건 내 후배들한테 만큼은 지금의 이 상황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때문입니다. 출가해서 부끄럽지않을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당장 생활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이 참 서글펐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나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용기를 내어 내 목소리를 내게 되었습니다.

제 후배들 만큼은 노후 걱정하지 않고 맘 편하게 수행할수 있는 종단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도반스님과 저는 비구니로서는 처음으로 우정국마당의 단식장에 단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비구니스님들이 그동안 단연한 권리를 잊고 살아왔으며 소극적으로 살아온 것을 참회하고 촛불법회에 동참한다는 뜻으로 ‘비구니들도 참회하고 발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오늘이 단식 7일째, 언제까지 단식이 이어질런지 알 수는 없지만 도반스님과 함께라서 두려움은 없습니다. 아직도 조계사일주문에서 피켓시위를 계속하는 불자님들, 매일 저녁부터 아침까지 불침번을 서주시는 불자님들을 볼때마다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낍니다.

단식하는 저희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고 계신 불자님들과 함께 지내며 새삼 출가자의 책무를 잊지않고자 오늘도 허리를 곧게 세웁니다. 저희들의 작은 마음이 청정승가를 이룩하는 개혁의 강물에 떨어지는 물 한 방울이 되기를 바랄뿐입니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2017년 9월 22일

우정국 단식장에서 비구니 선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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