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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불교는 평등의 종교…비구니 차별은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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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4-22 17:39 조회5,13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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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평등의 종교…비구니 차별은 아이러니”

[인터뷰] 여성학자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옥복연 소장은 "불교에서 아직도 흔히 거론되는 '여성은 업이 많아 부처가 될 수 없다' 같은 내용은 초기경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만약 ‘여성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적은 헌법이 있다면 어떨까? 항의와 저항이 거듭될 것이다.

하지만 21세기에도 이런 규정이 당연시되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바로 종교계다. 대한불교 조계종은 종단 헌법인 종헌에서 행정수장인 총무원장의 자격을 비구(比丘ㆍ남자 승려)로 한정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여성이 사제가 될 수 없고 여성 목사 안수를 거부하는 개신교단도 적잖다.

국내 여성학자, 경전학자 등이 펴낸 연구서‘불교와 섹슈얼리티’(한울)는 이런 불평등문제를, 특히 불교계에 집중해 본격적으로 지적하는 책이다. 불교 탄생 배경과 초기 경전을 분석해 실제 붓다의 여성관, 성(性)관념을 분석하고, 현대 불교의 ‘문제적 여성관’과 비교한다. 최근 서울 중구 소재 연구소에서 만난 대표저자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은 “종교와 여성학은 모두 가장 중요한 가치로 ‘해방과 평등’을 꼽는데, 종교계가 가장 성평등 문제에서 가장 뒤처져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옥 소장은 미국 코네티컷주립대 석사, 서울대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을 지낸 여성학자다. 2010년부터 종교와젠더연구소를 꾸려 불교를 중심으로 종교계의 성불평등 문제 등을 연구했다. 그는 “대승불교에서는 여성불성불론(여성은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없다), 비구니팔경법(여성 스님만 지키도록 한 여덟 계율) 등을 진리처럼 여기지만, 초기 경전을 보면 붓다는 여성에 대해 당시로서는 급진적 태도로 깨달음을 얻는데 성별의 차이가 없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붓다 생전과 사후 100년쯤 기록된 초기 경전에는 없는 성차별적 내용들이,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가 중국을 통해서 한국을 들어오는 과정에서 경전을 오염시켰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 스님께 ‘업이 많아 여자가 됐으니 남자 보필 잘해서 다음 생엔 남자로 태어나 성불해라’는 말을 듣곤 ‘뭐 이런 종교가 다 있나’ 싶어 20년간 절에 안 갔죠. 정말 부처님이 저렇게 말했을까. 그렇다면 붓다는 정말 깨달은 자일까. 연구해보고 싶었어요.”

들여다본 초기 경전에는 “여자도 깨달은 자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은 물론 붓다가 직접 뽑은 뛰어난 비구니(比丘尼ㆍ여자 승려) 10대 제자, 출가하지 않은 신자인 재가(在家) 여성 10대 제자 등도 기록돼 있었다. 옥 소장은 “지금 경전에서 주로 여성은 신비스러운 힘을 가진 묘한 존재, 수행을 방해하는 존재로, 비구는 그 역경과 유혹을 이기고 깨닫는 존재로 묘사되는데 그간 너무 많은 여성사가 지워진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비구니는 출가해 100년이 지나도 방금 출가한 비구에게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응대해야 한다’ 등의 내용을 담은 비구니팔경법 역시 재해석해야 할 대목이라고 본다. “불교는 견고한 카스트 제도로 불평등이 극심하고 여성 혐오나 강간 등 범죄가 심각하던 힌두 사회에 사회운동처럼 등장했는데, 여성이 홀로 출가해 탁발하는 게 위험해 권장한 규율이 지금까지도 진리처럼 여겨지는 것은 황당한 일이죠.” 이런 규율 등을 근거로 현재까지도 비구니는 남녀 스님 각각에게 계를 받는 이중수계를 해야 한다. 비구는 출가할 때 남자 스님에게 한 번만 계를 받는다.

옥 소장이 “분란을 일으킨다”는 종단 안팎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경전 왜곡, 비구니 차별 중단해 불교의 참 정신을 돌아보고 젊은 여성들이 불교를 외면하는 상황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스님이 법회에서 계속 ‘아들을 낳으려면 절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깨어있는 여성이 절에 와서 쓸데없는 얘길 듣고 싶겠어요. 더구나 수행의 롤모델이어야 할 비구니가 계속 총무원장도 할 수 없다고 차별 받고 패배의식에 빠진다면 그 미래는 말할 것도 없겠죠.”

그는 일반 여성 신도들이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 이해 관계가 없어 의견 표출이 자유로운데다 승가가, 재가자들의 경제적 지원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른 종교에 비하면 상황이 낙관적이에요. 초기경전, 붓다의 원음으로만 돌아가면 거기가 출구가 되니까요. 불교는 평등과 해방의 종교잖아요. 실태조사, 포럼 등을 통해서 불교 역사의 뛰어난 여성들을 발굴하고, 자존감을 바로 세울 생각입니다. 비구니 스님들이 그간 종단 개혁에 앞장서고 역사를 바꿔왔듯, 언젠간 바뀌지 않겠어요.”

한국일보 2016.04.21,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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