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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이는 인정하고 차별은 법으로 금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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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08-25 12:11 조회2,7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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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이는 인정하고 차별은 법으로 금지하자”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

 

 

헌법에서 명시했다고 해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차별 철폐를 위한 오랜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의 변화에 따른 차별 양상도 다양하므로 

각종 법안의 제·개정으로 평등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겐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평등에, 지금 당장! 응답하라 민주당”. 우리 사회에서 차별금지법 관련 논의가 십 수 년 째 지속되면서, 찬반 양상이 온라인에서는 물론 장외에서 도 대립하고 있다. 차별이란 성별, 종교, 신분, 학력, 성적취향, 인종 등의 이유로 특정한 사람을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고,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말한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선진국의 기준 이 인권 수준 여부로 가름될 정도로 각 나라는 차별철폐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미 오래 전에 ‘세계인권 선언’이나 각종 국제인권규약이 체결되어 각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차별은 사회 곳곳에서 관습이나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뿌리내리고있기 때문에 쉽게 해소되지 않는데, 이는 여성차별 극복의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서구여성의 인권 수준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게 투표하게 된 것은 백 년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1791년 〈여성인권선언〉을 발표한 프랑스의 올랭프 드 구즈는 “여성은 단두대에 오를 권리가 있다면 의정 단상에 오를 권리도 있어야 한다”고 외치면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자유, 평등, 박애’를 부르짖던 프랑스 인권선언에서도, 여성은 인간이 아니었기에 인권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여성은 단지 남성을 즐겁게 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라고 주장했던 계몽주의 사상가 루소의 주장에 반박하며, 1792년 메리 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권리옹호’를 주장했다. 하지만 그녀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의회정치가 가장 발달한 영국이었지만 감히 ‘참정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이라는 조롱 섞인 용어인 서 프러제트(Suffragette)가 등장한 것도 19세기 후반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길에서 현수막 펼치고 데모하기, 납세 거부하기, 진열장 유리창 부수기 등으로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고, 구속되면 단식투쟁도 불사했다. 결국 미국에서는 1920년에, 영국에서는 1928년에 가서야 비로소 여성 참정권을 획득할 수 있었다.

 

1967년 UN은 여성에 대한 어떠한 종류의 차별도 철폐되어야 한다고 선언했고, 1979년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제정했다. 각국이 남녀평등과 여성의 발전을 위한 입법을 의무화하고, 가사 책임에 관한 남녀분담 등 공·사 영역에서 성평등을 실천하고 UN에 보고하도록 강제했다. 한국은1983년 이 협약에 가입했고, 이후 남녀차별금지와 고용평등 등 여성차 별을 금지하는 각종 법률을 제정했다. 또한 가족법이나 성범죄 관련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차별철폐를 위한 입법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이처럼 여성은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보편적 인권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7년 인간의 존엄성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하기 위해 성별, 성정체성, 장애, 병력, 외모, 나이, 인종, 출신지역, 혼인 여부, 성적 지향성, 종교, 정치적 의견 등의 이유로 차별을 금지하는 ‘차별금지법’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그 후 6번이나 국회에서 발의와 폐기를 거듭했고 올해 다시 발의되었는데, 그동안의 폐기 원인은 차별금지 항목 가운데 ‘성적지향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 때문이라고 할수있다. 최근 미래통합당 기독인회 소속의원들은 물론 근본주의 성향의 기독교인들은 이 법안을 “평등을 가장한 동성애 보호법”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헌법에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시되어 있으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헌법상 최고의 원리로 보장하고 있다.

 

헌법 그 어디에도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문제 삼아서 차별을 정당화하는 구절은 없으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하 지만 헌법에서 명시했다고 해서 차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차별철폐를 위한 오랜 역사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의 변화에 따른 차별 양상도 다양하므로 각종 법안의 제·개정으로 평등을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디지털 성범죄는 IT기술에 의한 새로운 범죄 유형으로 기존의 성폭력특별법으로는 처벌이 부족했기에, 젊은 여성들은 혜화동 시위로 분노를 표출했다. 세계 최대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는 흉악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단지 1년 6개월의 실형으로 풀려나, 한국은 성범죄자 천국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웃음거리가 되었다. 

 

법조항 미비로 다수 피해자 발생을 미리 방지하고, 인권 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사회 변화에 따른 법안들이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최근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이다. 고용, 교육, 재화 용역이나 행정서비스 등에서 나타나는 직접차별은 물론, 간접차별이나 차별지시, 차별표시조장 광고, 괴롭힘, 성희롱 등 그 처벌 조항은 광범위하다. 이는 차별로 인한 피해를 미리 예방하고, 방관자가 아니라 인권 지킴이가 될 수 있도록 인권 감수성을 향상시켜서 사소한 차별에도 민감하게 대응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합리적인 이유없이 누구도 인간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배제, 혹은 거부할 수 없도록 해야한다. 특히그 대상이 소수자나 약자일 경우에는 차별에 더욱 민감하게 저항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차별을 걷어내고 ‘차별금지법’ 을 받아들이자.

 

 

출처:  KCRP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제149호 종교와 평화 특별기고 (11), 2020.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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