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성 불자가 깨어야 한국 불교가 산다” ..부처가 선택한 어머니, 마하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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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4-10 20:27 조회923회 댓글0건본문
“여성 불자가 깨어야 한국 불교가 산다”
종교와 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 인터뷰
부처가 선택한 어머니, 마하마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종교와 젠더연구소 옥복연 소장을 인터뷰하기 위해 찾은 사무실 한쪽 벽에는 ‘제6회 마하마야 페스티벌’ 포스터가 커다랗게 붙어 있었다. 붓다의 어머니, 마야 왕비를 기리는 축제로, 올해도 부처님오신날 한 주 뒤인 5월 14일에 열린다.
‘붓다를 낳고 7일 만에 돌아가셨다’는 것 말고는 잘 알려지지 않은 마하마야에게도 ‘이야기’가 있다. 마하는 ‘위대한’이라는 뜻이며, 싯다르타는 붓다로 태어나기 전 누구를 어머니, 아버지로 할 것인지 살피다가 ‘나는 저 여성의 태에 들리라’라고 마야 왕비를 직접 택했다. 진실하고, 지혜롭고, 자비심이 많아 자기 재물을 팔아서까지 어려운 이들을 도왔다고 한다.
종교와 젠더연구소는 마하마야를 비롯해 여성 불자의 이야기를 세상으로 끌어내고, 성평등한 불교문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옥복연 소장은 마야 왕비를 “재가(평신도) 여성이지만 비구 스님(남성 출가자)도 고개를 숙이고 숭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종교와 젠더연구실, 옥복연 소장의 자리 옆에는 마하마야의 그림의 걸려 있다. ⓒ배선영 기자
“마하마야는 부처를 낳아서 위대한 여성이 아니라 위대한 여성이어서 붓다의 어머니가 됐다”
“화엄경”에 따르면 마야 왕비는 선재라는 동자가 도(道)를 구했던 선지식(불교의 바른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 53인 가운데 한 사람이다. 연구소는 이렇듯 그를 붓다의 어머니로서가 아니라 깨달음에 이른 불자로 조명한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불교의 위대한 여성 마하마야”(동연, 2020)를 펴냈다. 경전, 미술, 역사 속 마야 왕비에 관한 기록을 최초로 한데 모으고, 마하마야를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책으로, 옥복연 소장과 각 분야 전문가 8명이 함께 썼다.
앞서 2015년에 옥복연 소장은 여성 수행자의 이야기를 다룬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조계종 출판사, 2015)을 공저로 썼다. 그는 “부처의 10대 비구 제자가 누구인지는 다 알아도 재가 여성 제자에 대해선 있는 줄도 모른다”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복원한 작업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전생에 업이 많아서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여성업설’과 여성으로서 성불할 수 없고 좋은 일을 많이 하면 다음 생에 남자로 태어나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변성성불론’을 아직도 많이 믿는다”며, “가부장제에서 지워진” 여성 불자의 서사를 발굴함으로써 재가 여성의 의식을 고양하고, 여성 불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것이 불교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여성학을 전공한 옥 소장은 ‘불교 조계종단의 여성 불자 참종권 배제의 정치학’, ‘한국불교 조계종단 종법의 성차별성에 관한 여성주의적 연구’ 등의 논문, “불교와 섹슈얼리티”(공저, 한울아카데미, 2016) 등을 썼으며, “불교와 페미니즘-가부장제 이후의 불교”(리타 그로스, 동연, 2020)를 번역했다. 2010년 연구소를 만들고 불교 여성 지도자 인터뷰, 조계종 중앙종회NGO모니터단 활동, 불교와 젠더 포럼 운영 등의 활동을 해왔다. 지금은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성평등불교연대’가 주최하는 마하마야 페스티벌과 여성들을 위한 인생질문학교, 불교와 성평등을 주제로 한 강좌 등을 열고 있다.
지난해 마하마야 페스티벌에서 옥복연 소장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불교는 평등한 종교
혁신적이고 탁월한 붓다의 가르침, 성차별 극복할 변화 가능성 충분해
“불교는 평등한 종교다. 딸을 땔감과 바꿀 정도로 인도에서 여성의 지위가 열악했던 때, 부처님은 여성의 출가를 허락했을 정도로 혁명적인 사상이며, 비구니(여성 출가자) 승단은 세계 최초 여성 수행자 집단이다. 하지만 오늘날 비구, 비구니, 남성 재가불자(신자), 여성 재가불자 사이에 계급이 존재하고, 여성 불자는 차별을 받는다.”
지난 연구 작업에서 보이듯, 옥복연 소장은 불교 안의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여성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조계종단 종법 개정을 주장해 왔다. 그는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단에서 비구, 비구니 스님의 수가 비슷하고, 교육 과정, 수행방식 등 차이가 없는데도, 종단 운영은 비구 중심”이라고 지적했다.
종단은 총무원장(행정부), 호계원장(사법부), 포교원장(선교부), 교육원장(교육부) 등의 지도자는 반드시 ‘비구’여야 한다고 종단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와 비슷한 중앙종회는 출가자 81명으로 구성하는데, 이 가운데 10명만 비구니다. 그는 비구니의 참종권(종단 운영에 참여할 권리)을 제한하는 이유에 대해 “붓다가 여성의 출가를 허용하는 조건이었던 ‘팔경계’가 여전히 지켜야 할 계율로 전승되고 있고, 비구니 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팔경계는 비구니가 비구를 대할 때 지켜야 할 8가지로, ‘100세 비구니라 할지라도 방금 계율을 받은 비구에게 먼저 절을 해야 한다’, ‘비구니는 반드시 비구 지도자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등의 계율이 포함돼 있다.
옥복연 소장이 함께 쓰고 번역한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불교 페미니즘", "불교와 섹슈얼리티". ⓒ배선영 기자
옥 소장은 2015년 <불교평론>에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해 불교인의 인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쓴 글에서 “다수가 팔경계를 성차별적이며 비불교적인 계율로 인식하지만, 종단은 ‘전통’과 ‘관습’이라는 미명하에 2600여 년 전의 계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불교는 전파되는 과정에서 각기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계율을 재해석하기도 했다”며 현실에 맞는 팔경계의 재해석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젠가는 재가자도 종단 운영에 참여하길 바라지만, 우선은 종단지도자의 자격조건과 관련된 종단 법 조항에서 “‘비구’를 성중립적인 용어인 ‘승려’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런 언어와 활동에 ‘불교에 무슨 페미니즘이냐’며 달가워하지 않는 시선도 있고, 여성주의 관점으로 불교를 연구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 힘들 때도 있지만, 그는 “불교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 일이 좋다”고 말했다. 또 종단에 젠더 관련 이슈가 생기면 성평등불교연대를 가장 먼저 찾는 것을 보며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모기 한 마리조차 존귀하다는 것에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다. 여성 불자에 대한 붓다의 가르침은 혁신적이고 탁월했다”며 “여성 불자가 깨어나기 시작하면 (성평등에 있어) 충분히 변화가능성이 있다”고 긍정적으로 봤다. 그러면서 “여성 불자가 깨어야 한국 불교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그에게 남은 앞으로의 과제는 이웃 종교인들과 함께 성폭력 처벌을 받은 성직자는 해당 종교 기관에서 대표를 맡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그는 “종교 내 성폭력 문제가 유사하다”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모임을 멈췄지만,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모인 5대 종단 종교인들과 같이 법 개정 운동을 하는 것을 숙제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붓다의 어머니, 마야 왕비를 기리는 '마하마야 페스티벌'의 포스터. (이미지 제공 = 종교와 젠더연구소)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2022.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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