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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kāma): 미투운동은 말한다. 이게 불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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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3-05 10:46 조회3,79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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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kāma): 미투운동은 말한다. 이게 불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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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페이스북 갈무리>


그날, 뉴스에서 서지현검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성추행 사실을 고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까지 오느라고 참 애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이어 분노가 치밀고 절망과 수치심이 올라왔다. 

검사도 당하는데, 검사가 말 못하면 도대체 우리 사회에서 누가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가만히 있으면 사회가 변하지 않는다.’며, 성범죄는 ‘내 잘못이 아니다’는 그 말을 하기 위해 그녀는 대한민국 검사로서의 경력이나 출세를 포기했을 것이다.

서검사의 폭로이후 한국사회는 미투운동으로 뒤덮였고, 급기야 외국에 선교봉사 활동을 갔다가 신부님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던 천주교 여성신자가 말하기 시작했다. 7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성직자에 의한 여성신자의 성폭력은 단순한 젠더폭력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피해 여성신자보다 나이가 많고, 조직이나 단체 등에서 대표로, 교단 내외에서도 명망가로서 존경받는 위치에서,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에게 호의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여성신자에게 깨달음이나 복된 가르침을 전하며, 특권적 지위를 누려온 가해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서 피해자인 여성신자는 자신을 보호하거나 변호할 수 있는 자원이 별로 없다. 그래서 가해자에게 적극적으로 저항하거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피해 사실을 폭로하거나, 법에 하소연하는 것조차 쉽지 않다. 

여성신자가 성범죄의 희생자가 되면 자신의 신앙도 흔들리면서 아예 종교를 떠나거나, 가해자는 좋은 성직자인데 자신이 잘못한 것이라며 끝모를 자학의 늪에 빠지거나, 피해 사실조차도 자신의 업이라며 고통을 내면화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종교내 성폭력사건은 드러나기도 쉽지 않고, 또 어렵게 폭로를 하더라도 가해자를 교단의 계율이나 사회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동안 많은 성직자 신분의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축소· 왜곡하거나 부정하면서 교묘하게 그 처벌을 피해왔기에, 여성신자들은 어떤 성적 피해를 당하더라도 침묵해야 함을 학습해 왔다. 주변사람들 역시 방관하거나 동조하면서 공범자가 되어갔다.

그런데 이번 신부의 성폭력 사건의 진행 과정에서 보여준 천주교단과 피해자의 대응 방식은 종교내 성폭력 해결에 일말의 기대를 가지게 한다. 왜냐면 오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대주교는 ‘한국천주교 사제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사죄하며’라는 제목으로 사과문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국내 16개 천주교 교구의 협의체로써 대내외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가해자가 속한 교단의 최고 책임자가 사제의 잘못으로 교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신자들에게는 신앙의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사제들이 세속적인 문화와 쾌락에 빠졌음을 반성했다.

또한 이러한 잘못을 예방하기 위해서 사제 양성과정에서부터 성범죄 예방교육은 물론, 성범죄 발생시 교회법과 사회법 규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해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번 사과문이 일회성이거나 면피용일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불교 교단에서 출가자의 성범죄가 발생했다고 총무원장이나 종정이 공개적으로 사과한 적이 있었던가?

피해 여성신도는 자신의 종교를 사랑하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신부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더 많은 피해자가 있을 것이라며 교구 내 성폭력 전수조사는 물론, 신부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아마도 이 여성신도는 자신의 고통과 반대로 가해자는 “아무 일 없음”에 분노했을 것이고, 그 가해자의 위선에 속고 있는 교인들에게 미안함을 느꼈을 것이고, 또한 자신이 말하지 못해서 또 다른 피해여성들이 나왔다며 죄책감도 컸을 것이다.  

불교 또한 출가자에 의한 성범죄 피해자들이 많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리고 아직도 많은 생존여성들은 ‘나도 당했다’는 말을 못하고 침묵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는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해도 가해자가 종법이나 계율로 처벌 받기는 커녕, 종단의 힘있는 파벌과 문중 권력 뒤로 숨어서 종단 정치로 흥정하거나, 법정에서도 부끄러움과 창피함을 모르고 거짓과 위선으로 도망가기 때문이다.

불교계는 미투운동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왜 그러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그런데 불교계 미투운동을 묻기 전에, 성범죄를 저지른 출가자들이 그동안 종단으로부터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부터 먼저 물어야 한다. 

성범죄 예방책이나 피해자 보호시설도 하나 없는 불교, 피해자가 피해를 당했다고 말 한마디 못하게 입을 틀어막고 있는 불교, 바라이죄나 승잔죄 등 계율이 죽어있고 종단의 법규범인 종법이 소용없는 불교. 과연 “이게 불교냐!”, “이게 불자냐!”라고 외치고 싶다.

붓다는 『맛지마니까야』의 <업에 대한 큰 분석의 경>에서, 저속하고 비속하고 거칠고 천박하고 무익한 감각적 쾌락에 대한 욕망과 관계된 즐거움에서 오는 쾌락을 추구하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고 상처를 수반하고 불안을 수반하고 고뇌를 수반하는 것으로 잘못된 길이자 분쟁의 법이라고 가르친다.

붓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제자라면, 성평등과 관련하여 사소한 것에서부터 민감하게 반응하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미투라고 말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그리고 불자들은 미위드(me with)라며 당신과 끝가지 함께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옥복연(종교와젠더연구소장)


불교포커스 여시아사 중에서 2018.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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