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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성폭력, 그 음흉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부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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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8-01 17:48 조회3,5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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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성폭력, 그 음흉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부숴야 

 

서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운동(#Me Too)’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문화계나 학계, 정치계 등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여성들을 마음대로 희롱하던 권력자들은 한 순간에 범죄자로 낙인찍혔고, 해묵은 상처들을 힘들게 드러낸 여성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지지가 이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여자들과의 만남 자체를 피하자는 펜스룰이니, 남성들끼리 나도 당했다는 ‘유투(You too)’ 등 미투운동에 대한 피로증이라며 용어들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권력형 성폭력이 남녀간의 애정사로 돌변하는 수많은 댓글들이 관련 사건들에 올라오고 있다.

아직 미투운동을 시작도 못했는데, 백래쉬(반격)가 아닌가 여성들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종교계도 미투운동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정의평화사제단의 신부님이 해외선교를 나가서 성폭행을 시도했음이 드러났고, 한국 전통 선불교의 자긍심을 가진 사)선학원의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고, 청소년을 선도하기 위해 청소년사역을 하던 목사가 청소년을 성추행해서 법정에 섰다. 그리고 또 등록 신도 13만 명의 교회 담임목사가 다수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 중이다.

기성 종교들은 성직자의 성범죄를 단죄하는 계율이나 교단법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이들이 단호하게 처벌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전문직에 종사하는 성범죄자 가운데 종교인이 가장 많다고 한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종교지도자와 그에 ‘복종하는’ 신도라는 절대적인 위계 관계에서, 영혼의 구제가 아닌 성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종교지도자에 의한 성범죄는 일반인 성범죄와 어떻게 다를까? 종교인 성범죄는 개인의 일탈도 있겠지만 종교조직 내 가부장적 문화도 큰 영향을 미친다.

남성의 성욕은 관대하고 여성은 순결을 강요하는 이분화된 성규범이 종교 영역에서는 ‘여성 유혹자설’이나 ‘순결한 마리아’ 등 교리로서 더욱 강화되면서 여성의 피해자화는 심화된다. 종교 지도자인 성범죄 가해자는 ‘영적 아버지’이거나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스승’이고, 피해자인 여성신도는 성직자를 의심하는 것은 죄악이므로 무조건 그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배운다.

성폭력의 과정은 안수기도나 병의 치유 등을 빙자하여 ‘하나님으로부터의 직접적인 세례’라거나 ‘기를 받는 행위’라는 등 철저하게 종교적 의례로 포장한다. 그러기에 피해자는 저항도 못하고 오히려 ‘특별한 은혜’를 입었다고 세뇌를 당하거나, 한 여성이 아니라 여러 여성들이 오랜 기간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당하기도 한다.

그들이 자신이 성적 피해를 당했음을 깨닫게 되면, 몸과 마음이 피폐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종교를 혐오하거나 영적으로도 상처를 입는 등 큰 혼란을 겪고, 평생을 정신적인 질환으로 고통 받기도 한다.

그렇다면 피해 여성은 왜 자신이 피해를 말하지 않을까? 이들의 ‘말하기’가 원천 봉쇄되는 이유는 교단의 가부장적인 분위기 탓이 크다. 주변 신도들은 피해자의 하소연을 외면, 혹은 비난하거나 심지어는 ‘천벌을 받는다.’며 협박하기도 한다. 혹은 ‘우리 종교’를 위해 침묵을 강요하거나, 전생의 ‘업’때문이니 참고 견디라는 등 2차, 3차 피해에 시달리게 된다.

특히 권력을 쥔 종교 지도자가 가해자일 경우, 자신의 네트워크나 자원을 동원해서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거나, 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매도하며 가족과 이간질 시키거나,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어 공동체에서 쫒아내기도 한다.

그리고 만약 성범죄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회에서 성범죄로 처벌받는 행위가 교단 내에서는 종교지도자 개인의 실수, 혹은 큰 스님이 되기 위한 과정에서의 사소한 일탈로 은폐하려 한다. 종교법과 제도는 이들을 단죄하기 보다는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하는 도구로 전락한다.

그리하여 ‘여성은 수행자를 유혹하는 악마’라며 교리를 왜곡하거나, ‘봉사와 희생이 여성의 미덕’이라며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거나, ‘여성의 몸으로 깨달을 수 없다’며 남성보다 열등한 여성관을 강요하거나, ‘성직자는 경배의 대상’이라며 복종만을 강요하는 일탈들은 결과적으로 종교인 성폭력을 양산한다.

종교인 성폭력은 종교 창시자를 욕되게 만들고, 종교 교리를 왜곡하며, 종교 공동체를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고, 사회 정의를 후퇴시키는 심각한 범죄이다. 종교지도자가 교단 안팎으로 미치는 영향을 생각할 때, 이들의 성범죄는 가중 처벌해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그리고 각 종교는 교단 내 남성중심적 교리를 성평등하게 재해석하고, 종교법과 제도를 통해 성평등을 강제하며, 신행 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요소들을 제거해나가야 한다. 또한 여성신자들은 그 음흉한 침묵의 카르텔을 깨부수기 위해, 여성의 관점에서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기’를 시작해야 한다.

사소한 차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평등과 해방을 위한 종교 본래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여기에서, 나부터...


옥복연(종교와젠더연구소장)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종교와 평화> 2018 05월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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