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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는 여성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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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8-15 23:02 조회3,25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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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 종교 ①

종교는 여성에게 위안을 주고 있는가?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2018 미투운동에 이어 몰카범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젊은 여성들이 혜화역에 모 여 이렇게 외치더니, 급기야 한국 역 사상 처음으로 7만 여명의 여성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위를 했다. 뜨거운 여름날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이유는 그들이 외친 구호에서도 알 수 있다. “어지간히 차별해라,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보다 높고 여성공무 원 숫자도 급증했지만, 정치・경제 등 사회 주요 영역에서 여성은 여전히 비 주류이다. 알파걸이 등장할 때만해도 금방이라도 유리천장이 깨어질 것 같 았지만, 맞벌이가 필수임에도 불구하 고 부인의 가사노동시간이 훨씬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여성들은 결혼, 출산, 육아파업 중이다. 다양한 영역에서의 성차별 가운데, 여성인권이 가장 외면 받는 곳은 안 타깝게도 종교계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종교는 성직자들 사이에서도 성차별이 나타나는데, 여성 신부님은 거의 불가능하고, 여성 목사님은 남성 보다 대우가 열악하며, 여성출가자인 비구니는 종단의 지도자가 될 수 없음을 각 종교는 종교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사회에 모범을 보여야 할 종교가 오히려 사회보다 훨씬 낮은 성인지 감수성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최근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 성직자의 성폭력이나 성희롱 사건은 신자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 도 분노케 했으며, 입시기도나 천도제 등으로 포장된 기부금 강요, 내세를 들먹이며 무조건적인 봉사와 희생 요구 등, 종교계는 여성들에게 ‘新인권 사각지대’가 되었다.

“여성을 위한 종 교는 없다”며 여성들이 종교에서 뛰 쳐나가거나 종교에서 멀어지는 냉담 신자가 급증하는 것은 기성 종교들의 공통적인 현상이다. 

대부분의 신생종교가 등장할 때, 종 교 창시자는 인간평등과 해방을 가르 친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 하라’거나, ‘모든 인간이 깨달음에 이 를 수 있는 고귀한 존재’라거나, 처녀 마리아를 ‘성모’로 경배한다.

창시자 의 가르침은 교리로서 해당 종교인들이 믿고 따라야 할 의무인데, 이러한 성평등한 교리가 그대로 전해진다면 성차별은 있을 수가 없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종교들은 여성을 차별할까?

여성의 관점으로 종교사를 볼 때, 오랜 옛날 모계사회에서 풍요와 생명 을 관장했던 마고, 천황모, 지모신 등 여성신은 가부장제가 등장하면서 남성신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카리스마를 가진 종교 창시자의 사후, 종교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가부장적 이데 올로기를 흡수하면서 종교 내 법과 제도는 남성중심으로 고착된다.

종교 조직 내에서 남성은 종교적 규범을 만들고 경전을 해석하며 여성 신도의 역할 등을 규율하고, 여성은 재정적 후원을 하거나 법당이나 교회 청소, 음식 만들기 등을 하며 자녀를 신자로 키워내게 된다.

그리하여 종교는 오랜 시간동안 여성 차별을 정당화하며 부정적이고 열등한 여성상을 전해왔는데, 예를 들 면 불교에서 “업이 많아 여자로 태어 났다”는 ‘업설’, 기독교의 ‘유혹자, 남 성 파멸자 이브’, 이슬람의 ‘일부다처 제’ 등은 그 의도가 어떠했건 여성을 억압하는 대표적인 장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여성들이 종교 내 성차 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이를 사 소한 문제로 치부하거나, 신의 뜻이라 며 인내하라거나, 믿음이 부족하다며 비난하거나, 진실을 외면하고 은폐하거나, 자신의 종교를 욕보였다며 해당 행위로 처벌하는 등의 방식으로 침묵 을 강요하거나 처벌해왔다.

종교사적으로 보면, 대부분의 종교 에서 교리의 기록자, 암송자, 전송자는 남성 성직자이고, 이 교리에 바탕 을 둔 종교 내 규범이나 성역할은 주로 남성 신자들에 의해 확립되고 또 다음 세대로 전승되었다.

그리하여 초기의 성평등한 교리는 점차 가부장적으로 변하면서 경전 내에서도 긍정적 여성관과 부정적 여성관이 뒤섞여 전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불교 경 전에서 여성은 성불할 수 있다는 ‘여 성성불론’과 다음 생에 남성으로  어나야 성불할 수 있다는 ‘변성성불 론’이 함께 담겨있고, 기독교는 성서 에서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라는 구절과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라며, 여성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구절이 함께 전해온다.

이슬람교 경전 코란은 “믿는 남자들과 믿는 여자들 은”으로 시작하며 부인에게 재산 소 유와 상속을 인정하지만, 현실은 남 성에게 순종하지 않는 여성은 죽여도 된다는 ‘명예살인’이 횡행하고 있다.

여성신학자 로즈마리 루쓰는 고전 적인 종교 텍스트가 여성을 타자화, 유혹자, 영적으로만 우월한 존재라는 ‘세 겹의 이데올로기’로 억압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극복하는 것이야말 로 종교 내 성평등을 확립하는 전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종교 창시자의 성평등한 가르침을 되살 리기 위해서는 교리, 법・제도, 신행활동 등에 여성적 관점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이 요구된다. 무엇보다도 먼저, 각 종교의 경전에 담긴 성차별적인 교 리를 성평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전에서 전해오는 교리가 창시자의 가르침에 맞는지 의심 과 비판의 관점으로 검증하고, 성차 별적인 교리는 종교 창시자의 가르침 이 아님을 선포하고, 뛰어난 종교여성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

경전에 나와 있다고 무조건 받아들 이기보다는 종교창시자의 가르침에 합당한지 먼저 생각하고, 올바르지 않다면 과감하게 거부하며 여성의 목 소리를 내야 한다. 기성 종교가 사회 변화를 수용하고 친여성적인 교리로 재구축될 때, 진정 종교가 여성을 위 한 종교로 자리매김하면서 종교 밖으 로 나갔던 여성들이 되돌아오고 냉담 신자가 열정을 되찾을 것이다.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
출처: KCRP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제138호 종교와 평화,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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