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성직자는 성(性)평등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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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09-25 11:52 조회3,068회 댓글0건첨부파일
- [옥복연 칼럼] 천년의 질문-성직자는 성(性)평등한가.pdf (5.2M) 3회 다운로드 DATE : 2019-09-25 11: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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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성차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이를 종교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거나 방어논리를 작동해서 여성을 더욱 강압적으로 규율하며 보수화되기도 하는 등, 종교는 그 동안 사회적 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 부처, 마호메트 등 종교 창시자들은 인간 존중과 해방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직자를 차별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도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젠더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 종교 ②
천년의 질문: 성직자는 성(性)평등한가?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 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
“여성 목사를 허하라” 2012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인의 종교 1위가 개신교라는데, 각 교단마다 여성목사 안수 허용 여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똑같은 성경책을 읽으면서도 신학과 교리를 적용하는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 여성의 은사활동을 막은 적은 없으며 목사는 직분에 불과하므로 자격을 갖추면 여성도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과, 하나님의 창조 원리와 창조 세계에 계시하신 질서 안에서 여성은 남성의 ‘돕는 배필’일 뿐이고 유혹자 이브의 원죄 등으로 여성목사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다. 아직은 여성 목사가 시대적으로 이르다는 유명 목사님들의 주장에 여성신자들이 ‘시대착오적인’, ‘꼰대들의 아집’이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사랑의 종교 안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2등 시민인 듯 하다. “여성출가자인 비구니스님은 왜 총무원장이 될 수 없나요?”한국불교 최대종단이라고 할 수 있는 조계종단 의 종헌종법에는 총무원장, 포교원장, 교육원장, 호계원장 등 종단 행정의 지도자는 반드시 남성출가자인 ‘비구’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인간은 부처가 될 수 있다며 평등과 해방 사상을 가르치는 불교에서, 비구·비구니는 동일한 교육을 받고 수행을 하고 사찰을 경영하고 포교활동을 함에도 불구하고 비구니 차별을 종단법으로 정당화한다. 그 근거로 내세우는 것이 2600여 년 전에 제정된, 비구니는 비구 앞에서 무조건 복종해야 한다는 ‘팔경계’이다. 100세 비구니라도 방금 출가한 비구에게 절을 해야 하는 등 8개 조항으로 이루어진 이 계율은 진위 여부도 논쟁적이고 이 미 사문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구니를 규율할 때는 반드시 등장한다.
가령, 붓다 제세시의 계율을 문자 그 대로 무조건 적용해야 한다면, 오늘날 모든 스님들은 몇 벌의 승복과 탁 발 그릇, 의약품 말고는 개인소유물을 가지면 안 된다.
“여성교무는 왜 결혼하면 안되나 요?” 이런 질문을 받아오던 원불교 가 드디어 여성 교무의 결혼을 허용 했다. 1916년 시작된 원불교에서, 남성 교무는 결혼이 선택사항이지만 여성 교무가 되기 위해서는 독신 서약서 라고 할 수 있는 정녀지원서를 제출해야만 했다. 교단법에도 없는 여성 독 신을 강요해온 것인데, 1986년에는 아예 교헌을 개정해 정녀지원서 제출 의무를 명시화했다. 하지만 2019년에 와서 여성교무도 남성교무처럼 스스로 결혼을 선택할 수 있게 법을 고쳤으니, 여성차별 조항을 삭제하는 데 100여 년이 걸렸다. 정녀지원서에 대 해 그 동안 참으로 많은 문제 제기와 내부 갈등이 있었는데, 교단법을 개정하면서까지 시대적 변화를 받아들 인 것이다.
종교사를 통해 보면 수많은 종교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데, 수천 년을 이어져온 종교는 그 신자들은 물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기성의 종교조직은 사회적 변화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적응하면서 단계적 변화를 가져오는데, ‘초기단계’에서는 혁신적인 사상이나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기존의 사회 문제에 대한 변혁을 제시하며 등장한 다. 그 지도자의 가르침을 따르는 많은 추종자가 생기면서 종교조직이 만들어지고, 그 조직을 규율하는 법과 제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공고화 단계’로 접어들면 조직을 유지하고 계승하기 위한 행정적 역할을 더욱 중시하게 되고, 현상유지를 중시하면서 조직에 타성이 생겨 변화하는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일상화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종교가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에는 신자들로부터 외 면 받아 사라지는 ‘와해의 단계’를 겪거나, 사회 변화를 수용하면서 새롭게 구성되는 ‘재구성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처럼 종교 조직은 고정 불변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교리나 계율의 적용 또한 사회 변화에 맞게 재해석된다. 예를 들면 부처님 당시에는 출가자라면 살생을 않기 위해 탁발(걸식)과 보시로 일상을 해 결하고 노동을 금했지만, 중국불교에 서는 일하지 않는 출가자는 먹지 말 라고 할 정도로 노동을 중시했다.
여성의 눈으로 보면, 종교는 이분법적으로 남녀를 나누어 성역할 고정관 념을 강화시키고, 여성은 열등하고 유혹자라는 의식을 끊임없이 심어주면서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도구로서 역할했던 것도 사실이다. 성직자와 신도를 나누어서 성직자에게는 막강한 권위를 부여하고 신도는 복종을 요구한다. 성직자 내에서도 남성성직자는 교리를 해석하고 전승하지만 여성 성직자는 의례의 보조자에 머무는데, 앞서 본 것처럼 여성 성직자를 허용하 지 않거나 남성 성직자보다 낮은 대 우를 받는다. 여성목사가 결혼식 주례를 하거나, 비구니스님이 천도제를 지내거나, 여성교무가 단체 대표를 하는 것을 신자들조차 머뭇거리는 이유는 남성중심사회에서 비록 성직자라 할 지라도 여성은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졌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성차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이를 종교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거나 방어논리를 작동해서 여성을 더욱 강압적으로 규율하며 보수화되기도 하는 등, 종교는 그 동안 사회적 변화에 가장 느리게 반응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 부처, 마호메트 등 종교 창시자들은 인간 존 중과 해방을 가르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성성직자를 차별하는 것은 여성은 물론 남성도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것을 방해한다.
성평등이 국가 정책으로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 사회보다 더 높은 도덕 적 가치 기준으로 모범이 되어야 할 성직자들 사이에서 성차별이 이어진다면 그 종교는 권위를 상실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종교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여성 성직자와 여성신자들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교단 내 성평등을 앞장서서 요구하고, 일상에서의 사소한 성차별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교리를 성평등하게 적용하도록 감시해야 한다. 종교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신도를 보호하지 않는다.
출처: KCRP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제139호 '종교와 평화' <젠더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 종교> (201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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