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성폭력 - 성직자로 위장한 몸과 영혼의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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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9-10-08 13:12 조회3,035회 댓글0건첨부파일
- 종교인 성폭력_성직자로 위장한 몸과 영혼의 파괴자(옥복연).pdf (620.7K) 2회 다운로드 DATE : 2019-10-08 13: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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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한국종교에서는 전통적인 가부장성과 교단 내 보수성이라는
이중의 가부장성으로 인해, 종교인 성폭력의 피해 여성들이 자신의 피해사실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설령 드러난다고 해도 주변으로부터 음해, 유혹자, 타락자 등의
낙인이 찍히면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경험을 한다.
젠더 프리즘으로 들여다 본 종교 ③
종교인 성폭력 -
성직자로 위장한 몸과 영혼의 파괴자
옥복연 (종교와젠더연구소장/성평등불교연대 공동대표)
“과연 이게 정말, 실화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2015년 개봉한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는 가톨릭 사제들에 의한 아동성폭행 사건에 대해 기자들이 진실을 향해 어렵게 한발씩 다가갈수록 이러한 질문들을 한다. 사제라는 직위를 이용해서 동네 어린이들을 비밀리에 성추행하거나 성폭행 했다는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많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주로 저소득가정이나 편모, 이혼가정의 남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엄청난 숫자의 가해 신부들이 행한 이 추악한 범죄는 최소 수 십년은 사람들이 알지 못했거나 알더라도 모르는 것처럼 외면했다.
이 가해신부들은 엄청난 숫자의 아동들에게 씻을 수 없는 성범죄를 저지르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 죄를 고백하는 사람들에게 그 죄를 사하면서 영혼을 위로하는 성직
자 생활을 계속했다. 아무런 법적, 종교적 처벌도 없이 일상을 유지해왔던 이 신부들에 비해서, 몸과 영혼이 피폐해진 채 살아남은 생존자들 다수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지 못했다. 이처럼 나이가 어리거나 의존성이 강한 피해자에게 돌봐준다거나 예뻐한다는 핑계로 접근해서 성범죄를 저지르고는, 이를 외부에 누설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협박하면서 그 관계를 오랜 시간 유지하는 범죄를 ‘그루밍(grooming)성범죄’라고 부른다. 그루밍은 마부가 말을 목욕시키고 빗질해서 깨끗하게 만든다는 뜻이지만, 특히 종교인 성폭력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러한 범죄로 인해 새로운 의미까지 생긴 것이다.
그루밍 성폭력은 다른 성범죄와 달리, 종교지도자가 신도에게 신뢰 관계를 얻어 심리적으로 종속관계를 만든 다음 성폭력을 행사한다. 피해 계층은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정서적으로 미성숙하다거나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하는 욕구가 클수록, 즉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일수록 그루밍 성범죄에 쉽게 노출된다. 피해 동기는 주로 안수를 받거나 치료를 받는 등 신앙 상담에서 시작되기도 하고, 당회장실, 기도실, 교육관 등 교회 안이나 사찰 등 종교적인 공간 내에서 성범죄가 주로 이루어지므로 저항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루밍 성폭력 피해자는 자신이 존경하는 종교지도자로부터 특별한 관
심이나 애정을 받는 것으로 여기면서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 결과 성관계가 발생해도 상호 동의한 것으로 착각하기도 하고, 합의에 의한 관계로 비치기도 해서 처벌이 쉽지 않다. 피해자 스스로 피해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늦을 수도 있지만 종교지도자가 권위로 협박하거나 교리로 위협하기 때문에 그 관계에서 벗어나거나 외부
의 도움을 청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가해 종교지도자가 그 종교 내에서 높은 위치에 있으므로 사람들이 피해자보다 가해자의 말을 더 신뢰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은폐하거나 침
묵이 계속되기도 하고, 그 결과 가해자는 법적으로건 종교적으로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한다.
오랜 기간 동안 다수 여성들에게 반복적으로 행해져오던 종교인 성폭력은 미투운동 덕분에 우리사회에서 공식 담론으로 떠오르게 되었다.2017년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침묵을 깬 사람들’을 선정할 정도로 미투운동이 활발했다.
한국 내 미투운동 역시 그 파급력은 대단했다. 여성들이 SNS에 ‘#문단 내 성폭력’을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정치, 사회, 문화 등으로 급속하게 퍼져나갔고, 견고하던 남성중심의 침묵의 카르텔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폭력피해 생존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특히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성범죄자 가운데 전문직 출신으로는 종교인 숫자가 가장
많으며 그 추세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이었다.
종교계의 남성중심문화로 인해 성폭력 문제는 목회자와 신도, 출가자와 재가자라는 신분의 위계 속에서 ‘아버지 하나님’, ‘붓다의 딸들’처럼 영적인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관계가 만들어진다. 즉, 아버지가 자식의 몸을 만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행위로, 실제로 생존자들 대부분은 성폭력 초기에는 하나님의 대리인인 목사님이나 스님으로부터 자신이 특별한 존재로 선택받았다고 생각했다.가해자가 종교지도자인 경우 성범죄는 주로 성폭행이 주를 이루고, 장기간 지속적인 피해가 이어지면 생존자가 무력감에 빠지거나 저항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오늘날 한국종교에서는 전통적인 가부장성과 교단 내 보수성이라는 이중의 가부장성으로 인해, 피해 여성들은 자신의 피해사실을 드러내지도 못하고, 설령 드러난다고 해도 주변으로부터 음해, 유혹자, 타락자 등의 낙인이 찍히면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파괴되는 경험을 한다.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종교 지도자로부터, 종교 시설 내에서 종교 의례로 포장되어 성폭행을 당한 여성들은 신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허물어지면서, 자신의 종교를 떠나기도 하고 낮은 자존감과 상처받은 영성으로 인해 회복이 쉽지 않다.
아이를 키우거나 여성을 보호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고, 이들을 학대하는 것도 마을 전체의 책임이다. 이제 종교인 성폭력과 관련해서 우리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무슨 일이 있었나? 당신은 정말 모르는가? 아는 데까지 왜 이리 오래 걸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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