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성의 인권 현실과 과제 - 코로나19와 여성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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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1-04-21 10:27 조회2,004회 댓글0건본문
대한민국 여성의 인권 현실과 과제
- 코로나19와 여성 안전
남도에서부터 꽃소식이 올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콕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일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로 전세 계인들이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을 접하고 있는데, 이는 특히 여성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듯하다. 학교나 유치원이 문을 닫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전 업주부들은 하루 세끼 집밥을 챙기느 라 부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나마 남는 시간은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까지 챙기며 하루하루 전쟁 아닌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한다.
전업주부가 가족 돌봄과 가사노동으로 힘들어하는 반면, 직장여성은 경기침체로 인해 직장내 불이익을 당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여성노동자의 70%가 “코로나19로 인한 가족 돌봄으로 직장 내에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우려하고 있었고, 진급에 걸리는 기간은 직급이 높을수록, 자녀를 둔 여성일수록, 남성이나 무자녀 여성에 비해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경력단절로 인해 주로 비정규직으로 재취업하는 비율이 높은 워킹맘의 현실은 더욱 가혹했는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2) 지난해 여성취업자는 전년동기 5.5%가 줄어들었고, 2016년 이래 처음으로 하락했다고 한다.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여성 5명 중 1명이 지난해 3월이후 일자리를 그만둔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3), 이들 중 46%는 코로나19로 인한 직장폐쇄나해고등 비자발적인 사유로 직장을 떠났다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고용조정을 여성이나 임산부, 육아 휴직자를 대상으로 우선 적으로 실시했다는 응답도 40%에 달 하는 반면, 비정규직 여성들의 경우 고용보험 가입자 비율은 단지 27%로 나타났다. 여성들의 고용 절벽뿐만 아 니라보험혜택도충분치않은열악 한 현실을 보여준다. 특히 20대 여성의 경우 4명중 1명이 코로나19이후 일을 그만두어, 타연령대에 비해 퇴직 비중이 높았다.4) 이들이 주로 일한 곳이 숙박 음식점업이나 서비스·판매직 등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이었기에, 재취업이 쉽지 않음을 짐작케 한다.
여성들을 힘들게 만드는 것은 단지 일자리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출금지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가정폭력, 성폭력의 급증도 세계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정 경제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가족 간 긴장 관계가 증가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는데,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 서구 여러 나라에서는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에 의해 여성이 살해되는 ‘페미사이드’(Femicide) 중단을 촉구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유엔은 작년 11월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코로나19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 특히 가정폭력이 증가했다며, “여성에 대한 폭력 또한 팬데믹(대유행) 상황”이라고밝혔다. 덧붙여서, 가정폭력을 코로나19 방역 관리의 일환으로 대처해야한다며 여성 안전을 우려했다.
우리나라도 국회의장이 ‘세계 여성의 날’ 기념식에서 가정폭력에 대한 우려와 돌봄노동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욱 고통 받고 있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가정폭력 신고 사례가 ‘폭증’하고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 달리 한국은 오히려 감소세를 보였다. 왜 그럴까? 영국은 자국 내 가정폭력이 30% 이상 증가했다면서 개발도상국은 오히려 신고율이 줄어들 수 있음을 경고했는데, 그 이유는 여성인권 수준이 낮은 나라일수록 신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한국 여성인권 수준은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음을 통계
수치가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경찰청은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112로 접수된 가정폭력 신고 건수(4만5065건)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감소했다고 발표했다.5)
가해자와 같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서 여성 피해자에 대한 신체적 폭력은 물론 언어적·정서적 폭력도 증가하였고, 친밀한 사이라 할지라도 잦은 다툼이 폭력으로 변하거나 심지어 신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억압적인 현실에 놓여있었다. 즉,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에서, 여성들은 갖은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몰래카메라, 미투운동, ‘n번방’ 사건 등 여성 성착취 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몰카를 걱정하며 일상의 안전을 염려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특히 취약 계층인 여성에게 더 큰 충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여성의 고통은 여성만의 고통이 아니다. 인드라망의 그물처럼 모든 존재가 상호 의존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살고 있는 현실에서, 그 피해는 가족 구성원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지금이라도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K-방역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우리나라가, 가정 폭력을 신고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성인권이 후진국 수준임을 확인했으니, 이에 대한 강
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제, 여성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 코로나19 만큼이나 여성 폭력에 대해서 엄중하게 대응한다는 원칙을 제시하고, 가정 내에서 발생하는 일체의 폭력은
사적인 문제나 집안일이 아니라 심각한 범죄임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또한 여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경찰이나 연관 단체들이 적절하게 개입할 수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리고 일·가정 양립을 원하는 여성들을 위한 공적 돌봄 시스템이 확보되고, 온텍트(on-tact)로 경력단절 여성들의 재교육이나 취업지원 맞춤 서비스는 물론, 성인지적 접근을 통해 여성의 경제적 자립을 지원해야 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 세계가 고통스러워할 때, 인류의 행복을 위해 진정으로 나서야 할 곳은 종교계이다. 신의 섭리나 깨달은 자의 지혜는 공통적으로 나 자신뿐만 아니라 이웃을 사랑하고 공동체를 아끼며 더불어 살아갈 것을 가르친다. 그러므로 진정한 종교인이라면 코로나 19 예방에 적극 동참함은 물론, 길을 가다 마주친 사람들에게도 환한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누며 서로 격려하고, 범사에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옥복연 / 종교와젠더연구소 소장. 서울대 문학박사(여성학전공). 서울대 여성연구소 선임연구원과 국민대 강사 역임. 주요 논문으로 〈붓다의 재가여성 십대제자에 대한 불교여성주의적 분석〉 〈불교 경전에 나타난 여성혐오적 교리 해석〉 〈다시 팔경계를 소환하며〉 등이 있고, 공저로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불교와 섹슈얼리티》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등과 역저로 《불교페미니즘: 가부장제 이후의 불교》 등이 있다.
출처: 종교와평화 [156호] 2021년 3월 3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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