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구니(Bhikkuni): 더 이상 비구니패싱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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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8-10 14:13 조회3,519회 댓글0건본문
비구니(Bhikkuni): 더 이상 비구니패싱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사진은 지난 7월 28일 촛불집회에서 비구니스님들을 대표해 발언에 나선 보인스님) |
설조스님의 단식 35일째, 비구니스님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비구니가 종단내 이슈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얼마만인가? 1차 151명, 2차 106명, 그리고 3차 50명의 비구니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현직 총무원장스님의 사퇴를 요구했다.
PD수첩 내용의 사실 여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법문중이 세간의 조롱이 되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노비구스님이 종단의 적폐 청산과 교단 정상화를 내걸고 노숙텐트에서 목숨이 위태로웠지만, 종단의 어른스님들을 믿으며 또 공업 중생으로서 아픔을 함께하며 기다렸지만, 종단지도부는 아무런 변화가 없음에 암담했다고 한다.
결국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며 설조스님 살리기에 마음을 모으고, 300여 비구니들이 모인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도 반가운 일이다.
종단 내에서 비구와 비구니는 승가의 두 축으로, 새의 양 날개, 혹은 수레의 두 바퀴로 비유하며 상호 조화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962년 조계종단의 출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구니 차별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 존중과 평등사상을 강조한 붓다의 가르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교육과 수행 과정에도 불구하고, 2012년 종단에 등록된 출가자의 성비가 비구 6,458명과 비구니 6,658명으로 비구니의 숫자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비구니는 비주류이다. 비구니는 열외이다.
조계종단의 종헌은 종도의 구성원을 “승려(비구․비구니)와 신도(우바새, 여성신자)로서 구성한다.”라고 하여, 전 종도가 종단의 정치적 결정에 참여하는 ‘종도 주권주의’를 추구한다.
하지만 종단의 주요 책임자인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중앙종회의장, 교구본사 주지는 반드시 “비구”여야만 하고, 호계위원 조차도 “법리에 밝은 비구”만이 가능하다.
심지어 종단의 최고 의결기구이자 입법기구인 중앙종회의원 81명 의원 가운데 비구니는 10명만이 할당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구와 비구니가 새의 양 날개라면 절대로 날 수도 없고, 두 바퀴라면 결코 굴러갈 수가 없다.
왜 비구니는 종단에서 지도자가 될 수 없는가?
왜 종회의원은 10명만 가능한가?
이에 대한 답은 지난 2013년 제194회 중앙종회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중앙종회 비구니의원들은 비구니 징계 여부와 관련된 일은 비구보다 비구니가 비구니를 더 잘 알기 때문에, 비구니가 심사할 수 있도록 초심 호계위원만이라도 비구니가 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정안을 발의하자 본회의장은 웃음소리와 야유소리가 뒤섞여 소란스러워졌고, 다수 비구에 의해 이 안은 거부당했다
이유인즉, 비구니가 비구를 비판할 수 없다는 팔경계를 거론하기도 했고, 비구니가 중앙종회의원으로 회의장에 들어오는 것조차도 율장에 어긋난다거나, 비구는 비구니를 보호할 수 있지만 비구니는 미성숙해서 비구니에게 오히려 피해를 준다고 손을 들어 공개 발언을 했다.
사회가 성평등을 법으로 강제하고 있는 시대에 이런 발언은 성차별로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건만, 아무런 문제의식조차 없었다. 결국 비구니의원들은 더 이상 중앙종회에서 비구니승가의 대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집단 퇴장 했는데, 그 후 비구니 권익을 위한 어떤 개정안도 나오지 않고 있다.
종단 지도부를 독점하는 비구의 비구니차별은 여성불자의 차별로 이어지고, 성차별에 무지하므로 이를 용인하거나 묵인하여 종단 내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 등 각종 성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비구승가의 낮은 성의식은 가히 종단 파괴적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에, 비구니승가는 더 이상 비구니차별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비구니권익을 옹호하는 것이 종단을 살리는 길이다.
지난 5월, 모 본사주지의 비구니자매 성폭행사건에 대해 성평등불교연대(이하 성불연대)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러자 연대단체인 ‘전국비구니회’와 선학원사태에 대응하는 ‘선미모’ 비구니스님들은 법보신문에 성불연대가 지나치게 정치화되었다며 성불연대를 해체해야 한다고 인터뷰를 했다.
피해 비구니자매의 고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지목된 본사비구의 성폭력이 입증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비구중심 종단에서 항상 비주류로 차별받았던 비구니 권익을 비구니의 편에서 옹호하는 것은 정치적인 행위가 맞다.
그런데 이는 이권과 파벌을 내세우며 종단을 이전투구판으로 만드는 소위 ‘종단 정치’와는 그 목적과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다.
이제 비구니승가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역량을 모으고, 법과 제도를 고치는 실천적인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 ‘불사음’에 대한 계율 위반에도 종단 내 자정 능력이 보이지 않기에 비구니의 목소리가 더욱 시급하다.
설조스님은 “제게 교단은 목숨보다 소중한 귀의처”라시며, “목숨이 하나가 아니라 10개가 있다면 10개를 다 바쳐서라도 이 교단을 바로 세우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스님은 또 “농부들은 그해 농사가 잘 될지 못 될지를 계산하지 않고, 때가 되면 씨 뿌리고 거름 주고 김을 매고 추수를 한다.
독립운동을 하던 우리 선열들은 당신 생전에 독립이 안되더라도 자손대에서라도 민족 독립은 보고야 말 것이라는 믿음으로 독립운동을 했다.”라고 말씀하시며 실천을 부탁하셨다.
설조스님은 “결과가 내일 나타나든, 모레 나타나든, 다음 달에 나타나든 관계없이 교단이 꼭 정립되어야 한다는 농부의 마음으로, 독립군의 마음으로” 노력해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제 비구니들은 설조스님에게 응답해야 한다. 더 이상 비구니패싱을 용납해서는 안된다.
옥복연(종교와젠더연구소장)
불교포커스 "여시아사"중에서(2018.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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