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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ha(어리석음): 침묵하는 재가자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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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8-09-03 11:24 조회3,4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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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ha(어리석음): 침묵하는 재가자도 공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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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몰카 무시하고 남자몰카 신속수사”, “남성이면 집행유예 여성이면 감옥살이”, “어지간히 차별해라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올여름을 뜨겁게 달구었던 젊은 여성들의 외침은 절박했다. 

혜화역에서 수 백 명이 모이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명에서 수 만 명으로 늘어났고, 광화문에 7만 여 명이 모여 소리를 높였다. 여성들만의 집회로는 한국역사상 최대 규모인데, 무엇이 이 젊은 여성들을 거리로 나가게 했을까?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에 내몰린 우리 사회의 청년들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삼포세대에서 취업, 내 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 건강 등등 포기해야 할 것이 무한대라며 스스로를 N포세대로 부른다. 

이들 가운데에도 특히 취약한 2~30대 젊은 여성들이 미투운동과 불법 몰카촬영을 반대하며 광화문 광장의 뜨거운 콘크리트 바닥에 앉아 구호를 외치고, 실신해서 실려 나가기도 하고, 또 삭발식을 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안희정 성폭력사건 무죄 판결은 수많은 여성들에게 또다시 좌절감을 안겨주었고,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 살겠다 박살내자”며 또다시 거리로 나갔다. 그런데 성범죄관련 남성 가해자는 크게 두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행위가 잘못인 줄은 알지만 한 번도 지적당하지 않았기에 예사로 저지르는 ‘권력형 무지형’이 있고, 또 잘못인 줄 모르고 저지르는 ‘자발적 무지형’이 있다. 이 두 유형 모두 무지하기 때문에, 어리석기 때문에 부끄러움을 알지 못한다.

성범죄를 예방하는 방법 가운데 ‘방관자 되지 않기’는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남성상사가 성희롱적인 발언을 해도 조직원이 침묵하면, 성희롱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서 성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성희롱입니다”라고 분명히 말해주면, 함께 있던 사람들도 조심을 하게 되므로 재발 방지 효과도 있다. 이처럼 잘못에 대해 침묵하지 않고 잘못이라고 말해주는 것, 이는 잠재적 가해남성을 무지로부터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재발 방지효과까지 있어 직장이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곳이 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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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이 젊은 여성들 못지않게 뜨거운 길바닥에서 소리친 사람들이 있으니, 이들은 조계종단의 적폐 청산을 외친 재가불자들이다. 

토요 촛불법회의 방아쇠를 당긴 것은 MBC PD수첩에서 방송된 소위 큰스님(?)들의 도박, 폭행, 성범죄 등이었지만 사실 재가불자들이 일부 출가자들의 범죄 행위를 접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탐진치를 극복해서 깨달음을 얻고자 한 출가자들의 일탈을 접할 때마다, 다수 불자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회피하거나 혹은 방관한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이들의 일탈 행위는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더니, 결국 불자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엄청난 자괴감으로 되돌아오곤 했다.

특히 종단 내 지위가 높을수록 범법 행위 출가자들은 ‘권력형 무지’로 무장한 후 절대로 그런 일이 없다며 부인하거나, 법적 대응 운운하며 엄포를 놓거나, 심지어는 불교 억압이니 교권을 수호하라며 신도들 뒤에 숨는다. 

이들이 무서울 게 없는 괴물로 변한 것은 종단 내 위계와 권위를 공고히 만드는 데 협조한 재가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출가자의 잘못을 지적하기는커녕 덕 높은(?) 스님이라며 복종하고, 기행(奇行)이라며 미화해주고, 어쩌다 드러나도 쉬쉬해주고, 여성이 유혹했다며 핑계를 대주고, 어쩌다 한 번의 실수라며 옹호해주었다. 

그 결과 최근 총무원장 불신임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종단은 더 이상 자정능력조차 상실한 집단임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이제 재가자가 나서서 말해야 한다. 더 이상 공범이 되기를 거부해야 한다. 방관자 되지 않기를 선언해야 한다. 

종단 지도부 누구든 계율을 어기고 종법을 위반하면 잘못이라고 말해야 하고, 엄격한 처벌을 요구해야 하고, 출가자의 일탈을 감시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출가자에게는 경배도, 시주도, 법문도 거부해야 한다.

초기경전인 ‘맛지마니까야’의 ‘외투에 대한 경’에서 빠세나디대왕이 존자 아난다에게 “괴로움을 가져오는 신체적 행위는 어떠한 것입니까?”라고 묻는다. 

이에 아난다는 “그것은 바로 스스로를 해치고 남을 해치고 나와 남 둘 다를 해치고, 그것으로 인해 악하고 불건전한 것들을 키우고, 착하고 건전한 것들을 줄어들게 하는 신체적 행위입니다. 이러한 신체적 행위는 수행자들이나 성직자들이나 현명한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출가자의 범법 행위는 그 자신을 망가뜨리고 교단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손상시킬 뿐만 아니라, 악(惡)이 증장되고 선(善)이 감소되며, 사람들에게 비난을 받게 한다.

성범죄 가해남성의 ‘권력형 무지’로 인한 피해자는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받는 ‘평범한’ 일반 남성들이겠지만, 출가자의 ‘권력형 무지’로 인한 피해자는 청정한 출가자와 재가가 뿐만 아니다. 

어리석은 출가자는 붓다와 그의 가르침 그리고 승단 전체를 욕 먹인다. 그러므로 이제, 재가자는 더 이상 부패하고 타락한 출가자의 공범이 되지 말아야 한다. 앞장서서 종단의 적폐를 드러내고 말해야 한다. 

계율과 종법에 의한 엄격한 처벌을 요구해야 하고, 또 감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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