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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애(metta): 모든 생명 모두 다 행복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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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6-05-27 16:33 조회4,05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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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애 (m e t t ā): 모 든  생 명  모 두  다  행 복 하 기 를 



누군가 말했다. 4월이 오면 숨을 쉬는 것조차 미안하다고.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학생들은 배가 침몰한다고 핸드폰으로 신고했지만 묵살 당했고, “배 안에서 움직이지 말라”는 선내 방송만 이어졌다. “가만히 있으라”고 하던 선장과 선원들은 배를 버리고 탈출했고, 구조를 기다리던 단원고 아이들 246명이 사망했다. 아직도 4명은 주검도 찾지 못해 ‘실종’으로 기록되어 있다. 2년이란 시간이 흘러갔지만, 어쩌다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진실은 여전히 바다 속 세월호와 함께 가라앉아 있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떠서 아침 일찍 집을 나간 아이들이 주검이 되어 돌아온 사건 당시,  유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통함에 잠겼었다. 어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냐며 기가 막혀했다. 모든 방송은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혹시 한 명이라도 구조 소식이 들려올 까 사람들은 밤새 뉴스에 귀를 기울였다. 전국에 설치된 분향소는 남일 같지 않다며 유가족과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들로 넘쳐났고, 희생된 이들에 대한 죄책감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세월호는 침몰 후 구조된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유가족은 ‘아직은 아이를 가슴에 묻을 수 없다’며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렸기에, 이들에게는 대학 진학의 특혜를 주면서 우리 사회는 그 아픔을 배려했다. 또한「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금, 상황이 어떻게 달라졌을까?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는 국민들 간에 갈등의 아이콘이 되어 버렸다. 일부에서는 ‘세월호 피로감’ 이라며, 세월호라는 말만 나와도 이제는 지겹다며 고개를 돌린다. 세월호 참사는 단지 바다에서 일어난 수많은 사고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거나, 유족들은 자식 목숨을 담보로 돈을 챙기려는 나쁜 부모라거나, 세월호 특위는 세금만 축내는 도둑이라며 해체하라고 소리높이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고등학교가 되었던 단원고에서, 피해학생들을 기억하기 위한 장소로서의 ‘존치교실’은 ‘신입생을 위한 교실 부족’을 이유로 존폐 여부로 시끄러웠다. 도청에 설치한 세월호 분향소는 ‘회의공간이 부족하다’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고, 일부 보수단체들은 유족들의 광화문 농성장에 찾아와서는 서울시민을 위한 장소인 광화문광장을 나가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유족들은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기에 아직도 아이들을 보낼 수 없다며 치유되지 않은 아픔을 눈물로 호소하고 있는데, 또 다른 한 편에서는 할 만큼 했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사고 그날로 시간이 멈춰버린 유가족이나 이제 그만하자는 반대자들 모두 누군가의 자식이고 또 누군가의 부모이건만, 어쩌다가 이렇게 분노와 적의를 보이며 서로 갈등하고 대립할까?

보통 사람들은 고통에 처하게 되면 자신의 종교에 따라, 혹은 종교가 없더라도 교회나 성당, 사찰을 찾기도 한다. 이 때 각 종교들은 ‘자애’로 고통 받는 자들을 위로한다. 가톨릭에서 ‘자애’는 남에게 관심을 가져 주고 그의 괴로움과 슬픔, 그리고 기쁨과 즐거움도 알아주는 마음을 말한다. 기독교에서 ‘자애’는 그리스도께서 사람의 자녀들에게 갖고 계신 사랑이며, 사람의 자녀들이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마음이다.

불교에서 ‘자애’는 차별 없는 사랑, 모든 존재에 대한 사랑 그리고 나누는 사랑이며 특히 모든 존재가 차별 없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겨있다.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크거나 작거나, 길거나 짧거나,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 살든, 태어났거나 태어나려고 하는 것이든 하나도 빠짐없이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애’이다. ‘자애’의 마음으로 보면,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의 고통은 단지 그들만의 고통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그런데 내 마음 속에 타인에 대한 분노나 적의가 있으면 타인의 행복을 제대로 기원할 수가 없다. 마치 내 손이 따뜻하지 않으면 타인의 손잡았을 때 따스한 온기를 나눌 수 없는 것처럼, 내가 행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랄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증오에서, 악의에서, 괴로움에서 벗어나서 행복해야 하는데,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있다면 나도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즉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라도 세월호 유가족들이 행복해야 하므로, 그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세월호 참사는 불가피한 천재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기심이 불러온 인재이다. 다시는 이러한 사고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진상을 정확하게 규명해서 철저하게 예방해야 한다. 마치 어머니가 하나뿐인 자식의 목숨을 지키는 것처럼 몸으로, 말로, 행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자애’를 실천하는 길이듯이, 법과 제도를 다듬고 또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지금도 세월호는 “아직 여기 사람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기에 결코 잊어서도 안 되고 외면해서 안 되는,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모두에게 생생하게 살아있어야 한다.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시인은 시로, 가수는 노래로, 작가는 글로써 그날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 사람들은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팔찌를 두르고 그날의 아픔을 기억하자. 그리고 온 마음으로 간절히 기원한다.

“모든 생명 모두 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생명 모두 다 행복하기를…”


옥복연

출처: 불교포커스 (2016.04.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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