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a(악마): 차별하고 화합을 깨는 그 사람이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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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3-06 11:15 조회3,703회 댓글0건본문
차별하고 화합을 깨는 사람이 마라Māra
박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촛불민심에 대한 기득권의 저항 정도가 상상 그 이상이다. 성조기를 흔들며 게엄령 선포나 군대 동원 요구는 물론 공개적으로 테러 협박까지 하는 이들을 보고 뉴욕타임스는 마치 ‘광신도’같다고 표현했다.
대통령이 탄핵되면 시가전이 일어나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며 헌재를 협박하는 대통령 변호인단을 보면, 권력자들이 그들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짐작하게 한다.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올해는 대통령 선거가 있을 것이고, 또한 조계종단에서는 총무원장 선거가 있다. 지난 34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재선된 자승스님은 자성과 쇄신의 종단을 약속하면서, 특히 ‘총무원장 직선제 도입’과 ‘비구니 참종권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종단 발표에 의하면 조계종의 승려 수는 13,078명으로, 그 중 비구 5,972명이고 비구니 5,501명이다. 이 정도 숫자라면 직선제 실시가 현실적으로 그리 어렵지도 않을 것이며, 비구니승가의 대사회활동이 증가하는 현실에서 비구와 동등한 비구니 선거권에 대한 암묵적 합의도 종단 내에서도 널리 확산되었기 때문에 사부대중들의 기대도 컸다.
총무원장선거를 앞두고 작년 한 해 동안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한 사부대중의 관심은 매우 높았는데, 불교시민사회의 직선제와 총무원의 ‘염화미소법’은 대립했다.
그리하여 종단은 승가 내 여론 수렴을 위해 법납 10년 이상의 스님들을 대상으로 한 총무원장 선거방식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80.5%라는 압도적인 다수가 직선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비구(79.4%)보다 비구니(81.8%)가 직선제를 더욱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비구는 승납 30년 이상 77%, 25년 이상 81.7%, 20년 이상 83.9%가 찬성했지만 비구니는 30년 이상 81.8%, 25년 이상 85.2%, 20년 이상 90.5%로 응답했다. 동등한 승납인 경우, 비구니가 비구보다 상대적으로 직선제를 더 선호하는 것이다.
선거인단 자격도 첨예하게 대립했는데, 비구보다 비구니의 승납을 더 높이자거나 재가자도 허용해야 한다는 등 논란이 많았다. 하지만 조사 결과를 보면 출가자들은 ‘승납 10년 이상’을 84.3%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자를 제외한 것은 문제적이지만, 비구와 비구니에게 동등한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이 응답에서도 비구(80.4%)보다 비구니(88.7%)가 승납 10년 이상을 더욱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비구니가 비구보다 직선제를 선호할까?
2011년 ‘불교인 성평등실태조사’에 의하면, 출·재가자들도 조계종단 종법에서 제시된 일부 조항들은 매우 성차별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비구니는 총무원장, 포교원장 등 종단 지도자가 될 수 없으며, 중앙종회의원 81명 가운데 비구니는 10명으로 제한하는 조항들은 성차별이라는 응답이 80%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구니는 성차별적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종법이 붓다의 평등사상을 실현하는 도구가 아니라 성차별을 합리화하면서 젠더 위계를 정당화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하겠다.
팔경계에 대한 인식도 이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는데, 팔경계가 성차별이라는 인식이 비구(31.1%)보다 비구니(67.4%)는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팔경계가 사문화되었다는 주장과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주장 사이의 간극은 매우 컸는데, 이는 승가 내 갈등 요인이 될 것임을 예측할 수 있다.
이처럼 종법과 팔경계의 성차별성에 대한 비구니승가의 불만이 높은 현실에서, 총무원장 직선제는 승단 내 성차별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비구니승가가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다수 대중이 직선제를 열망하고, 승가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는 비구니의 절대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직선제가 실현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종단 내 일부 기득권세력이 종단 권력을 대중에게 돌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고, 또한 비구니 참종권 확대를 원치 않기 때문일 것이다.
“비구니 스님이 결집하면 그걸로 총무원장 선거가 끝이 난다” “주요 본사와 비구니회만 뭉치면 총무원장 교육원장 종회의장 다 돌아가면서 할 수 있다”는 등 총무원장의 비공개 발언은 비구니 차별적인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가를 알 수 있다.
「쌍윳다니까야」에서는 아라한이 된 쏘마비구니 앞에 ‘마라’가 나타나서 “두 손가락만큼의 지혜를 지닌 여자”로서는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자 쏘마비구니는 여자 혹은 남자라는 생각으로 차별하는 자는 ‘마라’라며 그를 쫒아버린다.
여자, 혹은 남자라는 이유 때문에 차별을 정당화하는 자는 모두 ‘마라’임을 붓다는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비구니를 차별하며 그 권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 단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제하고 억압하려는 자, 민주적인 교단 운영을 외면하며 교단의 화합을 깨려는 자, 우리는 이들을 ‘마라’라고 부르자. 그리고 우리는 이 마라가 가장 두려워하는, 깨어있는 불자가 되자.
옥복연(출처: 불교포커스 2017.02. 27, '여시아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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