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자 성범죄, 교단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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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8-02 12:32 조회3,557회 댓글0건본문
출가자 성범죄, 교단의 타락상을 보여주는 지표
의사나 변호사, 언론인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 가운데 성범죄가 가장 많은 직업군은 무엇일까? 경찰청이 발표한 지난 5년 동안의 전문직 성범죄자 통계에 의하면 종교인이 가장 많다고 한다.
그나마 이 수치는 형사 입건 등으로 드러난 것이니, 아마도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훨씬 많을 것이다. 어느 종교를 막론하고 성직자들을 예경하는 이유는 신자들보다 더 높은 도덕성과 자비로운 영성으로 삶의 지혜를 알려주며 현대인들을 위로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종교인의 성범죄가 왜 급격하게 증가할까?
성범죄는 주로 남녀, 혹은 직장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권력 관계에서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라도 말한다. 상대는 원치 않는데 강제로 성적 행위를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는데, 만약 가해자가 성직자이고 피해자가 신자인 경우라면 피해자는 더 큰 고통을 겪게 된다.
평소에 존경하는 신부나 목사, 혹은 스님들이 마귀를 쫒아낸다거나 복을 내려준다는 말에 성적 피해를 당하기도 하고, 절대적으로 믿고 따르는 성직자의 위계나 위력에 어린 여학생들이 저항하지 못하고 피해를 당하기도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며 협박하거나 회유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설령, 주변 사람에게 피해를 호소해도 오히려 피해자가 비난당하거나 침묵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처럼 피해자는 여성으로서, 그리고 신자로서 혼란을 겪으며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종교인에 의한 성범죄는 가중 처벌이 마땅하다.
우리사회 성범죄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남성의 성적 욕구는 본능이며 성적 방종을 ‘능력 있는’ 남성으로 치부하고, 여성은 순종적이고 순결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몸조심을 해야 한다는 가부장적인 성규범 때문이다.
최근 여성의 지위가 올라가고 여성을 위한 법제도가 생기면서 성평등의식이 급격하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일부 종교인들의 문화지체현상은 종교인 성범죄의 또 다른 원인 이 되기도 한다.
가부장적인 설교나 설법은 종교적 권위로 포장되기도 하고, 신도보다 우월적인 지위에서 억제하지 못한 성욕이 더해지면 결국 성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종교법이나 관습에서의 성차별 역시 종교인 성범죄를 증가시킨다.
예를 들면 여성은 목사나 신부가 될 수 없다거나, 남성출가자만 종단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등 여성 비하가 일상화되면, 그 결과 여자에게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면서 성폭력을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종교인들의 성범죄가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원인은 성폭력을 개인의 일탈만이 아니라, 그러한 일탈을 가능케 한 교단 내의 타락과 부패가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특히 교단의 지도자가 성적으로 타락하거나 방종하게 되면 그의 지도력은 손상되고, 교단 내 성범죄를 묵인하거나 방조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종교인의 성범죄는 계율을 어긴 것뿐만 아니라, 수행공동체를 파괴하고 교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며, 결과적으로는 종교창시자의 교리 자체를 훼손하는, 즉 그 종교가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종교인 가운데 특히 출가자의 성범죄도 심각하다. 한국 선불교의 최후 보루라고 할 수 있는 선학원 이사장이 여직원 성추행으로 고소당해서 재판중이며, 조계종단의 중앙종회의원이자 해인사 고불암 감원인 모스님도 여직원 성추행으로 고소되었다.
이 여직원은 이전에도 스님의 성추행이 있었지만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고소했다고 한다. 더군다나 과거에 성매매여성과의 추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종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또 암자 책임자라는 임무를 맡았던 이 스님은 결국 이 사건으로 소속된 사찰에서 쫓겨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출가자 성범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종단은 성범죄예방 대책도 없고, 징계되었다가도 계파간 이해관계로 사면되기도 하고, 종법으로 제대로 처벌하지도 않고, 종단의 성차별이나 부패에 대한 문제의식도 없고, 이에 대한 반성도 없기 때문이다.
붓다는 가장 남성을 유혹하는 것은 여인의 모습, 소리, 향기, 냄새, 맛, 감촉이라고 했을 정도로 성욕을 억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윳따니까야』의 ‘바라드와자경’에서 붓다는 성욕을 억제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즉, 붓다는 젊은 비구들이 아름다운 여인들 속에서도 성욕을 제어하면서 수행하기 위해서는 “나이 많은 여인들은 어머니처럼, 누이 또래의 여인은 누이처럼, 어린 여인은 딸처럼 마음을 일으키라”고 가르친다.
불교포커스 자료사진. |
그렇게 해도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면, 몸은 더러운 것으로 가득 차있음을 아는 부정관을 하라고 붓다는 가르쳤다. 겉으로는 아무리 아름다운 여인의 몸일지라도 그 몸은 피와 고름 등으로 가득 차 있고, 또 늙고 병들어 죽는 몸이라는 것이다.
이 두 방법에도 불구하고 성욕을 참을 수 없을 때는 여자의 소리, 향기, 감촉 등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감각적 문을 수호하고 올바른 새김을 확립하라고 가르친다.
출가자들이 여성을 자기 가족처럼 대하지는 못할지라도 자신과 동등한 인격을 가진 존재로 받아들인다면, 부정관은 못할지언정 악행에는 악업이 따르고 선행에는 선업이 따른다는 인과법을 잊지 않는다면, 감각기능을 단속하지는 못할망정 자신이 출가자임을 잊지 않는다면, 교단이 청정해서 계율이 지켜진다면, 출가자 성범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옥복연(불교포커스 "여시아사" 중에서 20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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