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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17살 소녀가 노벨상 받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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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4-10-20 12:13 조회3,8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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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소녀가 노벨상 받은 이유


올해 노벨평화상은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인 말랄라 유사프자이(17세)와 인도의 아동권리운동가인 카일라쉬 사티야티(60세)가 받았다. 역대 수상자의 면면을 보면 마틴 루서 킹 목사, 테레사 수녀, 넬슨 만델라, 김대중 전 대통령 등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다.

이 중 말랄라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데, 어떻게 열일곱 살 소녀가 이 상을 받을 수 있었을까? 소녀의 이름인 말랄라는 아버지가 지었는데, 유명한 시인이자 여전사였던 ‘말랄라이 마이완드’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아버지는 교육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였고, 영특했던 소녀는 아홉 살에 마을 사람들 앞에서 학교 교육에 대해 발언할 정도로 성장했다. 영국 BBC 블로그에 여학생 교육의 중요성을 글로 올릴 정도였다.

그런데 2009년 파키스탄 북서부지역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단체가 소녀들에 대한 교육을 금지하며 학교를 폐쇄했고, 여성교육을 주장하던 소녀에게 총탄세례를 퍼부었다. 중태에 빠진 소녀는 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졌다.

완쾌된 후에도 전 세계 여성의 교육권을 옹호하는 활동을 펼쳤으니, 그 어떤 협박도 소녀를 막지 못했다. 그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게 되었는데,   탈레반은 노벨평화상 수상자 발표 직후에도 소녀를 ‘이슬람의 적’이라고 주장하며 살해 위협을 하고 있다.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이 여성 교육을 반대한 사례는 또 있다. 올해 봄, 나이지리아의 한 여학교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여학생 276명이 이슬람 원리주의단체 ‘보코하람’에 집단 납치되었다. 이들은 여성교육을 반대한다면서 납치한 여학생들은 모두 결혼시키기 위해 시장에 내다 팔 것이라고 주장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57명만이 탈출했고, 나머지는 언제 집으로 돌아올지 기약이 없다.

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살해와 납치까지 하면서 여성이 교육받는 것을 반대할까? 이슬람교가 여성을 차별하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슬람교 교리는 놀랄 정도로 남녀평등적이다. 이슬람교 창시자 마호메트가 이슬람국가를 건설하기까지 부인 카디자의 영향이 매우 컸고, 그가 전통적인 여성차별을 거부했음은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서도 알 수 있다.

“믿는 남자들과 믿는 여자들은”로 시작하는 쿠란의 구절들은 신의 계시가 남녀에게 동등하게 적용됨을 가르치고, “여성은 남성의 옷이고, 남성은 여성의 옷”이라는 구절은 남녀가 평등함을 강조한다. 만약 오늘날 마호메트가 생존했다면 그의 가르침이 현실에서 이처럼 왜곡되고 있음을 한탄할 것이다.

여성교육을 반대하고 여성차별을 합리화하는 이유 가운데 여성혐오증도 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여성을 미성숙하고 열등한 존재인 ‘잘못된 남자’로, 영국의 사상가 존 로크는 여성을 합리성이 결핍되어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비이성적 존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인간”이라며 여권신장운동이 등장했고, 남녀가 평등한 교육권에 대한 주장은 19세기 구체화되었다. 영국 최초의 여권옹호론자 ‘메리울스턴크래프트’는 여성의 교육권과 참정권 등을 요구했는데, 특히 여성교육은 남성에게 사랑받는 여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여성도 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주장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교육 요구는 1898년 9월8일 황성신문에 실린 ‘여권통문’이다. 북촌에 사는 400 여 명의 신여성들이 “우리나라도 타국과 같이 여학교를 설립하고 각각 여아들을 보내어”라며 여성도 교육 받고 정치에 참여하며 직업을 가질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 최초 여권선언문인 것이다.

여성이 성숙하고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이는 여성을 넘어 지역과 국가를 넘어 인류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 또한 기성종교에서 신자의 다수인 여성의 성장을 위하는 것은 종교 본연의 역할이다. 어떤 이념이나 종교로도 남녀차별은 정당화될 수 없기에, 어린 소녀의 용감한 행보에 찬사를 보낸다.


옥복연(법보신문 201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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