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종교지도자가 될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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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09-20 19:41 조회4,184회 댓글1건본문
여성은 종교지도자가 될 수 없는가?
- 제 11차 세계불자여성대회를 다녀와서-
옥복연
세계 종교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종교에서 종교 지도자는 남성인 반면, 그 종교를 지탱하고 가르침을 앞장서 실천하는 신도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왜 여성은 종교의 지도자가 될 수 없거나, 혹은 있다고 해도 아주 극소수에 불과한 것일까? 지도력은 남성적인 특성이고 여성은 돌봄과 봉사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인가? 역사적으로 볼 때 정말 여성지도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인지 불교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러한 의문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불교와 여성관련 이슈들을 함께 연구하고, 또 서로 의견들을 나누기 위해 세계의 불교 여성들이 2년마다 모이는 샤카디타Sakyadhita는 "붓다의 딸들" 이라는 의미를 가진 세계최대 불교여성단체이다.
1987년 2월 인도 부드가야에서 결성되어 현재 세계 45개국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1987년 인도대회를 시작으로 2년에 한 번씩 태국, 스리랑카, 라닥, 캄보디아, 네팔, 타이완,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서 세계의 불자 여성들이 모여서 불교와 여성과 관련된 연구를 발표하거나 토론회, 각종 퍼포먼스 등을 통하여 전 세계 불교 여성들의 깨달음, 화합, 그리고 자비행을 실천하기 위한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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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8일부터 2010년 1월 3일까지 베트남의 호치민시에서 열린 “샤카디타 제 11차 세계불교여성대회(11th Sakyadhita International Conference on Buddhist Women, 이하 ‘샤카디타’로 칭함)”는 “뛰어난 불자 여성(Eminent Buddhist Women)”이라는 제목 하에 개최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와 발표자가 증가하였는데, 이번 대회는 서구와 유럽, 아시아 등 37개국에서 2000명 이상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으며, 대회 후 1월 4일부터 10일까지 베트남 남부에서 북부 하노이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비구니중심 사찰들을 견학하였다.
샤카디타는 세계 전역의 불교여성들의 훌륭한 업적들을 발굴하고 집중 조명하면서 불교역사에서 거의 자취가 없거나 잘못 전해져오거나 생략된 비구니와 재가 불교여성들의 업적과 삶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제 11차 샤카디타 대회는 불교여성 리더들에 대한 더욱 심도있는 연구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을 하고자 노력하였으며, 총 12개 패널에 56편의 논문들이 발표된 풍성한 대회였다.
한국에서 11분의 비구니스님들과 한국 교수, 불교 관련 연구자, 그리고 재미 교수 등 약 20명 참가하였다. 서울대 철학과 조은수교수는 지율스님의 생태보존운동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고, 미국에서 참여한 재미교수들과 일부 참가자는 영문 발표문을 한국어로 번역하거나 통역하면서 자원봉사를 함께 해주셨다.
여성지도자가 화두로 등장한 이번 대회에서는 각국의 역사 속에 묻혀있던 불교여성지도자들이 소개되면서 감명을 주기도 하였고, 매일 토론 주제를 제시한 소그룹 토의와 질의응답을 통해 대화와 소통을 시도하였다.
모든 참가자가 참선으로 하루 일정을 시작했으며, 공식 일정이 끝난 후에는 베트남에서 정성껏 준비한 각종 퍼포먼스를 보면서 참석자들끼리 서로의 친분을 교류하기도 하였다.
흔히 외부에서 불교는 여성억압적인 종교라고 말을 한다. 왜냐면 여성불성불론(여성의 몸으로는 성불할 수 없고 다음 생에 남성의 몸으로 성불해야 한다), 비구니 팔경계(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가운데 아무리 나이가 든 비구니라 할지라도 어린 비구에게 절을 해야 한다는 등 여성을 비하하는 계율), 여성의 부정적인 섹슈얼리티(여성은 열등하며 남성의 유혹자, 파괴자로서의 존재) 등은 여성의 한계를 분명히 하는 부처님의 성차별적인 교리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일체중생 개유불성(모든 중생은 불성을 가졌기 때문에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이라는 부처님의 평등사상과 생명존중사상에 어긋나는 것이 분명하다.
<베트남 남해 관음사>
그러면 왜 이러한 잘못된 교리가 전해오는 것일까? 대부분의 불교학자나 여성학자들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첫째, 부처님 사후에 경전의 결집 과정에서 그 당시 인도의 성차별적 사회분위기가 반영되었거나 불교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중국이나 한국의 전통 가부장제의 영향을 받아서 부처님의 말씀이 의도적으로 삭제, 왜곡, 혹은 축소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처음 교단에 들어온 500여명의 비구니스님들이 왕족이나 높은 신분이었기 때문에 교단 내에서 신분의 차별이 없음을 강조하신 내용이었고, 또한 출가자들의 수행 과정에서 애욕을 경계하라는 의미에서 여성을 멀리할 것을 방편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이후 남성우월주의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잘못 강조되었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탄생하신 인도사회는 카스트 계급에 기반한 남녀차별이 엄격한 사회였기 때문에 여성이 출가를 하는 것은 물론 종교적인 지도자가 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처는 여성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며, 해탈의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셨고, 세계 최초로 여성교단인 비구니교단을 창설하셨다.
그리하여 원시 불교경전에는 규칙을 잘 지키는 파타짜라, 명상에서 뛰어난 순다리난나, 직관에는 쿤달라케사, 초능력으로 우팔라반나등 지도력을 발휘한 여성들을 부처님께서 공개적으로 칭찬하셨으며, 장로니들의 게송에서는 부처님 생존시 아라한의 해탈을 성취한 70명의 뛰어난 여성들을 볼 수 있다.
또한 부처님을 키워주신 마하파쟈파티가 해탈을 성취했으며, 인도의 아쇼카왕의 딸인 상가미트라는 스리랑카 비구니승단을 만드는 등 불교 역사를 통해본 뛰어난 여성지도자들은 부처의 성평등사상을 보여주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알파걸이니, 골드미스니 하는 용어들이 새로 생겨나고, 사법고시나 외무고시에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여성에 대한 성역할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종교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알파걸이니, 골드미스니 하는 용어들이 새로 생겨나고, 사법고시나 외무고시에 여성의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면서 여성에 대한 성역할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고, 종교 내부에서도 많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불교가 현모양처나 순종적인 여성상을 제시하면서 순종과 인내만을 요구한다면 젊은 여성들은 불교를 고리타분한 종교로 생각하고 점점 멀어질 것이다.
또한 여성의 고통은 여성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깨달음과 실천과정에서 여성종교지도자의 역할이 더욱 많이 필요하고, 그러므로 불교여성지도자를 양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역사이래로 여성은 차별적이고 권위적 위계가 아닌, 대화와 소통, 경청과 공감을 통한 생명, 평화, 자연, 평등의 새로운 가치를 증진시키는데, 이는 불교친화적 사회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왜냐면 생명을 잉태해 본 여성의 경험은 생명의 고귀함을 인간은 물론 모든 살아있는 생명체로 확대하여 인식할 수 있고, 생명을 지키기 위해 평화를 실천하며 평등한 인간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지혜와 자비는 끊임없는 배움의 길이며, 진정한 불자는 개인의 해탈만이 아니라 모든 중생들을 고통에서 구하려고 하는 보살행을 실천하는 사람이다.
인도에서 자비의 화신인 아발로키데스와라, 즉 관세음보살은 남성으로 재현되지만, 베트남과 한국의 관세음보살은 여성성이 강조되면서 긍정적인 여성성을 보여준다.
<위는 베트남 사찰에 모셔져 있는 마하파자파티(최초의 비구니), 아래는 해당 사찰 비구니스승)
이번 대회를 참가하면서 불교국가로서의 모범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위상을 새삼 느끼게 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개별적인 참여와 자원봉사 등으로 인한 한계를 많이 느꼈다.
예를 들면 참석자 몇 분이 자원봉사로 50여 개의 발표문을 번역하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한국 대표가 없다보니 주최측의 의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다음 일정을 몰라 일부 행사를 불참하는 일도 생겼다.
또한 개인적인 관심과 호기심으로 대회에 참석하였기 때문에 대회의 경험이나 성과가 조직적으로 축척되지도 않았고, 연구 결과가 보급되지 못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일회적인 행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대만은 2009년 여교수, 불교연구자와 비구니스님 등이 앞장서서 ‘샤카디타 대만본부’를 결성하여 이번 대회는 어느 참가국보다 모범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여하였다.
그들은 미리 ‘번역위원회’를 구성해서 대회 중 발표되는 원고를 미리 번역하여 한 권의 책으로 배포하였고, 적극적인 행사 참여와 통일된 행동들을 보여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는데, 우리나라의 여성불자들이 힘을 모아 붓다의 딸들로 거듭날 수 있는 그 날을 기원하며...
참여불교 [Vol.60 합본호 2009.11+12~2010.1+2]
댓글목록
선인화님의 댓글
선인화 작성일
왜~?
될 수 없고 스스로
자학 하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