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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비구니연구회에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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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0-05 13:02 조회4,05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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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비구니연구회에 기대한다.
 
예수의 아내가 거론된 고대 문서가 공개되었다고 한다. 미국 하버드대 신학교수가 발견한 서기 150년경의 문서가 ‘예수 아내의 복음서’라는 주장이 발표되었는데, 그 문서에는 예수의 아내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가 막달라 마리아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인데, 몇 해 전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도 마리아가 예수의 아내라고 주장하여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파피루스 조각의 첫째 문장이 ‘어머니가 나에게 생명을 주셨나니’ 이라고 한다. 즉 여성, 어머니가 생명을 준 것이지, 하나님 아버지가 생명을 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이 문서가 사실이라면 여성 기독교인들은 매우 신나는 일임에 분명하다.
 
기독교에서 이브는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었는데 배은망덕하게도 금단의 과일을 따먹도록 아담을 유혹한 죄인이다. 그리하여 여성들에게는 열등하고 사악한 존재라는 굴레가 항상 따라다녔고, 교회나 성당에서 여성은 남성과 결코 평등할 수 없었다.
 
여성 목사가 등장한 것도 최근의 일이요, 여성신부는 아직도 꿈도 못 꿀 일이기에 수녀님들이 중요한 예배를 드릴 때는 반드시 신부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불교는 비구니가 비구와 동일한 수행자이자 성직자로서 똑같은 커리큘럼으로 교육을 받고, 똑같은 수행을 하고, 똑같은 머리 모양에, 똑같은 옷을 입는다. 심지어는 똑같이 설법도 하고, 대학에서 비구니교수가 비구제자를 가르키기도 하며, 성직자로서의 권위를 인정받는다.
 
그래서 비구니교단이 없는 동남아 불교여성들은 한국의 비구니가 높은 지위를 누리고 있음을 매우 부러워한다. 필자는 “샤카디타”에 두 번 참석하여 많은 동남아 비구니스님들(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은 비구니승단이 없어 비구니수계를 받지 않은 수행자임)을 만났다.
 
“샤카디타”란 2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여성불자대회로 1987년 조직되었는데, 한국비구니승가는 1991년부터 빠짐없이 참가하고 있는 중요한 대회이다. “샤카디타”에서 만났던 많은 불교여성들은 한국의 비구니를 보고 놀랐다고 한다.
 
즉 한국의 비구니는 비구처럼 활기차게 걷고, 비구처럼 목소리도 크고, 비구처럼 키도 크고, 비구처럼 풍채도 당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비구니승단조차 사라진 동남아 비구니들에게는 독립적인 비구니승가의 유지. 존속은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종단의 비구니차별적인 현실을 알면 얼마나 놀라고 또 실망할까?
 
비구니승가는 오늘날 조계종단에서 같은 출가자이면서도 매우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단지 비구니라는 이유만으로 본사 주지가 될 수 없고 중앙종회의원 전체 81명 가운데 10명만이 가능하다.
 
교육원장, 포교원장, 호계원장 등에 ‘비구’만 할 수 있도록 종법으로 제한함으로써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할지라도 “비구니이기 때문에” 될 수 없는 것이 현재 종단의 현실이다.
 
1994년 개혁종단에 의해 비구니 10명이 중앙종회의원으로 할당받았고, 그로부터 거의 이십 여 년이 지난 오늘날, 비구니승가의 법적 지위에는 별로 변화가 없다.
 
그리하여 올해 2월 비구니승가의 위상 정립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비구니승가는 시대적 소명을 다할 것을 다짐했었고, 비구니 참종권을 확대하기 위해 비구니종회의원들이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어제 끝난 191회 중앙종회에서 통과된 산중총회법은 비구니승가가 그토록 원하던 산중총회법이 아니었다. 산중총회 구성원의 자격에서 비구니는 비구승의 5분의 1만이 구성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세하게 보니 5분의 1도 아니다. 기존의 말사 비구니주지스님들은 산중총회에 들어갔는데, 이분들도 포함해서 5분의 1이라면 현실적으로는 아마도 7분의 1, 혹은 8분의 1이 될 것이다.
 
비구니는 비구의 5분의 1밖에 자격이 안되는가? 호주제가 폐지되고, 남녀차별은 정부가 법으로 처벌하며, 여성이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에는 여성 30%할당제를 실시하건만, 국가의 법보다 못한 종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지만 종회 기간 중에 비구니승가의 위상 정립과 활동 영역을 확대하기 위하여 “중앙종회비구니의원연구회”가 발족했다니 다행이다.
 
중앙종회비구니의원연구회”는 재가여성불자들이 올바른 신행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도 적극 나선다는 면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하겠다. 조계종단의 역사를 통해 볼 때, 비구니종회의원이 비구니권익을 위해 정기적인 연구.조사를 한 적이 없었기에 아마도 많은 비구니스님들의 기대가 매우 클 것이다.
 
 또한 비구니승가와 재가여성불자가 불교여성으로서 서로 지지하고 비구니승가가 명실상부한 재가여성의 지도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재가여성불자들에게도 기댈 언덕이 생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구니승가의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활동을 상상하다보니 전국비구니회의 전신인 우담바라회(1968년)의 창립 발기문 가운데 한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는 스스로의 자세를 고공무아(苦空無我)로 수련하여 확립하고, 용맹정진으로 중생 제도의 떳떳한 전위가 될 것을 불전에 다짐한다.”
 
옥복연(종교와 젠더연구소)
 
현대불교 201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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