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비구니는 호계위원이 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2014년 3월 19일, 제 197회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비구니 호계위원 참여를 위한 종헌 개정안이 또다시 부결되었다. 지난 회기에 이어 두 번째로 비구니가 호계위원이 될 수 없다고 거부당한 것이다. 비구니가 종단의 절반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이 개정안은 초심호계위원 9명과 재심호계위원 11명 중에 비구니가 각각 2명씩 들어갈 수 있도록 제안하였다.

비구의 갈마에는 비구니가 참여하지 않겠다고 그 역할을 스스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비구니가 비구니를 갈마 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인데, ‘단지 비구니라는 이유만으로’ 절대로 비구니는 호계위원이 될 수 없다는 종단 입법부의 인식 수준은 실망을 넘어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본회의에서 이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반대의견을 내지 않았다. 표결방식을 만장일치가 아니라 비밀투표로 하자고 주장한 스님도 이 법안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절차에 맞게’ 처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한 계파의 대표인 의원스님도 공개적으로 자신의 계파 의원들에게 개정안을 찬성해달라고 했기에,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하지만, 투표결과 전체 60명의 참석의원 가운데 반대표가 20표가 나와 부결되었다. 반대를 한다면 왜 반대하는 지 자신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한 마디도 못하면서, 비밀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이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용기도 없고, 소신도 없으며, 중앙종회의원의 자격이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최근 일부 중앙종회비구의원들은 계율 위반과 관련된 사안으로 전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계율은 고사하고 사회법과 도덕에도 못 미치는 종단 입법기관의 일부 비구의원들의 행태이지만, 그 누구도 징계를 받지 않았다. 반대표를 던진 20명의 비구의원들은 혹시 자기들끼리 서로 봐주고 덮어주고 넘어가는 관행들이 드러날까봐 비구니가 절대로 호계위원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부승가의 한 축인 비구니승가를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어떻게 종단의 미래를 설계하며, 어떻게 자성과 쇄신을 완성할 수 있을까? 21세기 대한민국 한 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옥복연(종교와 젠더연구소장, 현대불교 2014.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