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단은 비구만의 종단인가?

총무원이 입법예고한 총무원장 선거법 개정안의 통과가 불투명하다고 한다. 개정안 가운데 비구와 비구니에게 동등하게 총무원장 선거권을 부여한 것에 비구승가가 반발했기 때문이란다. 

현재 종단에 등록된 비구· 비구니의 숫자만 해도 1만 2천여 명에 이르지만, 총무원장을 뽑는 선거인단은 321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각 교구와 중앙종회의원 등 특정 계층 출신의 소수이다 보니, 선거 때마다 계파간 이해관계로 인한 갈등이나 금권선거 등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총무원의 입법 예고안대로 총무원장 선거가 시행된다면, 약 6,000여명의 출가자에 의해 총무원장이 선출된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동안 총무원장 선거법을 개정하기 위해 총무원 산하 쇄신위원회에서 약 60여 회에 걸쳐 회의를 거듭하였고, 비구· 비구니의 동등한 비율과 소수이지만 재가자가 참여하는 사부대중의 선거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 총무원의 입법예고안은 출가자만으로 선거인단을 구성했기 때문에 재가자들의 실망이 컸다. 그나마 비구·비구니의의 동등한 선거권은 성평등한 종단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하고 위안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 입법안을 논의하기 위해 종단의 대표인 원로회의와 교구본사주지, 그리고 중앙종회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비구와 비구니에게 동등한 선거권을 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고 한다. 감히 비구니가 비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기에, 비구니에게는 비구와 같은 선거권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종정, 원로회의, 총무원장, 교육원장, 호계원장, 포교원장은 물론 교구본사주지도 비구만이 할 수 있도록 종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조계종단의 현실이다. 출가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비구니는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절대로 할 수 없도록 종단의 법으로 정해둔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최대 종단이라는 조계종단은 소위 ‘비구만의 종단’이라는 것이다. 만약 다가오는 198회 임시회에서 이 입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조계종단은 비구니를 차별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종단임을 온 세상에 알리는 일이 될 것이다.

옥복연(종교와 젠더연구소장, 현대불교 201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