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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스승의 주먹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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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4-06-17 12:58 조회9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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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거룩한 부처님


6절 위대한 열반

8항 쌍림열반상

    내게는 스승의 주먹이 없다

 

카필라국 정반왕의 아들로 태어난 싯다르타 태자는 스물아홉 살에 성을 나와 온갖 고행 끝에 마침내 독자적인 수행을 택하여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시어 부처님이 되셨다.

서른 다섯에 부처님이 된 이래 단 하루도 중생을 관찰하지 않은 날이 없었고, 진리를 들려주기 위해 아무리 먼 길도, 그 어떤 어려운 상황도 마다하지 않았다.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지내며 세상 곳곳에 지혜를 전파하고 저들을 당신과 같은 경지로 인도하느라 평생 길을 걸으셨던 부처님도 어느 사이 80세에 접어들었다.

노년의 부처님은 여전히 아침마다 탁발을 나서고 교화를 하기 위해 맨발로 길을 나섰는데 자주 노환에 시달리고도 하셨다.

 

바이샬리 근처 벨루와 마을에 도착한 어느 날 부처님에게 병고가 찾아왔다.

홀로 조용히 정진으로 병을 다스리던 부처님은 병에서 나으시자 간병실에서 나와 그늘 아래에 앉으셨다.

그러자 아난은 부처님께 다가가서 절을 올리고 한 곁에 앉아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께서 인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아프셨을 때 제 몸은 술 취한 것과 같았고, 방향감각을 잃어버렸고, 어떤 판단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세존께서는 비구 승가를 두고 아무런 분부도 없으신 채 완전한 열반에 들지는 않으실 것이다'라고

 안심하고 있었습니다."

 

"아난이여, 비구 승가는 나에 대해서 무엇을 더 바랍니까? 나는 안과 밖에 없이 법을 설하였습니다.

 세상의 어떤 스승은 법을 주먹 속에 감추며 마지막까지 제자들의 복종과 이양을 바랍니다.

 그러나 여래가 가르친 법들에는 '스승의 주먹'과 같은 것이 따로 없습니다.

 아난이여, '나는 비구 승가를 거느린다'거나 '비구 승가는 나의 지도를 받는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비구 승가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당부할 것입니다.

 그러나 여래에게 그런 생각이 없는데 여래가 비구 승가에 대해서 무엇을 당부한단 말입니까?

 아난이여, 이제 나는 늙었습니다. 인생의 긴 시간을 보냈고 이제 내 나이 여든이 되었습니다.

 낡은 수레가 가죽끈에 묶여서 간신히 움직이는 것처럼 여래의 몸도 가죽끈에 묶여서 겨우 살아간다고 여겨집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도 느낌도 여래를 흔들지 못합니다.

 그런 고요한 마음의 삼매에 머물러 있을 때면 여래의 몸은 더욱더 편안해집니다.

 그대들은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러야 합니다.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법을 등불로 삼고, 법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러야 합니다.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은 아난에게 이렇게 당부하셨다.

  

 

 

 

출처 : 대한불교조계종불교성전편찬위원회(2021), 『불교성전』, 조계종출판사(2021), pp.13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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