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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마경- 여자에서 남자로 성을 전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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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7-06-21 14:20 조회4,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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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리불이 물었다.

"천녀여, 그대는 굳이 여성으로 남아 있을 것이 아니라 남성으로 몸을 바꾸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천녀가 답했다,

"지난 12년 동안 저는 계속해서 여성의 본질을 찾아보았지만 끝내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대덕이시여, 여자의 형체를 만들어낸 어떤 마술사에게 그것을 왜 남자로 바꾸지 않느냐고 다그친다면 그러한 질문은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마술 가운데는 실재로서 존재하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그러한 질문은 정당하지가 않습니다."


"대덕이시여, 이와 마찬가지로 어떤 존재도 실재가 아니며 단지 허깨비의 변형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는 정작 여성의 모습을 벗어던지고 남성의 모습으로 몸을

바꾸라 하시는군요."


그때 천녀가 문득 신통을 부려 사리불의 몸으로 자신의 모습을 삼고 사리불에게는

자신의 몸으로 모습을 삼도록 하였다.

그리고 나서 사리불 모습의 천녀가 천녀 모습의 사리불에게 물었다.


"대덕이시여, 그대는 왜 여자의 모습을 바꾸지 않는 겁니까?"


천녀 모습의 사리불이 답했다.

"남자였던 내가 여자의 모습으로 바뀌었지만 정작 나 자신은 그러한 사실을 실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녀가 말했다.

"만약에 대덕께서 여자의 모습을 바꿀 수가 있다면 다른 여자들도 모두

자신들의 모습을 바꿀 겁니다. 하지만 대덕께서 단지 여자의 모습만을 취하고 있듯이

다른 여자들도 모두 그 모습이 여자인 것일 뿐, 본래는 여자의 모습과 아무 상관이 없

는 것이 그렇게 나타난 것입니다.

세존께서는 바로 그러한 의미에서 일체의 존재는 여자니 남자니 하는 것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씀하셨던 것입니다."


그때 천녀가 다시 신통을 부리자 사리불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천녀가 물었다.

"대덕이시여, 그대가 가지고 있던 여자의 모습은 어디로 갔습니까?"

사리불이 답했다.

"나는 여자가 된 적도 없고 또 그 반대인 적도 없습니다."

천녀가 말했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존재 또한 새로 만들어지는 일도 없고 바뀌는 일도 없습니다.

만들어지는 일도 없고 바뀌는 일도 없다고 하는 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천녀여, 그대는 죽은 다음에 어디에 태어납니까?"


천녀가 답했다.

"여래가 짐짓 꾸매낸 것들이 태어나는 곳에 저 또한 태어나겠지요."


"여래가 꾸며낸 것에는 죽는 일도 나는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존재에는 죽는 일도 없습니다."


"천녀여, 그대는 언제쯤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까?"

"대덕이시여, 그대가 정작 범부와 다름없이 될 때에 비로소 저는 깨달음을 완성할 것입니다."


"나와 같이 번뇌를 벗어난 아라한이 다시 범부가 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도 결코 깨달음에 도달할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깨달음

이란 반드시 머무는 데가 없는 곳에 존재하기 때문입니다.머뭄는 데가 없는 곳에 존재

하는데 대체 뉘라서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겠습니까?"

"여래의 말씀에 의하면 항하사같이 많은 여래들이 이미 깨달음에 도달했고 지금도 도

달하고 있고 앞으로도 도달할 것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여러 부처님이 과거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으리라는 말은 단지 문자

나숫자로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래는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고 미래

에도 없을 것이며 깨달음은 정작 이 삼세를 초월한 것입니다.


"얻은 것은 없습니다, 그러기에 얻었다고 말 할 수 있겠지요."


"그렇습니다. 마찬가지로 깨달은 것이 없기 때문에 진정한 깨달음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그때 유마가 사라불에게 말했다.

"대덕이시여, 이 천녀께서는 일찍이 92억이나 되는  많은 부처님을 섬기면서 마음대로

 신통력을 부리고 바라는대로 생을 받았으며 무생법인을 얻고 불퇴전의 자리에 올라있는 분입니다.

여기 천녀의 모습으로 나타는 것은 오직 중생들의 근기를 성숙시키기 위하여 스스로 원한 결과일 뿐입니다."


<유마경, 불교 간행회 편, 박용길 옮김, pp. 129-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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