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의 시대, 삶의 생산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커먼즈: 마리아 미즈의 논의를 중심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4-09-13 12:46 조회296회 댓글0건첨부파일
- 전환의 시대.pdf (438.4K) 0회 다운로드 DATE : 2024-09-13 12:46:16
본문
전환의 시대, 삶의 생산 그리고 지역 공동체의 커먼즈: 마리아 미즈의 논의를 중심으로
안숙영(계명대학교 정책대학원 여성학과 부교수)
| 국문요약 |
코로나19는 성장경제가 1990년대 이후 지구화를 추구하며 일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차원으로 그 범위를 무한히 확장해 나갈 때, 인류의 삶과 자연의 순환에 어떤 한계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일종의 전환점이었다.
이러한 ‘전환의 시대’를 맞아 우리가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모색으로 나가고자 할 때,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인 마리아 미즈(Maria Mies, 1931∼2023)의 ‘삶의 생산’과 ‘커먼즈’에 관한 논의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을 전해준다.
미즈는 성장경제의 핵심인 ‘상품의 생산’에서 ‘삶의 생산’ 또는 ‘자급 생산’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하며, 일찍이 1980년대부터 생산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삶이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온 바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품의 생산’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삶의 생산’ 혹은 ‘자급 생산’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미즈는 ‘좋은 삶’ 혹은 ‘행복한 삶’을 그 목적으로 하는 ‘삶의 생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커먼즈’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의 ‘자유노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미즈가 보기에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8세기 이후의 끊임없는 ‘인클로저’를 바탕으로 한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커먼즈와 지역 공동체를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일이다.
주제어: 전환의 시대, 삶의 생산, 마리아 미즈, 커먼즈, 에코페미니즘적 전환
Ⅰ. 머리말
2023년 5월 5일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전 지구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을 발표함으로써, 2020년 3월 12일에 팬데믹을 선언하며 시작되었던 ‘코로나19 비상사태’가 3년 4개월 만에 해제되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도 2024년 5월 1일부터 코로나19에 따른 재난 위기 단계가 가장 낮은 단계인 ‘관심’으로 하향 조정되면서,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4년 3개월 만에 엔데믹으로 향하며 이제 병원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등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코로나19의 경험은 그동안 인류가 살아왔던 삶의 방식을 반성적으로 돌아보며,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삶의 방식이 결코 같아서는 안 된다는, 코로나19 이후에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분출되고 있는 ‘전환의 시대’를 맞아, 예를 들어 영국의 동물행동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Jane Goodall)은 인간이 자연을 경시함으로써 환경위기에 직면하게 된 것이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무엇보다 인간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대근 외, 2022).
코로나19를 거치며 ‘디지털 전환’(전지은, 2020; 최종화, 2020; 한국진흥정보사회진흥원, 2022) 및 ‘생태적 전환’(안효상, 2021; 홍덕화, 2021)을 비롯하여 ‘전환의 시대’를 읽어내는 다양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이 글은 무엇보다 ‘에코페미니즘적 전환’의 필요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은 ‘경제’라고 하는 것이 ‘성장경제’와 동의어로 이해될 때, 특히 경제라고 하는 것이 성장을 목표로 하여 1990년대 이후 ‘지구화’로 나아가며 일국적 차원을 넘어 지구적 차원으로 그 범위를 무한히 확장해 나갈 때, 인간의 삶과 자연의 순환에 어떤 한계를 가져오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으로, 집안과 집밖에서 주로 여성들이 책임져왔던 돌봄이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 노동인지를 명확히 드러내 주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에코페미니즘적 전환’을 그 디딤돌로 하여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탐색(에코페미니즘 연구센터 달과나무, 2023)으로 나아가고자 할 때, 독일의 대표적인 사회학자이자 에코페미니스트인 마리아 미즈(Maria Mies, 1931∼2023)의 ‘삶의 생산(Life Production)’을 둘러싼 논의는 우리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온다.
미즈는 일찍이 1980년대부터 ‘성장의 한계’에 주목하며 무한한 경제성장에 기초한 북반구에서의 삶의 방식이 갖는 문제점에 천착해 온 대표적인 학자의 한 사람으로, 인류가 지구 위에서의 삶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품의 생산(Commodity Production)’을 넘어 ‘삶의 생산’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안숙영, 2021).
미즈의 언어와 상상력에 기대어 코로나19 이후 전환의 시대를 건너고자 할 때, 우리가 무엇보다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독일을 비롯한 북반구에서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생산방식에 대한 미즈의 가차 없는 비판이다.
“경제는 영원히 성장해야 한다”는 전제에 기반하는 한편으로, 이를 위해 “곧 쓸모없게 되어 쓰고 버리는 상품들을 점점 더 많이 생산”해야 하는 자본주의의 반생태적 생산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미즈는 이를 “충분해! ”라고 말하지 않는 생산방식이라고 비판하며, 이러한 생산방식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으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민총생산(GNP)이 매년 2% 정도라도 성장하지 않으면, 이른바 경제라고 하는 것이 위기에 처한 것으로 간주하는 악순환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한다(미즈·벤홀트-톰젠, 2013: 115-117).
그러나 이처럼 상품생산의 증가와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총생산의 증가가 경제라고 하는 것의 중심에 놓이게 되면, 우리의 삶의 지속과 자연의 순환을 위해서는 상품 이외에도 다른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된다.
하나뿐인 지구 위에서 인간으로서의 우리의 삶이 지속되려면, 누군가는 아이를 낳아야 하고 누군가는 아이를 길러야 하며, 또 누군가는 노인과 장애인과 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돌봐야 한다.
또한 인간이 자신의 삶 그 자체의 토대를 이루는 자연 속에서 지속적으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연에 대한 돌봄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인간을 돌보는 일은 ‘비용’으로 간주되고, 자연은 상품생산을 위한 ‘천연자원’으로 여겨지는 오늘날의 성장경제에서는,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러한 돌봄이 그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미즈가 ‘상품의 생산’에서 ‘삶의 생산’으로의 패러다임의 전환을 촉구한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나아가 ‘삶의 생산’을 위해서는 우리가 ‘삶의 직접적인 생산 및 재생산’으로 방향을 전환하여 ‘자급 생산(Subsistence Production)’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미즈, 2023).
그렇다면 어떻게 ‘상품의 생산’과는 완전한 대척점에 있는 ‘삶의 생산’ 내지는 ‘자급 생산’으로 나아갈 것인가?
이와 관련하여, 미즈는 ‘좋은 삶’ 혹은 ‘행복한 삶’을 그 목적으로 하는 ‘삶의 생산’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커먼즈(commons)’1)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의 자유로운 노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미즈가 보기에 우리에게 시급한 것은 18세기 이후 끊임없는 ‘인클로저(enclosure)’에 기반한 산업화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커먼즈와 지역 공동체를 오늘날의 맥락에서 재구성하는 일이다(Mies, 2014).
국내에서 이러한 미즈의 논의에 대한 연구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미즈의 몇몇 주요 저서, 예를 들어 자급의 삶은 가능한가: 힐러리에게 암소를(2013),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2014) 및 에코페미니즘(2020)이 우리 언어로 번역되어 있지만, 미즈의 논의에 대한 학술적 차원의 연구는 비교적 드문 편이다(하수정, 2018; 안숙영, 2021).
특히나 코로나19이후 삶의 방식의 전환과 관련하여 미즈의 에코페미니즘 논의를 바탕으로 커먼즈와 지역 공동체의 재구성을 그 핵심적 과제로 제안하는 연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
따라서 미즈의 문제의식에 대한 천착을 통해 코로나19 이후 전환의 시대를 삶의 생산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읽어내는 작업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이런 맥락에서, 이 글에서는 미즈의 성장경제에 대한 비판과 삶의 생산 및 지역 공동체의 커먼즈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삶의 방식에 대한 추구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새롭게 윤곽 지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II장에서는 따라잡기식 개발과 이에 기초한 진보와 발전이 갖는 한계에 대한 미즈의 비판에 주목한다.
III장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즈가 제시하는 삶의 생산으로서의 자급 생산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이어지는 IV장에서는 좋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으로 미즈가 제시하는 커먼즈와 지역 공동체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V장에서는 지금까지의 논의를 간략히 정리하고 앞으로의 연구를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면서 마무리한다.
.
.
.
* 전문 별도 첨부
출처 : 계명대학교 연구논문 >지역과 정치 2024, vol.7, no.1, pp. 5-3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