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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브리프 4권 23호: 아시아의 성평등 ····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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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4-08-14 10:20 조회3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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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성평등 ····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

안태윤 (전 서울여담재)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성격차보고서」에 의하면, 아시아 국가들의 성평등수준은 각 국가의 경제수준에 비례하지 않는다. 한국, 중국, 일본의 성평등수준은 필리핀, 베트남, 태국 등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낮은 국가들보다 현저하게 낮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의 경제성장과는 달리 성평등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어, 여성들은 경제성장의 단열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성별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정하기 위해서는 성평등수준이 높은 국가들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적극적 조치들을 더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제도가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가 필요하다.

<그림 1> 금융 시장 접근성에서의 성 불평등 출처: European Economic & Social Committee

일반적으로 국가의 경제수준이 향상되면 여성의 사회참여가 늘어나 여성의 지위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다면 아시아에서 경제수준이 높은 국가의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여성들에 비해 더 많은 기회와 권한을 누리고 있을까? 또한 아시아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룬 국가들에서는 여성의 지위와 권한도 그만큼 빠른 속도로 향상되었을까?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2006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는 「글로벌 성격차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는 성별 간 격차를 통해 국가 간 성평등수준을 비교해 보기에 매우 유용한 자료이다. 이 보고서는 경제적 참여와 기회, 교육성취도, 건강과 생존, 정치적 권한 등 4개 영역 총 14개의 지표를 통해 한 국가 내에서 영역별로 성별간 격차를 보여주는 데이터이다. 산출된 점수는 0~1점 사이인데, 1점에 가까울수록 성평등하고 0점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한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 완전한 성평등을 의미하는 1점이 산출된 국가는 한 곳도 없었다. 2023년 보고서에 의하면, 조사대상 총 146개국 중 아시아에서 성격차가 가장 낮은 나라는 16위를 차지한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2006년에는 6위로 아시아 국가들 중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들었다. <그림 2>에 제시한 바와 같이, 방글라데시, 베트남, 태국, 몽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부탄 등이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상대적으로 경제수준이 높은 중국과 일본 보다 성격차가 적어 더 성평등함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 2> 아시아 국가의 성평등 수준 비교(2023)
주: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더 성평등함을 의미함.
출처: World Economic Forum,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조사 첫 해인 2006년 우리나라는 115개국 중 92위로 하위권(상위 80%)이었다. 2023년에는 상위 72%로 약간 상승하였지만, 146개국 중 105위로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아시아에서 급속한 산업화를 이룬 일본, 싱가포르, 중국의 2023년 성평등수준을 비교하면, 싱가포르가 49위로 가장 높고, 한국>중국(107위)>일본(125위) 순으로 높다. 2006년~2023년 사이 성평등점수가 가장 크게 상승한 국가는 싱가포르>한국>중국>일본 순이나, GDP증가율은 중국>싱가포르>한국>일본 순으로 높았다. 4개국 중 싱가포르는 GDP는 가장 낮으나, 성격차가 가장 적어 성평등수준은 가장 높다. 반면에 2023년 일본의 GDP는 4개국 중 두 번째로 높지만, 성평등수준은 가장 낮았고, 동 기간 점수 상승 폭도 가장 낮았다를 의미한다.

정치와 경제영역에서 가장 큰 성격차

우리나라의 성격차 현실을 4개 영역별로 살펴보면, <그림 3>과 같다. 성격차가 가장 큰 영역은 정치영역이고 그다음은 경제영역이다. 2006년~2023년 사이 점수 상승폭은 경제영역이 가장 컸고, 다음은 정치영역이다. 경제영역에서 점수가 상승한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2006년 50%에서 2023년 55.04%로, 여성관리직 비율이 6%에서 14.6%로, 전문직·기술직 비율이 39%에서 49.61%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성의 경제영역의 진출이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별 간 소득 격차는 2006년 $12,469에서 2023년 $29,910으로 오히려 2.39배 증가했다. 정치영역 중 가장 점수가 상승한 지표는 여성장차관 비율로 6%에서 16.7%로 상승했다. 다음으로 점수가 상승한 지표는 여성 국가수반의 재임기간지표인데, 이는 박근혜 여성대통령 당선으로 인한 것이었다.

<그림 3> 한국의 영역별 성격차(2006, 2023)
주: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더 성평등함을 의미함.
출처: World Economic Forum, Global Gender Gap Report 2006, 2023

영역별 성격차현실을 2023년 1위를 차지한 가장 성평등한 국가인 아이슬란드와 비교하면, 아시아 국가들이 교육과 건강 면에서는 크게 뒤처지지 않는 반면, 정치와 경제 분야에서 성격차가 현저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정치 분야를 비교하면, 아이슬란드는 국회 여성의원 비율이 47.6%로 절반에 가깝고(한국은 19.1%), 여성장차관 비율도 41.7%(한국은 16.7%)이며, 여성 국가수반의 재임기간은 24.43년(한국은 4.73년)으로 한국과 큰 차이가 있다.

<그림 4> 영역별 성격차점수 비교(2023)
주: 점수가 1에 가까울수록 더 성평등함을 의미함.
출처: World Economic Forum, Global Gender Gap Report 2023

여성들의 성평등 성취 체감도 역시 정치와 경제영역에서 가장 낮아

이와 같이 한국의 정치와 경제영역에서 현저한 성별격차는 2024년 WWS(WIN World Survey)의 영역별 성평등성취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경향을 보인다. 5개 영역에서 성평등이 얼마나 이루어졌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응답비중이 정치영역에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경제>스포츠>가정>예술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조사대상 39개국 여성 평균과 비교하여도 정치영역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가장 현저하게 점수가 낮았다. 또한 일자리와 경력관리 측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기회가 더 적다는 응답이 39개국 여성 평균은 54%이나 우리나라는 68%였고, 현 직장에서 여성의 급여가 더 낮다는 응답이 39개국 여성평균은 38%였으나 우리나라 여성은 55%로, 여성들이 성격차현실을 있는 그대로 체감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신체적·정신적 폭력을 받은 경험은 25%(39개국 평균은 20%), 성희롱피해경험은 11%(39개국 평균은 10%)로 모두 평균보다 폭력피해경험이 높다. 집 근처에서 혼자 밤길을 걸을 때 안전하다고 느끼는지 물은 결과, 아니다가 51%로 39개국 평균(46%)보다 높아 여성들의 범죄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한국 여성의 현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 성격차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6년~2023년 사이 GDP는 2.28배 증가하였으나, 성격차로 본 성평등수준은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이는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여성과 남성이 갖는 기회와 권한의 격차가 좁혀지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는 것을 시사한다. 가장 성격차가 큰 영역은 정치와 경제 분야이다. 정부는 공공분야에서의 성격차를 줄이기 위해 2013년부터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 5개 년 계획」을 세워 이행을 추진 중이며, 그 결과 여성참여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는 하나, OECD 주요 국가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경제영역에서는 경제활동참여율과 전문직·기술직 비율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성관리직 비율은 14.6%, 이사회 여성비율은 8.7%로 매우 저조하며, 여성의 근로소득은 남성의 49.5%(여성 $29,300, 남성 $59,210 int’l $ 기준)에 머물고 있다. 국가의 경제성장에서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것이 여성의 현실이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정하려면 적극적 조치가 필요

이렇듯 성별간 좁혀지지 않은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보정하기 위한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가 필요하다. 2023년 「글로벌 성격차보고서」에서 아이슬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노르웨이의 경우 2003년부터 상장기업과 공기업 이사회에 여성임원을 최소 40% 채우는 할당제를 도입하도록 회사법을 개정하였고, 그 결과, 2010년에는 이사회 여성비율이 44%에 달하였다. 여성임원 40% 할당제는 스웨덴, 핀란드, 프랑스 등 성평등수준이 상위권인 북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이미 도입·실행되고 있다.

우리보다 성평등점수가 더 큰 폭으로 향상되고 있으며 상위권의 성평등수준에 있는 싱가포르는 2022년 기업이 성별 다양성을 포함한 이사회의 다양성 정책을 공개하도록 상장법을 개정했다. 상위 100대 상장기업의 여성이사비율은 2013년 7.5%에서 2023년 23.7%로 3배 증가했으며, 싱가포르 정부는 2025년까지 25%, 2030년까지 30%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3년 100대 공공기관의 여성이사비율은 31%로, 목표인 30%를 초과 달성했다. 또한 싱가포르의 STEM 분야 여성비율은 지난 10년 동안 28.8%에서 34.3%로 증가했다. 싱가포르정부는 여성들의 STEM 분야 진출 확대를 위해 학교 진로상담사는 학생들이 직업선택에서 성별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진로탐색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기업과 지역사회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기술 분야의 여성 채용 확대와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자본시장법에 ‘이사회의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를 마련(2022.8.5. 시행),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주권상장법인의 이사회 전원을 특정 성별의 이사로 구성하지 않도록 의무화하였다. 이 규정은 이사회의 성별 다양성을 갖추기 위한 규정으로 여성에게만 특혜를 주겠다는 취지는 아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이 63.7%이므로 여성임원을 늘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 개정 1년 후인 2021년 여성이사증가율을 보면, 사내이사는 전년 대비 0.2%p 증가한 반면, 사외이사는 5.2%p 증가하여, 법 개정의 취지와는 달리 구색 맞추기가 될 우려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 노동시장에 남녀의 동등한 참여가 이뤄진다면 국내총생산(GDP)의 14.4%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경제성장이 성차별을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실패로 판명되었다. 이제는 역으로 여성의 참여 확대가 경제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정부가 선도하고 기업 등 사회 모든 영역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의 내용은 아시아연구소나 서울대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출처 : 아시아 브리프 4권 23호

https://asiabrief.snu.ac.kr/?p=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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