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죽음을 마주하는 한국사회 – 조력 존엄사 및 웰다잉에 대한 인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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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7-13 13:33 조회50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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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속의여론-제337-1호2025년-7월-2일_조력-존엄사-및-웰다잉.pdf (7.6M) 0회 다운로드 DATE : 2025-07-13 13: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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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죽음을 마주하는 한국사회 – 조력 존엄사 및 웰다잉에 대한 인식 조사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
죽음, 주체적으로 준비하길 원하면서도 간병 부담은 큰 걱정
응답자 3명 중 2명, ‘평온함’과 ‘가족 부담 최소화’를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인식
응답자 대다수는 삶과 죽음을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기를 원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삶의 일부’라는 진술에 89%가 동의하고, ‘죽음에 관한 결정은 스스로 하고 싶다’ 응답은 86%, ‘나의 죽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84%로 나타났다. 반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꺼려진다’는 응답은 44%에 그쳐, 죽음을 언급하는 것을 금기시했던 사회 분위기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결과다. 이처럼 죽음에 대한 주체적 인식이 높게 나타난 반면, 대부분은 임종 이전 타인에게 끼칠 부담에 대해 큰 두려움을 드러낸다. ‘가족이나 지인에게 간병의 부담을 줄까 봐 두렵다’는 응답은 85%, ‘신체 거동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두렵다’는 응답은 83%에 달한다. 이러한 경향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욱 뚜렷하다.
죽음을 앞둔 신체적·정서적 부담에 대한 우려 속에서, 우리 사회가 생각하는 ‘좋은 죽음’의 조건은 무엇일까. 이번 조사에서 좋은 죽음의 조건으로 ‘신체적 고통 없이 평온한 상태’(69%)와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심리적으로 편안한 상태’(68%)를 가장 많이 꼽는다. 즉, 임종기에 신체적, 심리적 평온함을 필수 조건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또, ‘가족이 나의 죽음 이후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잘 준비하는 것’(68%)도 높게 나타나, ‘나의 죽음’이더라도 남겨질 이들에 대한 책임 역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자율성 인정, 무의미한 생명 연장보다는 ‘고통 완화’와 ‘존엄한 마무리’ 선호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생명의 가치나 존엄을 해친다’는 응답은 46%에 그쳐, 죽음을 둘러싼 생명윤리적 판단에 여전히 이견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말기 환자가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에 대해서는 93%가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생명을 무조건 연장하는 것은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는 항목에도 91%가 공감해, 회복 가능성이 낮은 상황에서는 존엄성을 중시하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태도는 실제 제도에 대한 수용으로 이어진다. 이번 조사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에 대한 의향률은 69%로 높게 나타났으며, 이미 등록했다는 비율은 6%에 달한다. 현재 누적 등록자 수가 200만 명을 넘어선 점과 이번 조사에서 높은 의향률을 함께 고려할 때, 제도를 통해 삶의 마무리를 준비하려는 선택이 점진적으로 사회에 자리 잡아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 인식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 인지도는 절반에 못 미치나, 향후 이용 의향은 84%
‘좋은 죽음’에 대한 인식은 개인의 태도 차원을 넘어 죽음의 방식과 결정 주체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로 확장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 호스피스 등 웰다잉 관련 제도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매우 높다.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에 대한 인지율은 47%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연령대 별로는, 60대 이상 고연령층의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40대의 인지율이 35%로 가장 낮다.
향후 이용 의향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4%가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면,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51%), ‘심리적 안정을 위해’(47%), ‘신체적 통증 완화’(38%)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난다(복수응답). 성별로는 남성이 ‘가족 부담 경감’(51%)을 주된 이유로 꼽은 반면, 여성은 ‘가족 부담 경감’(50%)과 ‘심리적 안정’(51%)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호스피스 이용 의향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비용 부담’(48%)을 주된 이유로 언급한다. 이처럼 향후 이용 의향과 무관하게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주변에 남길 부담을 덜고자 하는 심리가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연명의료 중단, 자기결정엔 적극적…가족 결정에는 비교적 신중
“연명의료 중단결정”에 대해서는 본인이 대상자일 경우 88%가 중단을 원하지만, 가족이 대상자일 때는 64%만이 중단에 동의한다. 가족의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결정에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아 판단하기 어렵다’는 응답은 28%다. 특히 20대에서는 자신의 연명의료 중단에 대해 83%가 찬성했지만, 가족의 경우는 36%만이 찬성한다.
연명의료 중단을 원하는 이유로는, 본인(52%)과 가족(65%) 모두 ‘회복 불가능한 상황에서 생명만 연장하는 의료는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 외에도 본인은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36%),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27%) 등을 주요 이유로 들며, 가족의 경우에는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싶어서’(55%)를 꼽는다.
한편, 보호자로서 판단을 유보한 이유로는 ‘내가 보호자로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워서’(55%), ‘상태가 다시 좋아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44%) 등이다. 이러한 결과는 무의미한 생명 연장을 하지 않으려는 주체적 태도가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당사자가 아닌 보호자 입장에서는 연명의료 중단이 정서적 부담과 윤리적 고민을 야기하는 중대한 사안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조력 존엄사에 대한 인식
조력 존엄사, 최근 3개 연도 모두 국민 10명 중 8명 찬성
무의미한 치료보다는 존엄한 죽음을, ‘고통 없이 삶을 마무리할 권리’에 다수 공감
이제는 완화의료나 시술 중단을 넘어 조력 존엄사와 같은 적극적인 선택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조력 존엄사 제도는 2022년 6월, 제21대 국회에서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회기 종료로 폐기되었다. 이번 조사에서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79%이며 반대는 8%에 불과하다(모르겠다 13%). 2022년 조력 존엄사 입법화에 대해서는 82%가 찬성, 2024년 조력 존엄사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84%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등, 조력 존엄사에 대한 공감도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조력 존엄사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는 5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 조력 존엄사 합법화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다.'
조력 존엄사에 대한 찬성 이유로는 ‘무의미한 치료가 더 큰 고통을 준다’(48%), ‘환자의 고통없이 인간다운 죽음을 맞이할 권리’(45%)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합법화를 반대하는 이들은 주로 ‘종교적/신념적 이유로 생명은 인간이 결정할 수 없어서’(39%), ‘죽음 결정에 대한 순간의 감정이나 외부 압박 우려’(35%) 등을 주된 이유로 꼽는다.
조력 존엄사 제도 도입 시 가장 우려되는 문제점으로는 ‘기준의 모호함’(34%), ‘경제적·심리적 부담으로 인한 비자발적 선택 가능성’(24%)을 언급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따라 향후 제도 도입 시 오남용을 방지하고, 사회적 갈등이나 가족 간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조력 존엄사 제도 도입을 가정했을 때, 응답자들이 가장 필요하다고 꼽은 것은 ‘경제적 부담 등으로 인한 왜곡된 선택을 막기 위한 상담·지원 절차 마련'(30%)이다. 이어 ‘심리적 갈등 최소화를 위한 환자 본인 및 가족 대상 충분한 상담'(27%), ‘제도 절차 및 내용에 대한 정보 제공과 설명 의무 강화'(25%), ‘의료진과 가족 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 마련'(25%) 등의 응답도 높다.
성별로는 남성이 왜곡된 선택을 막기 위한 상담, 지원절차(각각 31%)에, 여성은 심리적 상담(30%) 등에 더 큰 비중을 둔 것으로 나타난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40대 이하 저연령층은 상담·지원 절차 마련뿐 아니라 법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높게 인식했다. 반면, 50대 이상 고연령층은 상담과 더불어 적용 기준에 대한 설정을 중요하게 여긴다.
죽음을 위한 준비, 사회가 함께 준비해야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것은 개인의 몫이라는 인식과 함께, 이를 돕는 사회적 지원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 높게 나타난다. 전체 응답자의 65%는 ‘좋은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는 본인만이 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으며, 특히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이 비율이 78%에 달한다. 동시에, 응답자 전체의 92%가 ‘죽음이나 웰다잉 교육은 사회에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6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95% 이상이 이에 동의한다. 이는 생애 말기 준비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그 과정을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사회가 제도적으로 함께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인식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인식은 구체적인 정책 수요로도 이어진다. 특히 ‘호스피스 등 완화의료 서비스 확대’(36%)와 ‘경제적 부담 완화를 위한 공공서비스 확대’(36%)에 대해 매우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 이는 좋은 죽음에 대한 준비를 국가 차원에서 실질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사회적 목소리로 해석할 수 있다. 아울러, ‘집에서 임종하기로 결정했을 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32%), ‘개인의 사전 의사결정을 돕는 지원’(30%)에 대한 필요성도 두드러진다. 이는 웰다잉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 항목에 대해 평균 30% 안팎의 응답자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생애 말기 전반에 걸친 공공 서비스 확대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죽음과 관련해서는 여전히 자율성과 생명 존엄성 사이의 윤리적 논쟁이 따르지만, 이번 조사를 통해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 사회 전체가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좋은 죽음’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가 관련 제도와 기준 마련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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