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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논단] 딸 선호는 성평등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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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6-22 12:18 조회91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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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논단] 딸 선호는 성평등이 아니다

 

박혜경 충북여성재단 대표이사

 

한국사회에 딸 선호경향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들을 통해 확인된다. 딸이라 좋다니 여성들의 기가 살아나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아들 선호가 딸 선호로 바뀐 것이 성평등을 의미할까? 아들 선호든 딸 선호든 특정 성별에 대한 선호가 있다는 건 성별에 따라 다른 역할이 수행되고 기대되는 사회라는 뜻이다.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딸 선호는 돌봄에 관한 기대 때문이라고 한다. 여성의 경제력 향상도 아들 타령을 누그러뜨리고 있다. 부모 부양책임이 주로 아들에게 주어지던 때에도 그건 명분적인 것이고 실질적인 부모 돌봄은 그 부인인 며느리에게 전가되었었다. 딸 선호는 돌봄이 여성에게 전가된 현상은 그대로라는 것을 보여준다.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여성이 돌봄을 담당하는 사회가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설명해 왔다. 페미니스트 정신분석학자 낸시 초도로우는 저서 「모성의 재생산」에서 어머니가 자녀를 기르는 체계에서 딸은 자녀양육 등 돌봄에 적합한 자아, 즉 관계적 자아를, 아들은 돌봄에 적합하지 않은 분리된 자아를 갖게 된다고 설명한다. 캐롤 길리건도 남녀의 인지발달상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여아의 관계적 자아와 남아의 분리적 자아를 주장한다. 이에 관해서 여러 방향의 이론 논쟁이 있지만, 여성이 주로 돌보는 책임을 맡은 현실 그 자체가 이 상황을 지속시키는 원인이자 결과라고 설명한 점은 시사적이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돌봄이 필요하지만, 그것이 주로 여성에게 배당된 것은 성차별이다.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도 문제다. 돌봄노동이 노동시장으로 나오면서 대부분 저임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저평가된 돌봄 일자리는 노동시장의 주변적인 여성들이 채우고 있다. 돌봄노동에서 여성들 간 계급차이가 있는 것이다.

돌봄노동의 성별·계급별 분배는 세계적인 차원에서도 일어난다. 인간의 지구적 이동이 증가하면서 빈곤국가의 여성들이 생존을 위해 부유한 나라의 가사근로자 등 돌봄노동자로 이주한다. 노동이주는 제한이 많아서 이들은 대부분 불법이주자의 신분으로 유입국 내에서 가장 주변적인 노동자가 된다. 한국에도 불법 외국인 가사근로자들이 많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이들을 합법적 가사근로자로 채용하는 제도를 시범운영하려 하고 있다. 당연히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들로 대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저출산 대책을 위해 외국인 가사근로자를 최저임금 이하로 채용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이 방법이 부부들의 부담을 줄여 자녀출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도 한다. 이미 저평가된 돌봄노동을 더 주변적인 이주노동자들에게 더 낮은 가격으로 시키자는 것이다. 이미 있는 성차별과 계급차별을 국가경계를 넘어서까지 강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여러 법리적으로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나 저출산 정책으로서도 이치에 맞지 않다. 1차 베이비붐 세대가 65세를 맞는 2028년부터, 2차 베이비붐 세대와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세대인 에코세대까지 모두 65세를 넘기는 2044년까지 한국사회에는 급격한 인구감소가 일어나게 된다. 2020년에 이미 시작된 한국의 인구감소는 계속되어 2070년이 되면 3천 7백만 정도로 인구가 줄어든다고 한다.

유엔은 몇 십 년 동안 국제 이주가 고소득 국가 인구변화의 주된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인구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이주자를 차별하기는 커녕 서둘러 모셔와야 할 판이다. 돌봄을 저평가하고 여성에게만 부담을 전가해 온 현실이 여성으로 하여금 출산을 선택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은 이제 꽤 알려져 있다. 그 현실을 해결하겠다면서 더 주변적인 여성들에게 돌봄노동을 더 싼 값에 전가하겠다는 건, 저출산 정책으로도 성평등 정책으로도 실격이다. 



출처 : 여성신문(http://www.womennews.co.kr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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