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생명·자유: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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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9-03 14:07 조회3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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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여성·생명·자유: 2022년 이란 히잡 시위와 시민 불복종 운동의 역사
초록
본 연구는 2022년 9월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을 계기로 촉발된 이란의 대규모 시위와 그 이후의 사회적 변화를 분석한다.
특히 이 연구는 이란 시민사회와 여성운동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2022년 시위를 조명한다. ‘여성, 생명, 자유’라는 구호 아 래 전개된 이 시위는 단순한 히잡 의무화 반대를 넘어 이란 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는 광범위한 운동으로 발전하였 다. 1990년대 후반 하타미 대통령 시기의 시민사회 형성, 2006년 백만 서명운동, 2009년 녹색운동 등 주요 사건들을 통 해 이란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진화해왔다.
2022년 시위의 특징은 전국적 확산, 세대와 계층을 초월한 참여, 소셜 미디어를 통한 국제적 연대, 창의적 저항 등으로 요약될 수 있으며, 이슬람 정권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을 제기하였다. 특히 청년층과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가 두드러졌으며, 이는 이란 사회 변화에 대한 깊은 열망을 반영한다. 본 연구는 2022년 히잡 시위에 대한 정부의 대응, 특히 히잡법 강 화 등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저항 양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이란 사회의 심각한 분열과 향후 변화 가능성을 제시한다.
결론적으로, 2022년 시위는 단순한 반정부 시위를 넘어 이란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이는 권위주의 체제 하에서 시민사회 운동의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민주화, 여성 권리, 중동 사회 변화에 대한 폭넓은 논의에 기여한다. 또한 이 연구는 이란의 시민 불복종 운동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이란의 정치·사회 적 미래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주제어 시민 불복종, 시민사회, 이란 히잡 시위, 여성·생명·자유, 이란 여성운동
I. 서론
2022년 9월 28일, 이란의 국내 가수 쉐르빈 하지푸르(Shervin Hajipour)가 발표 한 ‘위하여(Baraye/For...)’라는 노래는 당시 진행 중이던 이란 시위의 중요한 문화적 상징으로 부상하였다. 하지푸르는 트위터에서 다양한 연령, 계층, 소수 민 족의 이란 시민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이유를 표현한 트윗들을 수집하여 가사를 작성하고 곡을 부여하였다. 이 노래는 이란 시민들 사이에서 즉각적이고 광범위 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의 정서를 효과적으로 대변하였다. 비록 원본 영상은 작가의 인스타그램에서 삭제되었으나, 소셜 미디어 플 랫폼과 개인 간 통신을 통해 광범위하게 공유되었다. 2022년 10월 1일에는 서 울, 토론토, 런던,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개최된 글로벌 연대 시위에서 이 노래가 연주되거나 대중들이 함께 부르며 그 영향력의 국제적 확산을 입증하였다.
토히디(Tohidi, 2023: 29)는 2022년의 ‘여성, 생명, 자유’ 시위를 해방운동이자 인 본주의적 운동으로 규정하며, 이를 희망과 미래가 부재한 이란의 전체주의 체 제에 대항하는 ‘실존주의적 순간(existentialist moment)’으로 해석하였다. 토히디는 ‘Baraye’ 노래의 가사가 이 시위의 핵심 주제들을 포괄적으로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2022년 이란 민중의 광범위한 저항―히잡 소각, 총격 위협 하 의 지속적 시위 참여―의 근본적 동기와, 5개월 이상 이란 전역 160개 이상의 도시, 143개 대학 캠퍼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된 ‘여성, 생명, 자유’ 운동 의 원동력에 대한 분석적 학술 연구가 필요하다.
2022년 9월부터 약 5개월간 이란 내외를 격동시킨 시위의 직접적 계기는 22 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사망이었다. 쿠르드계 소수 민족 출신인 아미니는 테 헤란 방문 중 지도 순찰대의 복장 단속에 적발되어 재교육센터로 이송되었다가 혼수상태에 빠진 후 9월 16일 사망하였다. 이 사건은 이란 전역을 뒤흔드는 역 사적 전환점이 되었으며, 트위터 해시태그 #MahsaAmini는 5억 개의 트윗이라 는 세계적 기록을 갱신하였다(Kermani, 2023: 3). 이란이슬람공화국 전역의 다양한 세대와 소수민족, 그리고 전 세계 이란인 디아스포라가 ‘여성, 생명, 자유’, “우리 는 이슬람 공화국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구호 아래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최대 규모의 글로벌 연대 시위에 참여하였다. 2022년의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지속되어 온 이란의 시민 불복종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된다.
이슬람 공화국 수립 직후부터 히잡의 강제화와 여성에 대한 샤리아법 적용에 대한 저항이 있었으며, 1981년 히잡 착용 법제화 이후 약 45년간 히잡 문제는 진보적 여성들과 이슬람 정권 사이의 지속적인 문화적 갈등의 중심에 있었다. 2022년의 이란 시위는 단순한 여성 운동의 차원을 넘어서는 복합적 성격을 지닌다. 이 시위를 분석한 학자들 은 이란 현대사를 재편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봉기’(Kashani-Sabet, 2023; Molana etc., 2023; Mehrabi, 2022)이자, 이란의 사회, 정치, 문화, 종교, 젠더 관계 및 성적 통념의 ‘혁신적이고 불가역적인 전환점’(Tohidi, 2023: 29)이며, 내면의 식민지로부터의 해 방과 존엄성 회복을 위한 투쟁이자 혁명적 과정(Bayat, 2023: 20)으로 다각도로 해 석하고 있다.
더불어, 쿠르드계를 포함한 소수민족의 참여는 이 운동이 동질화 되고 헤게모니화된 민족국가 건설에 대한 저항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음을 시사 한다(Sadeghi-Boroujerd, 2023: 417-418). 또한 이란 사회를 분석한 연구자들의 견해에 따르면, 이 시위는 돌발적인 현 상이 아닌 시민 불복종 운동의 역사적 결과물로 해석된다. 이란의 시민 불복종 운동은 1990년대 말 모함마드 하타미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시작된 시민 사회 부상과 학생운동의 활성화를 시작으로, 2006년 백만서명운동, 2009년 녹색 운동, 2014년 ‘나의 은밀한 자유’ 운동, 2017년 ‘혁명거리의 소녀들’ 운동, 2017- 2018년 경제 위기로 인한 대규모 유혈 시위, 2019년 11월 유가 인상에 따른 대 규모 시위 등 일련의 사회운동을 거치며 발전해 왔다.
2022년 시위는 이러한 이란 시민 불복종과 시민 반란의 역사적 연속성 상에 위치한다는 것이 학계 의 지배적 견해이다(Afary and Anderson, 2023; Bayat, 2023; Molana etc., 2023; SadeghiBoroujerd, 2023; Tohidi, 2023).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선행연구의 토대 위에서, 2022년 9월 당시 인스타그램 을 중심으로 이란 국내외 시민들이 뉴스와 시위 정보를 자신의 계정에 업로드 하고 확산시키는 온라인 ‘현장’을 실시간으로 참여 관찰하였다. 연구방법론으로 는 다양한 형태의 인터뷰와 현지조사를 활용하였다. 2022년 9월부터 10월까지 이란 현지의 정보제공자 4명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비대면 인터뷰를 실시하였 으며, 한국에 거주하는 이란 유학생 5명과 교수 3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 행하였다. 더불어 2024년 9월에는 일주일간의 단기 현지조사를 통해 2022년 시 위 이후 변화된 도시 경관을 관찰하였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 (10대 1명, 20대 2명, 40대 1명, 50대 3명, 60대 1명)을 대상으로 각각 1시간 이상의 심층 면담을 수행하여, 총 8명의 여성 참여자로부터 면담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이란 여성 운동의 역사적 전개를 통해 시민 불복종의 이론 과 실천 간의 역동적 관계를 탐구하고자 함이다. 이를 통해 억압적 정치체제 하 에서 시민 불복종이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메커니즘과 그 과정에서 직면하는 구조적 한계 및 도전 요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2022년 이란 히잡 시위를 통해 이란의 시민들은 이슬람공화국의 근간인 정치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바 있다. 그리고 시위의 여파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란 사회를 불안하게 관통하고 있고, 앞으로의 정권 체제 유지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사건이다. 2022년 히잡 시위를 기점으로 지금까지도 이란 내부의 사회적 혁명이 진행 중이라는 관점에서 본 연구의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출처: 구기연, 아시아리뷰 제14권 제3호(통권 32호), 2024: 107~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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