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위기(boy crisis) 및 알파걸(alpha girls) 담론에 나타난 백래시의 의미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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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4-09-13 16:02 조회307회 댓글0건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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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위기(boy crisis) 및 알파걸(alpha girls) 담론에 나타난 백래시의 의미 지형
엄혜진(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조교수)
| 초록 |
Ⅰ. 문제 제기
Ⅱ. 포스트 페미니즘과 소년 위기/알파걸 담론의 부상
Ⅲ. 소년 위기 및 알파걸 담론에 나타난 백래시 구조
Ⅳ. 나가며
| 초록 |
본 논문은 소년 위기(boy crisis) 및 알파걸(alpha girls) 담론을 분석하여 학교와 교육 영역에 나타난 백래시의 의미 지형을 분석한다. 이 두 개의 담론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남성과 여성의 성공을 제로섬 게임으로 대립시키면서, 소녀의 학업 수준 향상이 소년의 희생을 대가로 한다는 관점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성적 차이의 의미, 학교 교육의 가치, 그리고 페미니즘과 성평등의 정의를 재구성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선 소년 위기 및 알파걸 담론은 공히 남학생의 학업 부진 현상을 과장하여, 학교 환경과 교육 과정이 소녀에게 유리하게 조성되어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성차 본질주의에 기반해 발달 과정상의 남녀 차이를 학습 방식의 차이와 매개 없이 연결시켜 젠더 이분법적 고정관념에 기반한 교육 담론을 생산해 왔다.
둘째, 두 담론은 학업 성취를 학교 교육의 유일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능력주의적 경쟁 체제를 고도화 해온 공교육의 시장화 논리에 호응하고 있으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한 효과와 문제를 소녀와 여성의 부당한 이익으로 이전시킨다.
셋째, 소년의 위기와 알파걸 담론은 소년의 부진과 소녀의 성취가 여성의 권리만을 배타적으로 추구해온 페미니즘으로 인한 결과로 보면서, 젠더 형평성을 성평등과 페미니즘의 새로운 이상으로 제안한다.
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학교와 교육이 사회의 어느 영역보다 선도적으로 백래시가 일어난 주요 진앙지 가운데 하나이며, 오늘날 백래시는 성평등 제도와 정책에 대한 단순한 반발과 저항만이 아니라, 페미니즘 의제를 전유하는 포스트 페미니즘의 경향으로 파악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주제어: 소년 위기, 알파걸, 포스트 페미니즘, 백래시
Ⅰ. 문제 제기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인구 관련 포럼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가1)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ㆍ계층 별 결혼결정요인 분석』이라는 제목의 해당 보고서는 만혼과 비혼을 출산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혼인율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과제 가운데 하나로 고학력ㆍ고소득 여성의 배우자 하향 선택 유도를 제시했다 (「CBS 노컷뉴스」, 2017. 02. 26.).
인구 변동의 구조적이고 복합적인 역동을 저출생 현상 자체로 평면화하여, 여성의 고학력화를 문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 발표는 많은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러한 발상이 돌출적인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여 년간 인구 통제 패러다임 속에서 구축돼온 한국의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은 여성의 생애전망 변화와 자기계발 자체를 문제시하는 논리가 지배했고(배은경, 2021), 여성의 교육수준 상승과 사회참여 증대를 문제의 원인으로 보는 논리를 공유하고 있었다(김선혜, 2020).
주목하고자 하는 바는 이처럼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을 남성과의 이익 충돌과 사회 문제의 구조적 원인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학교 및 교육 영역에서 이미 첨예화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1990년대 이후 OECD 국가를 중심으로 여학생의 학업 성취 수준이 향상되고, 고등교육 진학률의 성별 격차가 사라진 현상은 성평등이 충분히 달성되었다는 근거로 사용되었고, 나아가 이를 남학생의 희생을 대가로 한 성취로 위치 지우는 교육 담론이(Francis and Skelton, 2005; Ringrose, 2007) 생성되어왔다.
최소한 학교에서는 더 이상 성차별이 존재하지 않으며, 교육 체계 및 실천에 내
재한 젠더 규범은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의 전거라는 주장이2) 한국사회에서도 백래시(backlash)3)의 단골 요소로 등장한 바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학교 및 교육 경험을 둘러싼 이와 같은 현상은 사회적으로 확산된 백래시의 배후 효과로만 파악되는 경향이 있었다.
페미니스트 교사 및 학생에 대한 공격, 성평등 교육에 대한 저항, 청소년 또래 문화 실천에 만연한 여성혐오 등을 사회정치적 백래시의 반영물이거나, 그와 연동된 온라인 문화 경험에서 파급된 결과로 간주해온 것이다.
학교 교육과 성평등 교육에 관한 연구들이 꾸준히 진행돼왔고, 최근 들어 학교 안팎에서 발생하는 백래시에 관한 연구도 진척되고 있다.
그러나 학습자의 안티페미니즘 의식과 실천 특성(남궁연ㆍ김현주, 2021; 최윤정 외, 2021), 교ㆍ강사가 직면하는 교육 현장의 백래시 현상(윤나현, 2022) 등 주로 교육 주체들의 경험을 다루는 데 집중돼 있다.
다시 말해 사회와 상호작용하면서 학교와 교육 영역 내부에서 능동적으로 생산되고 있는 백래시의 구조와 특성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학교와 교육 영역이 단지 백래시의 배후지가 아니라 주요 진앙지 가운데 하나라는 관찰에서 출발한다. 학교는 성평등 관련 제도와 정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장소인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체제 전환과 맞물려 차별과 불평등을 개인화하는 능력주의적 경쟁 체계를 가장 선도적으로 정당화화며 실천해온 장치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오늘날의 젠더 관계에 대한 해석과 규정은 물론, 성적 차이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토대로 남성과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의 개조를 제안해왔다.
성차에 대한 생물학적, 생리학적 설명에 고찰되어 있는 성교육, 성별 고정관념을 문제 삼으면서도, 성차별을 과거의 유물로 바라보는 양성평등교육(엄혜진ㆍ신그리나, 2018)은 그 함의의 일부를 드러낸다.
이러한 교육 내용이 어떤 관점을 토대로 하여 교육 제도 및 과정과 긴밀하게 결합해 왔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탐색 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연구 대상으로 본 연구는 소년 위기(boy crisis) 및 알파걸(alpha girls) 담론에 주목한다.
영미권을 필두로 여학생의 학업 성취가 남학생과 동등해졌거나 앞서기 시작한 현상에 주목하는 지식, 대중 담론이 생산되기 시작했다.
특히 TIMSS, PISA4) 등 학업 성취에 대한 국가 간 비교가 활성화된 1990년대 이후, 남학생의 학업 부진이나 탈락 현상을 우려하는 소년 위기 담론이 알파걸 담론과 나란히 크게 부상해 왔다.
국내에서도 관련 서적이 동시적으로, 혹은 시차를 두고 번역 소개되었는데, 『알파걸: 새로운 여자의 탄생 Alpha Girls』(킨들런, 2007)과 『소년은 어떻게 사라지는가 The War Against Boys 』(소머스, 2019)와 같이 교육 비평서로 출간되기도 하고, 『알파걸에게 주눅 든 내 아들을 지켜라 Boys Adrift』(삭스, 2008) 등과 같이 양육서나 교육서의 형태로 등장하기도 했다.
독립적으로 보이는 이 두 개의 담론은 서로 긴밀하게 얽혀 남성과 여성의 성공을 대칭, 대립시키면서, 기존의 성평등한 교육 제도와 정책을 비판적으로 거부할 뿐만 아니라 선택적으로 수용하면서 성적 차이와 페미니즘의 의미를 재정의, 재구성하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오늘날 교육 담론에 나타난 백래시의 의미 지형과 그 함의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백래시 논의를 점검하는 데에도 기여하고자 한다.
백래시는 성평등 제도에 대한 반발과 페미니즘에 대한 저항을 포착하는 용어로서 학술 논의에서도 광범하게 사용돼왔다.
그런데 오늘날의 백래시는 평등 제도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온 현상(팔루디, 2017) 중의 하나이면서도, 또한 고유한 방식으로 차별과 평등의 의미를 재구성하는 과정과 맞물린 이 시대 특정적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포스트 페미니즘(post-feminism)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시대 백래시가 페미니즘에 대한 새로운 전유 방식을 나타낸다는 점을 제
기해온 연구들을 기반으로,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과 저항에 대한 실천적 대응을 초과하는 성찰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제안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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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 별도 첨부
출처 : 한국여성학 제38권 4호 (2022년) pp.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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