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세계 최초 헌법에 임신중지 권리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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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4-10-25 12:58 조회182회 댓글0건본문
프랑스, 세계 최초 헌법에 임신중지 권리 포함
▪ 2024년 3월 초, 프랑스는 세계 최초로 헌법에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본 개정안은 마크롱 정부가 헌법 개정을 의회에 상정했고, 3월 1일 열린 특별 합동회의에서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최종 통과되었다.
프랑스의 헌법 개정에는 상・ 하원 합동 회의 5분의 3 이상의 찬성(512표)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압도적인 찬성표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현행 프랑스 헌법(제5공화국 헌법) 제34조에 개인이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세계 여성의 날, 프랑스 사법부 장관 에릭 듀퐁-모레티(Eric Dupond-Moretti) 가 수정된 헌법을 인장하고 봉인하는 기념식을 개최함으로써 수정된 헌법이 공식적으로 발효되었다.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대통령은 기념식 직후 마련된 공식 석상을 통해 "오늘 기념식은 끝이 아니라 본격적인 시작이다. 이제는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에서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발표했 다. 더불어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기본권 헌장(Charter of Fundamental Rights of the European Union)에 개인의 기본적인 권리로서 임신중지를 선택할 권리를 보장한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을 촉구했다.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은 유럽연합 회원국 내 시민 및 거주민의 정치・경제・사회적 기본 권을 규정하고 인권을 보장하는 헌장이다. 헌장 개정은 회원국들 사이에서 만장일치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유럽연합 차원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촉구한 위 개정을 실현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유럽 내 많은 국가들이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반면, 여전히 여러 규제를 적용하거나 사회 문화적으로 임신중지를 두고 찬반 여론이 극심하게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 사실 프랑스는 1975년부터 이미 임신중지를 합법화하였다. 1975년 제정된 법에서는 임신 10주까지 임신중지를 허용했고, 이후 2001년에는 임신 12주, 2022년에는 임신 14주까지로 그 범위가 점진적으로 확대되어 왔다. 미성년자도 부모의 허락 없이 본인 의사에 따라 임신중지를 할 수 있으며, 1980년대 이후로는 임신중지 관련 의료 서비스 비용은 국가 건강보험에서 부담했다.
▪프랑스 의회에서는 이번 헌법 개정안이 가결되기에 앞서 이미 임신중지 권리가 합법인 데 굳이 헌법에까지 그 권리를 보장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냐는 회의론도 있었다. 그러 나 임신중지 권리를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보다 근본적으로 그 권리를 보호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프랑스 현행법상 임신중지가 합법인데도 프랑스 정부가 헌법을 수정하고자 한 데는 미국의 최근 사례가 주요한 정치적 동기로 작용했다.
▪2022년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 권리를 인정했던 1973년 ‘로 앤 웨이드(Roe v. Wade)’판결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미국의 여러 주에서는 임신중지가 금지 되거나 상당 수준 제한되면서 사회적인 파장이 일었다. 실제로 유럽의회(European Parliament, EP)에서는 미국 연방대법원이 판결을 내리기 전인 2022년 6월 9일, 찬성 324표, 반대 155표, 기권 38표로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중지 권리를 보호하는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하고, 유럽 내에서도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미국의 사례에 영향을 받아 프랑스에서는 임신중지 권리를 헌법에 명시해야 한 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현행법상 임신중지가 가능하더라도 향후 극우 정당이 이끄는 정부가 들어서면 제도적으로 임신중지 권리가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일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는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해야 한 다는 여론이 우세한 편이었다. 2022년 11월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IFOP가 프랑스 시민 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6%가 헌법에 임신중지 권리를 명시 하는 데 찬성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맥락에서 프랑스에서는 헌법 개정안이 추진됐지만, 사실 통과되기까지는 상・하 원 간 개헌안 세부 내용에 이견이 있어 진통을 겪었다. 이후 마크롱 정부가 개헌안을 다시 제안하고 나서야 상・하원을 각각 통과했으며, 마침내 특별회의까지 통과하면서 개헌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번 헌법 개정안 투표에서는 프랑스 내 극우 정당 으로 알려진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Marine Le Pen) 의원과 많은 보수성향의 의원 들도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프랑스에서 헌법에 임신중지 권리를 포함하게 된 것은 분명 제도적으로 진일보 한 성과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이 촉구한 것처럼, 유럽연합 차원에 서 임신중지 권리를 개인의 기본 인권으로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에 명시하게 될 가능성 은 미지수다. 유럽연합 내 회원국마다 입장이 첨예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극우정당 출신 조르자 멜로니(Giorgia Meloni) 총리가 이끄는 현 이탈리아 정부는 임 신중지 권리를 확대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헌법에 여성 의 임신중지 권리를 포함한 만큼, 앞으로 유럽연합에서 해당 주제로 담론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나갈지 지켜볼 만하다. 국
출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2024_여름호_젠더리뷰_ pp. 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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