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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되기’의 어려움: 성매매처벌법 판례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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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5-13 11:38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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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되기’의 어려움: 성매매처벌법 판례 분석


                                         <초록>

 

본 연구는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성매매처벌법 판례를 분석하여 “성매매피해자의 인권 보호” 라는 입법 목적에 실제 판례들이 부합하는지 검토한다. 특히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피해자’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으로 분류되는 기준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성매매 여성의 법적 지위는 경찰·검찰·법원 단계에서 결정된다. 현행 성매매처벌법에서 당사자 가 피해자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스스로 피해자라고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위는 판단 주체의 재량에 따라 비일관적으로 결정되고, 대부분은 행위자로 분류되고 있다. 또한 피해자로 접수 된 사건도 언제든 행위자로 전환될 수 있어, 성매매 여성은 지속적으로 법적 신분 변경에 대한 위험 에 노출된다. 판례 분석 결과, 성매매피해자 인정 기준은 모호하게 적용되었다. 위계나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은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극단적인 폭력 상황에 이르러서야 피해자로 인정 되는 사례도 있었다. 

법률의 객관적인 적용이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청소년이나 장애가 있는 여성의 경우나, 인신매매나 선불금 문제가 포함된 사건에서도 유사한 비일관성이 확인되었다. 심지어는 여 권 압수, 감금, 상해와 같은 피해가 있었음에도 여성이 행위자로 분류되는 판례도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연구는 성매매처벌법의 취지가 법 집행 과정에서 충분히 구현되 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진정한 피해자’를 선별한다는 모호하고 비일관적인 기준은 성매매 여 성에게 이중 잣대로 작용하며 더욱 폭력적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따라서 성매매처벌법은 현재의 이분법을 넘어, 성매매 여성의 비범죄화를 통해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루어야 한다.

 

 

I. 문제제기

 

2020년 9월 헌법재판소는 성매매 여성인 A씨에 대한 검찰의 성매매 기소 유예처분을 취소했다. 외국인 여성인 A씨는 2018년 6월 한국에 입국하여 마사지 업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도착 당일, 업주와 알선자는 A씨에게 소개비 200만원을 갚으라며 성매매를 알선했다. A씨의 거부를 업주나 알선자는 받아 들이지 않았다. 항공권을 마련하는 등 A씨가 귀국을 시도했지만, 결국 알선자에 의해 감금되었다. 알선자는 소개비를 갚지 않으면 본국에 돌아가지 못함은 물론이고, 다른 업소로 팔아버리겠다고 협박했다. 결국 A씨는 어플을 통해 알 게 된 성명불상자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피해 신고 당사자인 A씨가 성매매행위자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사건의 후속 진행 과정은 다음과 같다. 2018년 8월 31일, 사건의 알선자 는 A씨에 대한 감금·협박 혐의로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 서 업주와 알선자는 A씨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하고 사과했다. A씨는 업주 와 알선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1월 5일에는 원고 승소 판결을 받 았다. 이 과정까지 A씨의 법적 신분은 성매매피해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위의 내용과는 별개로, 10월 26일 검찰은 A씨를 성매매행위자로 보고 기소유 예처분을 했다. 검찰은 A씨가 성교 행위를 비용을 받지 않고 한 사실이 4회 있고, 이것이 피의 사실이라고 본 것이다. 위 사례는 성매매 여성의 처벌 여부 가 판단 주체의 인식에 따라 결정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매매 여성의 법적 처벌은 ‘성매매피해자’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은 성매매 여성을 ‘성매매피해자’와 ‘성을 파는 행위를 한 사람’으로 구분한다(이하 ‘성매매처벌 법’). 

 

성매매 행위에 대하여 성매매피해자는 처벌되지 않지만, ‘성을 파는 행 위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유사한 성매매 행위라도 당사자의 신분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성매매처벌법 시행 20년이 지난 현재, 성매매처벌법 관련 연구는 증가했지 만 실제 판례를 분석한 연구는 많지 않다. 기존의 성매매처벌법에 대한 연구는 주로 성매매처벌법의 평가와 한계(박찬걸, 2012; 김애령, 2008; 원숙연·박진 경, 2006), 성매매피해자의 분류·보호·양형 기준에 대한 제언(박찬걸, 2014; 박지현, 2016), 그리고 위헌 법률심판 사건 분석(이나영, 2016; 장다혜, 2015; 신상숙: 2017; 윤수정, 2016)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들 연구는 개별 조항만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을 뿐, 실제 판례에서 해당 조항이 어 떤 기준으로 성매매 여성의 법적 지위를 구분하는지, 그리고 성매매처벌법이 목적에 부합하게 적용되고 있는지는 살펴보지 않았다. 따라서 위의 연구 성과 에 기초하여 성매매처벌법의 실제 적용 양상을 분석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는 성매매처벌법 판례 분석을 통해 법익인 “성매매 여성의 인권 보 호”와 실제 적용 사이의 괴리를 밝히고자 한다. 온라인 공간의 확장, 아청법 개정 등으로 성매매 지형이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 시점에서 법 적용은 사건 당사자뿐 아니라 성매매 구조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본 연구는 ‘진정한 피해자 찾기’에 집중된 성매매처벌법 적용의 좁은 해석 논리를 검토함으로써, 법의 실제 적용 양상을 명확히 드러내고 성매매처벌법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도출하고자 한다. 본 논문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연구 대상인 판결문을 살펴본다. 3장은 성매매처벌법 적용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검토하여 성매매처벌법이 갖고 있는 한계를 다룬다. 이는 성매매처벌법이 표방하는 법익과 실제 적용 사이 의 괴리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4장은 성매매 여성의 법적 지위가 경찰·검찰· 법원의 단계에서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 과정을 분석한다. 특히 성매매 여성에 대한 판단에 내포된 구조적 문제점을 살펴본다. 

 

5장에서는 성매매처벌법의 피해자 조항의 적용 양상을 1) 위계, 위력, 그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 를 강요당한 사람, 2) 미성년자,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 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사람, 마지막으로 3)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으로 분류하여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6장은 본문 요약과 함의를 다룬다.

 

출처: 저자: 이지연, 박설희, <성연구>  2025년 1호(통권 124호), 한국여성정책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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