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분열적 결속 > 여성


여성

여성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분열적 결속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5-13 12:11 조회2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분열적 결속:페미니즘의 신자유주의 비판 쟁점들과 함의

 

<초록>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관계 동학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증대하면서, ‘자유시장 페미니즘’, ‘초국적 비즈니스 페미니즘’, ‘신자유주의 페미니즘’ 등의 개념이 등장해 왔다. 이러한 논의들은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분석 개념인 신자유주의에 대한 특정한 이해를 전제하고 있지만, 정작 신자유주의가 매우 논쟁적인 개념이라는 점에서 검토가 요청된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페미니즘의 논의는 다차원적으로 활발하게 이루 어져 왔지만, 그 궤적을 탐색한 연구는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본 논문은 신자유주의의 전개 과정과 페미니즘의 이론적 쟁점의 변화 등을 따라 형성되어 온 페미니즘의 신자유주의 비판 논의를 1)젠더 편향적 발전 정책으로서의 신자유주의, 2)신보수주의적 백래시로서의 신자유주의, 3)젠더 위계를 재구조화하는 글로벌 질서로 서의 신자유주의, 4)젠더화된 주체를 구성하는 통치성으로서의 신자유주의 등으로 범주화하여 그 쟁점을 분석하였다. 아울러 이와 같은 비판 기획이 페미니즘의 신자유 주의화 현상에 대한 성찰적 논의와 병행되었다는 점을 제기하고, ‘신자유주의 페미니즘’ 을 그것의 최신 도달점이자 이론적 징후로 간주하면서 함의를 제안하였다. 

 

Ⅰ. 문제제기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관계 동학에 대한 이론적 관심이 증대하면서 ‘자유시장 페미니즘(Eisenstein, 2009)’, ‘초국적 비즈니스 페미니즘(Roberts, 2012)’, ‘시장 페미니즘(자이슬러, 2018)’ 등의 개념이 등장해 왔다. 초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성의 자유와 권리가 시장을 통해 충분히 실현될 수 있다는 신념과 실천의 부상을 가리킨다. 가장 최근에는 이 모두를 포괄하거나 대표할 만한 개념으로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제안됐다(Ferguson, 2017; Rottenberg, 2018).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페미니즘의 이론적 논의와 페미니즘의 우경화에 대한 경계는 꾸준했지만, 자본주의와 페미니즘의 결합 양태를 다룬 논의가 적극 등장한 배경에는 영미권에서 주목한 이례적 현상이 놓여 있었다. 성공한 엘리트 여성, 혹은 정치ㆍ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여성들이 전례 없이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공개적으로 선언하기 시작한 것이다(Rottenberg, 2018),1) 이들이 페미니스트로 자임하며 전달한 메시지는 더 특징적이었다. 여성의 경제적 성공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이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자유주의 페미니즘의 연장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페미니즘을 탈정치화한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었다. 여성의 성취를 가로막는 성차별 구조에 대항하는 집합적 기획을 제안하기보다, 여성 개인의 능력주의적 고양과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으로 지칭한다면 한국 사회에서도 낯선 현상은 아니게 된다. 다른 사회적 평등 의제와 분리시켜 ‘여성 우선 챙기기’로 페미니즘 정치의 급진적 초점을 이동시키거나,2) ‘야망 보지 힘주기 프로젝트(야보힘)’처럼 계층 사다리의 ‘정상’에서 만나는 것이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치적 실천이자 성평등의 실현이라고 제시하는 흐름이 페미니즘의 대중화 현상과 나란히 부상해 왔기 때문이다(이현재, 2019; 이유림, 2020).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을 새로운 하이픈 페미니즘으로 분류하고 대상화할 수 있을지는 본 논문의 주제에 준하는 논점이다. 

 

그러나 기존의 이데올로기적 유형을 따를 때, 그 이질성은 분명해 보인다. 신자유주의가 자기 설명적 개념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의 대상으로 두고자 하는 사람들에 의해 부상하고 사용돼왔던 것처럼(Boas and Gans-Morse, 2009), ‘신자유주의 페미니즘’ 역시 그 주창자들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의 페미니즘 활용이나 페미니즘의 신자유주의화에 대한 비판 담론으로 구성된 개념이라는 점에서다. 무엇보다 검토되어야 할 점은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이 신자유주의에 의존해 정의되지만, 정작 신자유주의 자체가 매우 논쟁적인 개념이라는 데 있다. 

 

신자유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한 지 100여 년에 이르지만3) 개념의 실체와 유용성을 둘러싼 논란은 최근으로 올수록 잦아지고 있다. “자본주의, 근대성, 지구화 등을 대체할 수 있는 마스터 변수이자, 모든 못에 작용하는 설명 망치(Larner, 2003)”, “느슨하고 유동적인 기표(브라운, 2017: 22)”,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개념(Venogupal, 2015: 165)”, “고정된 실체 없이 무분별하게 쓰이는 시적인(poetic) 개념(최서영ㆍ서정민, 2019: 57)” 등의 평가들은 극단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개념의 폐기 주장까지 나오게 된 배경을 표현한다. 다양한 이론적 관점과 너무쉽게 어울리고(결합성),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으로 간주되며(편재성), 모든 사회, 정치, 경제적 변화의 원인으로 파악되는(전능성) 특징으로 인해학술 개념으로서의 엄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Clark, 2008).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용이 증폭 돼왔다는4) 것은 잠정적이고 경합하는형태라 할지라도,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이론적 생산성이 도모 돼왔음을 부인하기 어렵게 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은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설명해 왔으며, 신자유주의 개념을 통해 어떤 지식을 산출해 왔는가? 신자유주의에 관한 페미니즘의 논의는 매우 활발하게 이어져 왔지만, 그 궤적을 탐색한 연구는 사실상 부재하다. 본 논문은 페미니즘의 신자유주의 비판 쟁점을 중심으로 그 전개 과정과 내용을 살펴보고, ‘신자유주의 페미니즘’을 그것의 최신 도달점이자 이론적 징후로 간주하면서 함의를 검토한다(중략)

 

출처: 엄혜진, 한국여성학41(1) 2025.03 pp.43 - 91(49 pages)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종교와 젠더연구소서울 중구 동호로24길 27-17 우리함께빌딩 3층Tel. 070-4193-9933Fax. 02-2278-1142

COPYRIGHT ⓒ 종교와젠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