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불자들의 역할 증대와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2-05 13:18 조회3,186회 댓글0건첨부파일
- 한국 여성불자의 위상과 역할-민성효.hwp (35.5K) 3회 다운로드 DATE : 2013-02-04 14:40:58
본문
여성 불자들의 역할 증대와 위상 강화를 위한 방안
1) 올바른 불교 여성관 확립
대승불교에서 최고의 깨달음의 경계는 여래 즉 부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는 것이니 이는 여성 불자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여자는 성불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그것은 여인오장설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인의 몸으로는 여래가 될 수 없다는 여인오장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 후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석가모니 부처님 재세 당시부터 부파교단에 이르기까지 제자들은 여자들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수행의 마지막 계위가 아라한과였다. 성불은 대승불교의 극과인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여성관은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이 다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면밀히 살펴보면 불전에 보이는 부정적 측면은 부처님의 근본정신에 맞지 않는 견해이니, 그것은 부처님 재세 당시 인도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가 반영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부처님은 당시의 잘못된 인습의 사슬을 끊고 사성 평등과 남녀 평등의 공동체인 교단을 마련해 여성도 받아들였으며, 비구니들도 깨달음을 얻고 모든 이들의 정신적 귀의처가 되게 해주었다. 부처님은 여성의 인권과 능력을 평등히 인정했다.
여성도 여래의 가문에 태어나고, 여래의 자리에서 여래의 법을 설하는 법사가 되며 사자후를 설한다. 그리하여 불국토를 건설하는 여성 불자의 당당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고통과 모순으로부터의 해방운동에 여성이 동참하고 앞장서온 결과 여성도 당당히 부처님의 제자이며 부처님의 딸로서 인정받게 된 것임을 불교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아직도 여성에 대한 부정적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면 그것은 부처님의 근본 정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이리라. 경전은 그 수행자가 나아가야 할 길을 알려주는 것일진대, 경전에 대한 올바른 해석과 부처님의 근본 뜻을 잘 살피는 것이 현명한 불자의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하여 모든 남녀 불자가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나갈 때 다 함께 즐거운 정토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2) 교단의 제도와 조직에의 여성 참여 확대
이제 사회의 각 분야에서도 여성 참여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여성인력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집단은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99년 1월 현재 조계종 승려수는 사미 2,168명, 사미니 1,811명, 비구 4,077명, 비구니 3,917명으로 사미와 비구가 6,245명, 사미니와 비구니가 5,728명으로 총 11,973명에 이르고 있다.
그리고 이들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불교학 연구·가람 수호·사회 봉사활동 등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종단의 핵심적인 역할에는 비구니들이 배제되고 있는 실정이다. 즉 현재 25개의 교구본사 중 비구니 사찰은 한 군데도 없으며, 총무원장·교육원장·포교원장은 물론 각 부장급 스님들도 모두 비구로 구성되어 있다.
비구니팔경계법은 현실적으로 사문화되다시피 하였고 또 사문화시키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데도 필요할 때는 비구니를 통제하는 기능으로 쓰여지고 있는 것은 비구니를 통해 여성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재가 여성 불자들 또한 실질적으로는 사찰을 운영하는 중요한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불자들의 의견을 사찰운영에 반영하도록 하는 기구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들은 주로 공양간에서 가사노동의 연장선상의 일을 하거나 법당에서 기도나 불공을 드리는 정도의 활동을 할 뿐이다.
재가 여성 불자들이 사찰운영에도 출자가와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을 때 여성들의 잠재적인 능력이 불교의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재가 여성 불자들은 불교교단 운영의 필수적인 존재였다.
현대처럼 전문화, 분업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출가자가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므로 재가자와 출가자의 역할분담이 필요해진 것이다. 특히 사부대중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여성 불자들의 사찰운영 참여는 교단에서 여성 불자들의 역할을 증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3) 여성 불자 조직 확대 및 활동 강화
여성 불자들의 활동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은 전문인력의 부족과 조직화의 미비를 들 수 있다. 일정한 재정적인 뒷받침과 토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인력이 양성되기 어렵고, 개인적으로 여성 문제에 관심을 갖는 불자들이 있다 해도 조직화를 할 수 없다면 여성 불자들의 활동을 극대화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 교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성단체의 활동은 극히 미비한 실정이다. 한국여성불교연합회가 유일한 사단법인으로 전국적으로 10개의 지부가 결성돼 있으나 그나마 제대로 활동을 하고 있는 곳은 대구, 포항, 경남, 경산지부 등 서너 곳에 불과하다. 1965년 창립돼 70∼80년대 왕성한 활동을 하던 대한불교부인회도 이젠 근근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 밖에 대한불교정각여성회, 한국불교전국여법사회, 여성불교회, 불교어머니회, 부산여성불자회, 부산불교여성문인협회, 경불련 여성위원회 등이 여성 불자 단체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 중에는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미약한 조직체계와 운영으로 정체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나머지 여성 불자들의 모임은 친목이나 신행, 사찰 외호 세력으로 그치고 있으며, 여성의 권익과 자질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모임은 드물다.
이렇게 교계 여성단체의 활동이 위축되어 있는 원인은 여성 불자들의 인식부족과 전문인력 및 프로그램의 부재 등을 들 수 있다.
여성 불자 가운데 전문인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 여성 불자들이 전문적 지식과 직업관을 갖추고 적극적으로 일하며 직장 속에서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동시에 여성 불자의 직능별 연대모임을 통해 문제점을 공유하고 함께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종단 차원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4) 여성 불자 교육 강화
1999년 6월 26∼27일, 조계종 포교원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의하면, 여성과 관련하여 가장 시급히 전개해야 할 일은 여성 불자교육(40.3%)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교육의 중심 내용에 대해서는 정체성 확립(49.3%), 불교 수행법(16.4%), 리더십 개발(14.9%) 등이었다.
또한 여성단체가 구성된 후 수행해야 할 사업에서도 68.2%가 교육사업이라고 답해 역시 교육에 대한 여성 불자들의 높은 욕구를 실감하게 했으며, 관행 및 제도개선사업, 사회여성운동, 신행개선운동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여성 불자들이 종단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기반으로 한 신행활동과 사회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여성 불자들이 사회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는 여성 불자의 대다수가 주부 불자임을 감안해 어머니로서의 역할교육과 탁아시설 확보 등도 중요한 과제다. 또한 신행활동과 사회활동의 연계방안 모색, 현재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활용한 전문분야의 교육실시 등도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5) 사회 여성운동 참여
오늘날 여성 불자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어떤 문화를 형성해가야 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여성 불자들이 소비보다는 나눔의 주체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세계화와 민주화의 연장선에서 배타적인 이기주의와 폐쇄적 집단주의, 인간 경시풍조에서 벗어나 더불어 사는 사회에 걸맞는 여성상을 세우는 데 여성 불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 불자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초석을 다질 때, 우리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불교 내에 여성의 입지를 확보하고 사회적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우선 교단 내의 여성조직을 정비하고, 이웃 종교의 여성단체나 일반 사회여성단체와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여성 불자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교단 내 여성운동은 물론이고, 일반 사회여성운동에도 활발하게 참여할 때 여성 불자들의 역할이 강화될 뿐 아니라 불교계 내에서의 여성의 지위도 향상될 것이다.
-민성효(2000), “한국 여성불자의 위상과 역할”, 불교평론 3호 에서 발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