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로 읽는 고전]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 불교


불교

불교

[불교로 읽는 고전]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5-09-08 17:10 조회10회 댓글0건

본문

[불교로 읽는 고전] 프로이트 《정신분석 입문》

머리말  

정신분석(Psychoanalysis)은 프로이트(Sigmund Freud, 1856~ 1939)에 의해 창시된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론이다. 그는 임상 정신의학자로 평생 환자를 진료한 경험을 바탕으로 마음의 병적 상태에 대한 이론적 가설을 점차적으로 수정해 나가면서 정신분석을 발전시켰다. 

그는 1856년 오스트리아령 모라비아의 프라이베르크에서 유대인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빈 대학교에서 의학을 공부하고 생리학과 신경학을 전공하면서 연구를 시작하였다. 프랑스에서 샤르코(Jean-Martin Charcot)를 통해 히스테리와 최면을 배우면서 인간 마음의 영향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동료인 브로이어(Josef Breuer)와 함께 히스테리 연구를 통해 무의식적 갈등과 억압의 중요성을 밝히기도 했다. 그의 대표작 《꿈의 해석》에서는 꿈을 무의식의 표현으로 보았고, 꿈 작업과 해석을 제안했다. 《성욕에 관한 세 편의 논문》에서는 심리성적 발달 단계를 통해 인간의 발달 과정을 설명하였다. 또한 《자아와 이드》에서 마음을 기능적으로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로 나누는 구조 이론을 제시하며 인간의 성격과 병리현상의 기전을 설명하였다. 인간 본능과 문명의 갈등을 다룬 《문명 속의 불만》과 같은 저서를 통해 그의 이론은 문화, 예술, 역사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그의 이론은 성욕에 대한 지나친 강조와 과도한 일반화라는 강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프로이트의 무의식 개념과 정신분석적 접근법은 정신의학과 심리학의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또한 철학, 역사, 문화 예술 등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프로이트의 대표 저서 중 하나인 《정신분석 입문》은 《꿈의 해석》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많이 읽힌 책이다. 1917년에 출판된 이 책은 1915년부터 1917년 사이에 오스트리아 빈 대학 겨울 학기에 진행한 일련의 강의를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강의 형식으로 기술되어 있고, 정신분석 이론에 대한 입문 형식의 내용이라 그의 다른 논문들보다는 일반인들도 좀 더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모두 3부(실수, 꿈, 신경증)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분석 입문》에 대한 불교적 관점을 기술하기 전에 먼저 정신분석이 무엇인지,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지를 간단히 기술하고자 한다. 이후 각각의 부별로 불교적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정신분석과 불교와의 연관성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자 한다. 


정신분석의 발달 과정 

프로이트 시대의 정신분석을 고전적 정신분석(Classical Psycho-analysis)이라 한다. 프로이트 사후 현대 정신분석(Contemporary Psychoanalysis)은 매우 다양한 방식의 이론으로 발전하였다. 프로이트의 고전적 정신분석에서 인간은 성적 및 공격적 욕동이 있다고 가정하였다. 이러한 욕동은 어릴 때부터 늘 충족되고자 하는 힘의 방향성이 있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이러한 욕동은 무의식 속에 억압되거나 사회적으로 용인된 형태로 변형되어 드러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방어라고 한다. 

인간은 좀 더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되면 사회에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만일 어릴 때부터 발달 과정상에 여러 가지 심리적 상처가 많은 경우 인간은 미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하게 된다. 그 결과 신경증적 증상이 형성된다고 가정하였다. 즉, 인간의 내적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본능적 욕구와 현실 상황 또는 강한 윤리적 특성의 초자아 간의 갈등이 어떤 기전을 통해 증상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남편에게 화를 내고는 불안 증상이 발생하였다. 이를 탐색해 보니 그녀는 평소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 주지 않는 남편에게 무의식적으로 화가 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내면에 억압되어 있는 무의식적 분노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분출될까 봐 두려운 마음으로 인해 불안이 야기된 것이었다.


정신분석은 주 4~5회의 빈도, 45~50분의 면담 시간 등 일정한 형식의 틀(frame)이 있다. 이러한 설정 아래에서 환자의 내적 심리 갈등을 자유연상이라는 방법을 통해 조금씩 드러나게 하면서 환자와 같이 마음을 이해해 나가는 과정이다. 때로는 환자가 자신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마음속(저항) 깊은 무의식적 갈등을 분석가의 도움으로 점차 이해해 나간다. 분석 과정에서 중요한 치료적 측면이 환자의 저항, 전이를 분석하고, 분석가의 역전이를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이란 환자가 어릴 때 자신의 중요한 대상에게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 등이 커서 다른 사람에게도 비슷하게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신분석 과정의 회기에서 지금 이 순간 분석가에게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를 분석가와 같이 이해해 나가는 과정은 마치 라이브 실황처럼 환자에게는 생생한 경험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즉, 어릴 때 부모님에게 느꼈던 과거의 분노를 이제 와서 다루는 것보다 지금 바로 눈앞에 있는 분석가에게 화가 난 것을 분석가와 함께 경험하고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생생한 경험이다. 정신분석에서는 환자에게 어떠한 해결책을 명쾌하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가와 함께 자신의 무의식적 욕구와 방어기제 등을 이해하게 되면서 특별한 방법이 없어도 점차 증상은 없어지게 된다.  

프로이트 사후에 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Anna Freud)를 중심으로 자아(ego)의 적응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자아심리학(Ego Psychology)이 발달하였다. 자아가 욕동의 기능을 하는 이드와 윤리적 특성의 초자아를 중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아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치료의 목표가 되었다. 이후 클라인(Melanie Klein)을 중심으로 인간의 심리 내적 공상(fantasy)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론이 발전하였다. 이와 함께 점차적으로 대상관계 이론(Object Relation Theory)이 발전하였다. 대상관계 이론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실제 외부 대상이 어떤지가 중요하기보다는 어떤 사람의 심리 내적 대상에 대한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어릴 때부터 강한 아버지에게 통제받고 자랐다고 하자. 그의 마음속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늘 나를 통제하고 억압하는 표상(mental representation)이 생기게 된다. 나중에 성장하고 나서도 직장에서 상사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는 상사가 아버지처럼 자신을 꾸짖는 것이 아닌가 두려워한다. 그의 마음속에 이미 대상표상(object representation)으로 남이란 늘 나를 통제하고 꾸짖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코훗(Heinz Kohut)은 인간의 자기애(narcissism)가 어떻게 발전하는지를 중심으로 자기심리학(Self Psychology)을 발전시켰다. 자기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자존심 측면을 주로 다룬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어릴 때부터 양육자에게 충분한 공감과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하자. 또한 그가 본받을 만한 이상적인 대상이 없는 경우라면 스스로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일종의 가면적인 거짓 자존심을 만들게 된다는 것이다. 

어딜 가더라도 자신이 최고인 것처럼 자랑하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만이 대단한 사람으로 대우받기만을 바라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이를 분석해 보면 그의 내면에는 어렸을 때부터 충분한 사랑과 공감을 받지 못해서 매우 취약한 열등감으로 인해 보상적으로 과장된 자기애를 드러내는 것이다. 마치 명품 가방과 외제 차를 가지고 있고 이를 남에게 드러내야만 자신의 자존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은 융(Carl Gustav Jung)의 분석심리학,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 프랑스 라캉(Jacques Lacan) 학파 등 여러 이론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현대 정신분석은 자아심리학, 대상관계 이론, 자기심리학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상호주관성 이론(Intersubjectivity Theory)까지 포함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정신의학에서 약물치료의 발전으로 불안장애나 우울증 등과 같은 신경증적 질환은 좀 더 효율적으로 치료가 잘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연적으로 정신분석의 치료적 대상이 약물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성격장애나 만성 환자들로 변화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치료적 기법도 과거와는 많이 변화되었다. 즉, 과거 고전적 정신분석에서는 분석가가 환자의 내면을 탐색하면서 환자 자신도 모르는 무의식을 의식화하는 것이었다. 즉 환자 증상의 어릴 적 기원을 설명해 주는 해석(interpretation)을 통해 환자가 통찰(insight)을 가지게 되는 것을 가장 중요한 치료 기전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성격장애나 만성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심리 내적인 갈등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중요한 대상에게 발달적으로 충분한 정서적 교류를 받지 못해서 발달상의 결함이 있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분석가가 환자에게 충분한 공감과 이해, 수용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또한 환자와 분석가 사이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전이, 역전이 등을 같이 이해하는 것이 치료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신분석 입문》 1부 ‘실수’ 

프로이트가 《정신분석 입문》의 시작을 실수로 시작한 것은 매우 흥미롭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실수를 한다. 실수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이러한 현상을 가지고 무의식의 실체를 소개하고 있다. 프로이트는 실수를 단순한 우연이나 부주의 탓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적 갈등이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모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다. 이러한 실수의 유형으로는 말실수, 행동 실수, 어떤 약속을 잊어버리는 기억 상실 실수 등이 있다. 

그는 이러한 실수가 무의식의 표현이고, 특히 환자와의 정신분석에서도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예를 들어, 어떤 남성이 중요한 일정을 잊어버리는 것은 아마도 그 일정을 가기 싫다는 무의식적 표현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에서 사례를 들어보면, 어느 환자는 부모님을 속상하게 하는 행동을 하면서도 이에 대해 부모님에게 죄송하다고 자책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는 어느 회기에서 “부모님을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가 다시 “부모님을 힘들게 하는 일을 잘못 말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좀 더 탐색해 보니 그의 내면에는 부모님에 대한 분노로 부모님의 생각에 반하여 자신 마음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정신분석에서는 환자가 하는 말이나 행동의 실수가 있을 때 이를 놓치지 않고 다루어 보는 것이 환자의 무의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이 될 수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실수는 알아차림(Sati)의 부족한 상태로 볼 수 있다. 최근 서양에서 시작되어 임상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는 마음챙김에 기반한 인지치료(Mindfulness based Cognitive Therapy, MBCT)가 있다. 이 프로그램의 첫 회기는 건포도 명상을 통해 우리가 무심결에 행동하는 것을 관찰하는 명상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우리가 무심결(mindless)에 하는 행동인 자동조종(automatic pilot)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것은 정신분석에서 말하는 실수의 무의식적 의미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우리는 일상에서 알아차림이 부족한 상태로 그동안 내가 쌓아온 업(業, Ka-mma)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교에서 말하는 삼독(三毒), 즉 탐욕, 성냄, 무명(無明)의 작용으로서 실수라는 측면도 우리 인간의 탐욕과 성냄과 같은 욕구가 무지의 상태로 발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마음의 습관적 경향이 무심결에 나타나는 것이다. 

정신분석 과정은 실수라는 무의식적 행동을 점차 이해하고 밝혀 나가 자신도 모르게 했던 무의식적 행동의 의미를 알게 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가능한 한 깨어 있는 마음을 유지하도록 해서 알아차림을 통해 자신의 삼독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 초기불교 경전에는 알아차림(Sati)과 함께 늘 따라다니는 용어가 분명한 앎(Sampajāna)이다. 즉, 일상에서 늘 사티(Sati)를 챙겨가다 보면 점차적으로 삼빠자나(Sampajāna)를 이룰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짜증이 올라올 때 ‘짜증’을 계속 알아차림 하다 보면 나중에 짜증과 동시에 그 밑에는 욕망을 충족하지 못한 자신의 삼독을 분명히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정신분석 입문》 2부 ‘꿈’ 

프로이트는 꿈을 실수와 함께 무의식을 증명하는 아주 중요한 도구로 생각하였다. 그는 꿈을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고 주장하였다. 고전적 정신분석에서는 회기 시간에 꿈을 분석하는 데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꿈의 내용뿐만 아니라 꿈에 나타나는 다양한 소재들의 의미와 상징을 분석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환자의 무의식적 갈등과 내용을 이해하였다. 현대 정신분석에서는 꿈의 중요성은 다소 감소하였다. 현재는 꿈의 무의식적 내용을 꼼꼼히 분석하기보다 꿈의 전체적인 정서적 의미 등을 탐색하고 이를 치료자와의 관계인 전이와 연결시키는 것 등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꿈의 일차적 기능은 인간 욕구의 무의식적 충족으로 보았다. 즉, 꿈은 억압된 욕망과 갈등, 무의식적 소망들이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통로로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자면서 실제로 꾸는 꿈을 명시적인 꿈(manifest dream)이라고 하고, 그 드러난 꿈속의 숨겨진 내용을 잠재적 꿈(latent dream)이라고 했다. 원래 무의식으로 꾸고 싶었던 잠재적 꿈이 꿈 작업(dream work)이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꾸는 명시적인 꿈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꿈 작업에는 응축(condensation), 전치(displacement), 상징화(symbolization), 이차적 각색(secondary revision) 등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대학생이 수업 시간에 졸다가 교수님에게 야단을 맞았다고 하자. 그는 다른 많은 학생이 보는 앞에서 교수님에게 야단을 맞아서 창피하고 교수님이 원망스러웠다. 

그는 그날 밤 꿈에서 사냥꾼이 되어서 사자를 사냥하는 꿈을 꾸었다. 이것이 명시적인 꿈이다. 그는 아마도 교수님에게 화가 나서 교수님에게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이것이 잠재적인 꿈이다. 그렇게 교수님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양심에 매우 가책이 되는 것이니 그는 꿈 작업을 통해 자신은 사냥꾼으로 교수님은 사자로 전치시켜 합법적으로 사냥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그러나 정신분석 과정에서 심층적으로 탐색해 보면 그 사자는 교수님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어릴 때 자신에게 심리적 상처를 많이 주었던 아버지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 또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기보다는 냉정하게 듣고 있는 듯이 보이는 분석가에 대한 분노일 수도 있다는 점이 드러날 수 있다. 이렇게 꿈의 소재는 상징화되고 여러 의미가 응축되어서 마치 영화를 보듯이 각색이 되어 나타날 수 있다. 이렇듯 고전적 정신분석에서는 꿈의 무의식적 의미를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환자에게 무의식적 의미를 통찰하도록 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였다. 

불교에서는 꿈에 대해 현실을 보는 관점과 비슷하게 보고 있다. 꿈이란 꿈을 꿀 때는 현실처럼 느끼지만 결국 꿈은 일시적인 환상이고 허상일 뿐이다. 꿈에서 경험하는 모든 상황과 감정은 금방 사라진다. 우리가 꿈에서 겪는 것들이 실재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즉, 불교에서는 꿈을 일종의 허상으로 보고, 우리의 현실도 꿈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현대 정신분석에서 앞서 설명한 대상관계 이론에 따르면 우리는 외부 대상과 현실을 자신이 오랫동안 경험해 왔던 이미지, 어떻게 보면 선입견으로 세상을 바라본다고 한다. 나의 마음속에 외부 대상의 이미지(object representation)가 늘 나를 비난하는 표상으로 보는 경우, 어떤 사람을 만나도 주눅 들어 있게 된다. 나 자신에 대한 이미지(self representation)가 아무 쓸모 없고 능력 없는 사람으로 보는 표상이 있으면 무슨 일을 해도 자신감이 없어서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된다. 이것은 불교 유식학에서 모든 것은 마음에 의해 투사되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주장과 일치한다.

그러나 정신분석에서 꿈을 다루는 방식과는 달리, 불교에서는 꿈을 해석하거나 분석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러한 꿈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무명을 벗어나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을 강조한다. 즉, 불교는 꿈이 허상인 것처럼,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도 고정된 실체가 아니며, 무상한 변화 속에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한다. 그래서 현실에 대한 집착을 줄이도록 돕는다. 또한 꿈은 정신분석과 마찬가지로 불교에서도 탐, 진, 치 삼독에 의해 드러나는 현상으로 보고 있다. 꿈은 깨어 있는 동안 저장된 기억 이미지들이 마음의 활동으로 나타난다. 과거 해로운 업을 많이 쌓은 경우에는 그에 대한 조건으로 나쁜 꿈을 꾸게 되고, 선한 업을 쌓은 경우에는 좋은 꿈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알아차림이 부족하고 탐, 진, 치나 감각적 욕망에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 경우 악몽을 꾸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가 선한 업을 쌓고, 불선한 업을 쌓지 않도록 노력하게 할 수 있다. 

《정신분석 입문》 3부 ‘신경증’  

신경증(neurosis)은 과거 노이로제라고 알려졌던 불안, 우울, 강박 증상 등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정신증(psychosis)은 조현병, 망상장애 등과 같은 장애를 말한다. 신경증과 정신증을 구분하는 기준은 현실 판단 능력(reality testing)이다. 즉, 어떤 사람이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불안, 우울감, 반복적인 사고나 행동 같은 강박 증상을 보이고, 이러한 증상에 대해 과도하다는 느낌과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 신경증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이웃집에서 자신을 감시하고 도청하며 자신을 해치려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이것이 사실이라고 믿는 경우 정신증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이트는 신경증의 원인은 어릴 때부터 어떤 욕동이 있었는데, 그것이 제대로 건강하게 해소되거나 충족되지 못한 상태로 무의식 속에 강하게 억압된 탓이라고 했다. 성인이 되어 이러한 욕구를 자극할 만한 어떤 일이 있을 때 그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무의식 속에 갈등으로 머물러 있다가 다른 형태의 증상으로 발현된다고 보았다. 어릴 때 굉장히 도덕적이고 엄격한 분위기에서 자란 한 남성을 예로 들어보자. 그는 정상적인 성적 충동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도 허용되지 않는 환경 때문에, 그런 욕동들을 인정하고 수용하기 어려워 무의식 속에 강하게 억압하면서 성장하였다. 이런 욕동이 마음에 떠오르면 자신이 도덕적이지 못하다는 죄책감(강한 초자아)을 통해 억압해 왔다. 그는 무의식 속에 욕동을 충족하고 싶은 마음과 이를 억제하려는 초자아, 그리고 이를 통제하는 자아와의 갈등 속에서 자책하고 억압하면서 지내왔다. 대학생이 되어 같은 과 여학생이 매력적인 느낌이 들면서 불안이 올라왔다. 그는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 반복적으로 숫자를 세거나 손을 씻는 등의 강박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프로이트는 이런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정신분석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분석가는 일정한 형식(frame)의 횟수, 시간, 그리고 치료자의 태도와 환자와의 관계상의 경계(boundary) 등을 정하였다. 치료 시간에 환자가 방해받지 않고 생각의 흐름에 따라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자유연상, free association)를 만들었다. 환자가 자신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경우(저항, resistance) 분석가가 이를 알려주어 저항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환자가 자신의 내면을 점차 드러냄에 따라 무의식에 억압되어 있는 욕동과 갈등, 방어기제 등을 인식하도록 도와준다. 그 속에 가장 중요한 치료적 기전은 환자의 저항을 극복하고, 자신이 어릴 적 경험했던 감정을 지금 이 순간의 분석가에게도 나타나고 있는 전이(transference)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치료자가 환자에게 가질 수 있는 감정인 역전이(counter-transference)를 극복하고 점차 환자의 무의식을 의식화한다. 즉, 환자의 이드가 자아의 건강한 조절하에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한 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꾸준한 해석을 통해 반복적으로 훈습(working through)되어 감에 따라 통찰을 얻게 되어 서서히 일어난다. 그래서 환자는 그동안 억압해 왔던 무의식 속의 자신의 욕동, 갈등을 이해하게 됨에 따라 과거처럼 굳이 방어기제를 쓸 필요가 없게 되어 억지로 좋아지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서서히 증상은 호전된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경증은 실수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마음 내면에 대한 무지, 무명과 연관된다. 어릴 때부터 탐욕과 성냄과 같은 욕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알아차림이 부족한 상태로 이러한 삼독에 영향을 받아서 지속적으로 불선한 업을 계속 쌓게 됨에 따라 점차적으로 더 고통 속에 빠진다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너무 힘들어 도움을 원하면서도 생각의 방향은 점점 더 부정적이 되거나 걱정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다 보면 그러한 고통에서 빠져나오기보다는 더욱 고통과 불행감을 느끼게 된다(반추, rumination).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불편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이러한 감정을 붙잡고 집착하게 된다. 감정이나 욕구는 영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정된 것으로 인식하고 집착하는 것이 고통을 증가시키게 된다. 

정신분석 이론과 매우 유사한 유식학적 관점에서 보면, 무의식에 해당하는 말나식(末那識)과 아뢰야식(阿賴耶識)에서 무명으로 인해 자아 중심적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어릴 때부터 경험한 부정적인 상처들로 인해 부정적인 종자(種子)들이 쌓여가면서 이를 조건으로 삼아 현재의 신경증적 증상들이 현행(現行)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즉, 번뇌와 무명으로 인해 모든 현상을 분별하고 판단하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의 인식 과정을 통해 왜곡하고 착각하게 된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이러한 자신의 마음을 정확히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집착하고 있는 것을 인식하고, 모든 것은 변한다는 무상함을 깨닫게 되면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불교와 정신분석의 공통점과 차이점 

불교와 정신분석은 모두 인간의 마음에 대한 이론이다. 불교에서는 실제 수행을 통해, 정신분석은 환자와의 실제 치료 경험을 통해 발전되어 온 거대한 체계이다. 두 가지 모두 유사한 점들이 많다. 

첫째, 둘 다 마음을 바라보는 방식에서 주의력과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분석에서 분석가는 환자의 자유연상과 자신의 마음을 관찰하기 위해 고르게 떠 있는 주의력(evenly suspended att-ention)을 강조한다. 환자와 자신의 마음을 골고루 관찰하도록 하며 환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볼 수 있는 관찰 자아(observing ego)의 발달을 중요시한다. 불교에서도 명상은 주의력을 한곳에 모으고 자신의 마음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보는 알아차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 이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게 하는 비판단, 치료자의 중립성(neutrality)도 중요하다. 

셋째, 정신분석에서는 지금 환자가 불안한 이유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정신결정론(Psychic Determinism)의 가정하에 환자의 과거를 탐색해 나간다. 불교에서도 어떤 조건이 형성되면 이에 따른 결과가 나타난다는 연기론이라는 인과관계의 체계가 있다. 넷째, 정신분석에서는 환자가 바라보는 세상이나 자신에 대한 생각은 실제와는 다른 환자가 경험해 왔던 방식에 따라 일종의 관점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이를 정신적 현실(psychic reality)이라 한다. 불교에서도 드러나는 현상을 생멸(生滅), 빤냐띠(paññatti)라 하고 본질과 궁극적 실재를 진여(眞如), 빠라마타(paramattha)라고 부른다. 

다섯째, 인간의 고통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도, 정신분석은 분석을 통해 고통(misery)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행복하지 않음(common unhappiness)으로 변화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불교에서도 모든 것은 고통(dukkha)이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여섯째, 정신분석에서 환자와 관계에서 분석을 위한 기본 전제 조건은 환자에 대한 공감을 통한 치료적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정신분석보다는 더욱 광범위한 의미이기는 하지만, 자애와 연민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정신분석에서도 오랜 기간의 반복적인 과정인 훈습이 필요하듯이 불교에서도 꾸준한 수행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분석과 불교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가장 큰 차이는 대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정신분석은 병적인 증상을 가지고 일상에서 적응이 어려운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불교는 정신과적 질환을 가진 환자보다는 보편적인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차이점으로 인해 이어서 두 번째 차이가 연달아 발생한다. 정신분석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일반인들에 비해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나 조건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수행을 바로 적용하기 어렵다. 

어쩌면 당신의 어려움은 이런저런 원인들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라는 설명, 즉 해석을 통해 혼란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납득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다. 즉, 정신분석은 인간의 고통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어떤 내용인지를 분석하기보다는 그렇게 마음이 일어나고 집착하는 일종의 형식이나 원리를 알아차리고 인식하도록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셋째로는 물론 불교 수행에서도 스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는 하나, 정신분석에서는 환자가 혼자서 해내기 어려운 점들이 많기 때문에 치료자의 역할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목표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신분석은 증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이다. 반면에 불교는 더 높은 깨달음과 해탈을 목표로 한다. 자기애적 관점(narcissism)에서 보면 정신분석은 병적인 자기애에서 좀 더 성숙하고 건강한 자기애를 가지는 것이 목표이다. 불교는 무상, 고를 인식하고 무아, 즉 고정된 자아라는 실체가 없음을 깨달아서 자기애를 해체하는 것을 목표라고 볼 수 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종교와 젠더연구소서울 중구 동호로24길 27-17 우리함께빌딩 3층Tel. 070-4193-9933Fax. 02-2278-1142

COPYRIGHT ⓒ 종교와젠더연구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