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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교와 페미니즘을 말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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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12-12-05 14:40 조회3,1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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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불교와 페미니즘을 말해야 하는가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있겠지만 필자는 페미니즘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존중받으며 행복하게 사는 사회의 실현을 위한 하나의 도구’쯤으로 이해한다.
 
페미니즘은 의식과 제도의 차원에서 여성차별을 철폐함으로써 여성의 평등한 지위와 삶의 실현을 목표로 하지만 동시에 여성 차별적 의식과 제도가 사라진 정의로운 사회에서의 남성의 진정한 행복 달성까지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교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한다면 타인이 부당하게 대우받고 무시될 때 편안할 수 없다. 페미니즘이 뭇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 대하여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도전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여성만의 이념이 아니다.
 
여성에 대한 부당한 대우를 전제로 하는 의식과 제도 속에서 반사이익을 얻어온 남성이 있다면 페미니즘은 남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면 왜 ‘불교와 페미니즘’인가? 불교와 페미니즘은 무슨 상관이 있을까? 불교에 페미니즘이 요청되고 있는가?
 
불교는 친페미니즘적이면서도 반페미니즘적이다. 이중의 얼굴을 가진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불교는 교리상 성평등주의사상을 전제할 뿐만 아니라 부처님도 성평등주의자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불교는 관습과 제도에 있어서 일반 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남성 우월주의 내지는 남성 중심주의 입장을 반영하고 고수해 왔다.
 
서구에서의 ‘불교와 페미니즘’에 관한 연구들은 불교의 이러한 이중성을 잘 드러내 준다.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행해진 연구들은 두 방향에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한편으로는 불교의 본래입장――연기, 공, 무아와 같은 불교의 핵심사상이 친페미니즘적이며, 부처님도 깨달음에 대한 여성의 성취능력을 인정하였다는 사실――에 대하여 재천명해왔을 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의 불교전통 속에 전제된 가부장적, 여성 혐오적, 남성 중심적 관습과 제도를 비판해왔다.
 
따라서 우리는 페미니즘의 문제의식에 기초하여 한편으로는 불교가 갖는 원래의 친페미니즘적 성향을 드러내고,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의 불교 현실에 은폐되어 있는 반페미니즘적 성향을 밝혀냄으로써 원래의 불교이념을 실현할 것을 요청받고 있다. 이 때문에 ‘불교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불교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의 핵심은 불교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불교 본래의 입장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반불교적이거나 비불교적인 현실의 모습을 드러내고 분명하게 인식하자는 것이다. 즉 이 모두는 사회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루고루 좋은 정의로운 사회 실현을 궁극 목표로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동일한 작업인 것이다.
 
불교의 이중성에 대한 해부를 포함하여 다음의 여섯 가지 내용들이 ‘불교와 페미니즘’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1) 불교­부처님의 친페미니즘적 본래 입장에 대하여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부처님은 여성을 하나의 소유 개념으로 보았던 여성 차별 사회에서 최고 목적에 도달할 수 있는 여성의 능력을 인정하고 여성 출가자 교단을 허용했다는 점에서 페미니스트였다. 여성도 당당한 하나의 인격체로서 깨달음의 주체임을 인정하였던 것이다.
 
서양의 여성 불교학자들은 부처님이 깨달음에 대한 여성의 능력을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출가를 허용하고 수행을 독려하였다는 점을 들어 경전의 여성 차별적 교설들은 후대에 첨가된 것이라고 보거나 방편적 견지에서 설해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여성 차별적 교설들이 후대에 첨가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경전의 이러한 교설들이 남성 중심적 가부장제와 남성 수행자 중심의 교단운영 체제의 소산이라고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논의들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깨달음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에 대하여 정확히 안다는 것은 여성 불자뿐만 아니라 불교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모든 여성들에게 지극히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불교의 모든 수행이 깨달음으로 귀결될진대, 아무리 노력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면 도대체 누가 불교를 진지하게 수용하려고 하겠는가?
 
이러한 까닭에 ‘불교와 페미니즘’ 논의에 있어서 여성성불불가설과 같은 교설이 부처님의 본래 입장도 아니며 불교의 본래 정신에도 어긋난다는 것을 학적으로 규명해내는 작업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2)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불교의 성불평등적 의식과 제도를 드러내고 교정할 필 
   요가 있다
 
불교적 관점에서도 사람됨이나 수행자됨은 행동의 질에 있지 성별에 있지 않으며, 예우를 받는 것 또한 행동의 질, 즉 덕의 높고 낮음에 있지 성별에 있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사실이 아니겠는가?
 
경전의 특정 부분이나 조항을 들어 부처님이 성차별주의자였으며 불교 또한 성차별적이라고 하는 것은 부처님과 불교의 본래 입장에 어긋난다는 점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실은 성별에 대한 부처님의 본래 입장을 실천하고 생활화하는 데는 적극적이지 못하다. 제도화된 불교 속에는 비구니 팔경계법 이외에도 여러 가지 성차별적 제도와 관습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일차적으로 논의의 장으로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성불평등의 제도와 관습에 대한 문제를 분명히 하고 그 교리적 근거를 따져보는 것이다. 공개적 논의의 과정에서 그것들이 반불교적이라고 판단된다면 버리거나 교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공개적 논의의 과정은 성불평등 문제에 대한 명료화, 성불평등의 현실에 대한 확인, 불교의 본래 입장에 대한 재확인, 그리고 의견수렴 과정을 의미하지만 성차별적 관습과 제도를 철폐하고 불교 안에서만이라도 정의로운 사회를 실현해 간다는 데 그 최종적 의미가 있다.
 
 
3) 여성의 관점에서 한국불교의 역사를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불교경전 일반은 남성 출가자들의 주도로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형성되고 해석되어 왔으며 불교사 일반 또한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정리되어 왔다. 이는 한국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여성의 관점에서 우리의 불교사를 검토하고자 할 경우 우리는 역사 속에서 여성 출가자들과 여성 재가불교도들의 활동과 역할을 재조명해 보아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세계의 역사를 동양인의 관점에서 다시 쓰고 동양의 역사를 한국인의 관점에서 다시 쓰며 우리의 역사를 우리의 관점에서 다시 쓰는 것과 같다.
 
이상과 같이 우리의 불교역사에 대해 여성적 관점에서의 검토, 재정리, 재구성하는 작업은 오늘날의 우리 불교의 모습을 진단하고 앞으로 불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과 동일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오늘의 불교는 과거의 불교사를 계승하고 있으며 미래불교 또한 현재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4) 성평등적인 불교의 핵심교리들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안, 그리고 불교 수행법의 페미니즘적 적용·활용의 방안에 대해서도 모색
    해야 한다
 
 
불교의 핵심교리들이 고정되고 규정된 형태의 성정체성(sexual identity)을 거부한다면, 불교는 고정되고 결정된 성정체성에 근거한 어떠한 형태의 성차별적 담론과 제도도 거부할 것이다.
 
요컨대 ‘불교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를 통하여 성평등적인 불교의 핵심교리들을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나아가 불교의 수행법들을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재발굴하고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5) ‘불교와 페미니즘’에 대한 검토는 시대적 요청이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도 여성의 진출이 거부되었던 많은 영역에서 여성의 참여가 허용되고 있고 여성의 기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역사의 흐름이며 대세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에 대하여 불교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가?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러한 물음들에 대하여 답하고 성평등 실현이라는 미래사회의 이상에 대한 불교의 기여를 탐색해 보기 위해서도 ‘불교와 페미니즘’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논의를 통하여 인간, 사회, 자연, 세계에 대한 불교 고유의 관점이 미래의 평등 사회 실현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해서도 모색해 보아야 한다.
 
 
6) 해외의 여성 불교와 그 실천에 대해서 검토하고 그들과 연대하는 방안에 대
    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뿐만 아니라 동양 각지의 여성불교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연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방안에 대한 모색은 현존하는 범세계적 여성불교 단체 혹은 사이버 여성불교 단체들에 대한 파악과 참여를 그 시발로 할 것이다.
 
 
-안옥선(2000), 왜 불교와 페미니즘을 말해야 하는가, 불교평론 3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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