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옥선의 '불교와 페미니즘' 연구 리뷰 

1. 안옥선의 ‘불교와 페미니즘’ 연구업적

국내 불교여성 연구가 시작된 지 한 세대의 시간이 흘렀다. 1984년 한국여성학회 창립 세미나에 <불교의 여성관>이 발표된 것을 기점으로 여성불교학자들 사이에서 불교여성 연구가 촉발되었고, 이후 경전의 여성 이미지를 분석하거나 불교사상문화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비판하면서 불교여성학은 그 학문적 지평을 조금씩 확대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불교여성학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페미니즘 활성화에 영향을 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불교여성학의 전개에 있어서 실제 서구 페미니즘의 구체적인 이론들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비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페미니즘은 주지하듯이 단일한 이론에 입각한 일사분란한 사상과 실천체계가 아니며, 오히려 너무나 다양하게 이론적으로 분화하고 동시에 실천적으로도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진화해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불교와 페미니즘’의 대화를 통해 불교여성학을 한 단계 발전시켜왔던 한 학자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 병고로 급작스럽게 타계한 순천대 교수 고(故) 안옥선이다.

안옥선은 초기불교 연구자 또는 불교윤리학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지만, 그녀의 학문 속에는 페미니즘이 내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와이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돌아온 직후2) 철학회로부터 올해의 논문상을 수상했을 때의 글도 불교와 페미니즘윤리의 비교연구였으며, 그녀가 생을 마치기 전 학문　활동의 마지막 시기에 제출한 논문도 젠더에 관한 글이었다.

그녀의 페미니즘과 젠더 관련 글들은 모두 10여 편으로 불교학회뿐만 아니라 철학회나 여성학회 등에서 발표된 논문인데, 안타깝게도 이것이 불교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한데 묶여 출간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이런 연구 성과가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본 글은 서평이라고 할 수는 없고, 연구 리뷰라는 형식으로 안옥선의 ‘불교와 페미니즘’ 관련 일련의 연구물들의 내용과 그 성격을 분석한 것인데, 국내 불교여성학 연구사에 있어서 그녀의 연구가 갖는 의의를 이를 통해 조명해 보고자 한다. 먼저, 안옥선의 ‘불교와 페미니즘’ 연구 리스트를 발표 연대순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출처 : 조승미, 「안옥선의 '불교와 페미니즘' 연구 리뷰」, 불교학리뷰 vol.9 pp.259-2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