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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섹슈얼리티 『여성 붓다를 만나다』 한울 刊 / 최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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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1-11-10 12:18 조회1,65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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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섹슈얼리티 『여성 붓다를 만나다』 한울 刊 


최형미_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외래교수



성평등 이슈는 이제 달리는 열차와 같다. 누구도 뛰어내릴 수 없다. 국가 기관도, 학교, 기업도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대부분의 종교계는 늑장을 피우고 있다. 성직자의 남녀비율은 국회 남녀비율보다 훨씬 더 심각하게 기 울어져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 신도가 남성 신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데도 말이다. 삶, 인권과 정의의 문제에 근 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종교들이 왜 성평등 이슈에서는 낙후되어 있을까? 절망한 인간에게 위로를 주는 종교는 왜 다 양한 폭력의 원인이 되는 성평등 이슈를 슬쩍 뒤로 밀어버렸을까? 이것은 현재 불교, 기독교, 천주교, 이슬람교 등 4 대 종교가 공통으로 드러낸 문제다.  


특히 불교에서 성평등 문제를 제기하려면, 불교에 어디 여자 남자 구분이 있으며, 모두가 공인데 왜 그런 말을 하느냐 는 반문이 들어온다. 여성차별이 눈앞에 만연한데, 아예 문제 제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와젠 더연구소는 여섯 명의 불교 관련 학자, 옥복연, 전재성, 류경희 김정희 우혜란 조승미 등을 초대해 강연을 열고 그것 을 책으로 엮어냈다. 


이 책은 두 가지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붓다는 페미니스트인가?‘ ’불교는 어떻게 가부장적 종교로 변질되었는가? 첫 째, ‘붓다가 페미니스트였다는 밝히는 것은 현재 성차별적인 불교가 본연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붓다가 성평등을 이야기하게 되는 시대적 메커니즘을 밝혀 불교 내의 성평등 확장에 활용할 여지를 둔다. 두 번째 질문은 불교 안에서 여성에 대한 상반된 입장에 대한 설명이다. 왜 초기 불교는 여성이 깨달을 수 있다고 보았 고 후에 제도화되고 발전된 불교는 여성의 성불이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을까 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했다.


새로운 종교가 등장했다는 것은 새로운 세계가 온다는 말이다. 류경희는 브라흐만 종교를 비판하고 등장한 불교가 평등주의 종교였음을 보여준다, 위기와 변화의 시기에 여성들의 참여는 절실했을 것이다. 그러나 불교는 토착화과정 에서 그 지역의 가부장과 타협한다. 성평등 이슈를 중심교리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옥복연은 여성 승단을 허용 한 붓다와, 그를 만난 여성들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그는 페미니스트적 해석을 통해 경전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있다.


여성의 몸에 대한 혐오의 역사는 오래다. 생리, 임신, 섹슈얼리티는 모두 여성의 삶을 파괴할정도로 통제하고 처벌하는 사회적 규범이 되었다. 붓다는 모든 인간이 여성의 자궁에서 나왔으며, 생리는 생명탄생의 과정이라고 말함으로써 당 시 여성을 부정하게 보고 차별을 일상화시킨 관행에 도전한다. 옥복연은 이러한 붓다의 입장에서 경전을 해석한다. 그 는 여성의 의무를 나열한 경전은 그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 목소리를 가진 주체적인 협력자이고 조력 자로서 살아갈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본다. 


전재성은 엄숙한 의례로 계급화을 가속시켰고 여성을 배제한 브라흐만 종교를 비판했던 붓다가 여성이 겪는 고통에 깊 은 이해를 했음에 주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불교가 그 교세를 확산하는 과정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계율을 만 들어 냈다. 그는 ’승가의 성립 초기에는 깨달음과 설법만 있었지 계율은 없었다‘ 고 언급하며 각각의 계율이 만들어지는 그 맥락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시대적 맥락이 있었음을 밝혀낸다. 그는 오늘날 비구니를 차별하는 팔경계는 그 계율의 정신을 살리되 현실에 적용하는 재해석을 하거나 도움이 되지 않으면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계율에 묶여 시대에 뒤처진 불교계에 대한 쓴소리를 한 것이다. 


이책의 전반에서는 가부장의 껍데기를 벗겨내 불교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려 애썼다면, 후반에 김정희의’ 불교와 무속, 여성의 눈으로 다시 보기‘ 우혜란의 ’낙태아 천도재와 여성의 삶‘, 그리고 조승미의 ’동아시아 불교의 여성 선사들‘은 여 성들의 일상속에서 접목되고 실현된 불교이야기를 통해 성평등한 불교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난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왔다. 사람에 대한 사랑, 창조에 대한 경이감은 나를 페미니스트로 이끌었다. 기독교의 가부 장이 나를 가두지 못했고 난 가부장에 분노했고 싸웠다. 페미니즘은 일상뿐 아니라 신앙에도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나의 벗 불교 페미니스트들이 회복하려 했던 처음 붓다의 목소리, 그리고 오랫동안 덧칠된 가부장의 올무를 벗겨 내는 과정을 보며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사람들의 책무와 자유가 동시에 느껴졌다. 불교는 인생을 고(苦)로 본다. 싸워 서 묶이기보다  받아들이며 극복한다. 생노병사는 악마가 아니라 우리를 성불하게 돕는 스승이라고 말한다. 문득, 우리 를 괴롭히고 차별했던 가부장제 역시 우리를 성불하게 하는 역경계가 아니겠는가. 라는 소리가 힘있게 나에게 다가왔 다. 불교페미니즘이 내놓은 전략은 뭔가 다르다. 그것이 무엇일까? 나에게 또 다른 질문이 다가왔다.



출처: 우바이예찬 (2021년 78호) p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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