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대한 신뢰도 왜 하락하는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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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23-09-14 15:07 조회796회 댓글0건본문
2) 분석 결과
(1) 사적영역에서의 불교
사적영역에서의 관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호감과 친근감을 묻는 항목에서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가장 친근감 있는 종교는 불교가 23.2%로 가장 높게 조사되었고, 그 다음으로 가톨릭 19.9%, 개신교 19.6%였다. 가장 호감 가는 종교에 대한 질문에서는 가톨릭이 가장 높은 24.7%였지만 불교의 23.4%와 큰 차이는 없었다. 개신교는 16.2%로 이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사되었다.
불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호감도는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리서치의 종교인식조사 결과에 의하면, 불교의 호감도는 47.1점으로 다른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보통(50점)보다 약간 낮은 호감도이다. 이 호감도는 매년 떨어지며, 자신의 종교를 믿는 신자들의 호감도도 떨어진다.
불교에 대한 일반 사회의 호감도는 50.9점(2020년)→ 50.4점(2021년)→ 47.1점(2022년)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불교 신도 스스로 평가하는 불교에 대한 호감도도 71.4점(2020년)→ 73.4점(2021년)→ 68.2점(2022년)으로 하락하였다.
또 하나 우리가 주목할 조사는 2021년에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가 진행한 ‘기독교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조사’이다. 이 조사에서도 종교 호감도를 질문하였고, 더불어 각 종교의 상징적인 단어도 함께 분석하였다. 각각의 종교를 대상으로 호감 여부를 묻는 질문에 불교에 대한 호감도는 66.3%, 가톨릭은 65.4%로 각각 조사되었다. 반면, 개신교에 대한 호감도는 25.3%로 가장 낮았다.
불교를 상징하는 단어로는 ‘포용’과 ‘상생’ ‘친근’ ‘보수’ 등이 거론되었다. 가톨릭은 ‘도덕적’ ‘헌신적’ ‘희생적’이 핵심 단어로 선택되었다. 반면에 기독교를 대표하는 단어로는 ‘배타적’ ‘물질적’ ‘위선적’ ‘이기적’ ‘세속적’ 등이 선택되었다.
국민일보와 코디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한국불교의 이미지로 ‘친근함’이 선택되어 앞서 검토한 한국리서치의 조사에서처럼 한국에서 불교는 친근하며 호감 있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친근함과 호감은 전통 종교라는 이미지에서 오는 익숙함과 치열한 경쟁과 고립, 소외에서 오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명상 등을 종교를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새로운 종교성이 불교의 이미지와 부합해서 나타난 결과로 이해된다. 한국사회에서 명상은 개인적 활동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불교의 이미지로 선택한 포용과 상생 등은 불교의 연기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지만, 아직 사회적 의미로 확장되지 못한 채 사적영역에서의 관계 윤리로 소비되고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2) 공적영역에서의 불교
공적영역에서 불교의 위치는 종교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인식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기윤실의 신뢰도 조사에는 종교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종교별 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우선 사회봉사 활동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종교에 대한 질문에 불교를 선택한 비율은 6.8%에 불과하다. 가톨릭은 29.4%, 개신교 20.6%로 그 격차가 15%~20%에 달한다.
불교는 사회활동이 타 종교에 비해 부족하다는 성찰을 기반으로 이전보다는 활발하게 사회복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음에도 일반 국민에게 그렇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10년 11.6%였던 비율은 2013년 7.7%, 2017년 7.8%, 2020년 10.2%로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위의 결과는 사회봉사 활동이라는 단편적인 활동에 불과하지만, 공적영역에서 불교의 활동은 사회에서 거의 인식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의 영향으로 ‘한국사회에 가장 도움이 되는 사회봉사 활동을 하는 종교’라는 항목에서 불교를 선택한 비율은 9.8%로 주요 세 종교 중 가장 났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가장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종교에 대해 불교는 15.1%로 개신교 15.7%와 비슷한 응답률을 보였다. 가톨릭은 26.4%로 가장 높았다.
(3) 불교에 대한 종합적인 인식
앞에서 간략하게 언급했듯이, 종교는 사적영역 혹은 공적영역 어느 한 곳에서만 머물러 있지 않다. 개인의 안녕과 평화를 위한 역할을 담당하며, 동시에 다양한 공적영역과 관계를 유지하고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종교에 대한 인식도 이 두 영역에서의 활동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종교에 대한 종합적 평가는 ‘신뢰’와 ‘영향력’ 항목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기윤실의 신뢰도 조사에서 종교에 대한 신뢰도가 전반적으로 하락하였다. 불교를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도 이전 조사(26.2%)보다 약 10% 하락하여 15.7%로 조사되었다. 이는 가톨릭의 21.4%보다 낮고 개신교의 16.5%와 거의 비슷하다. 이전의 6차례 조사에서 불교는 신뢰도 항목에서 가톨릭 다음으로 2위였지만, 7차 조사에서 비록 미비한 차이이지만 3위로 떨어졌다.
또 다른 항목으로 한국사회에 가장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종교에 대한 물음에도 불교는 15.1%로 개신교 15.7%와 거의 유사한 비율을 기록하였고, 가톨릭이 26.4%로 가장 높았다. 불교는 사적영역에서의 높은 평가가 공적영역에서의 낮은 평가를 상쇄하고 있으며, 반대로 개신교는 공적영역에서의 높은 평가가 사적영역에서 낮은 평가를 상쇄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불교는 아직도 사적영역에서 개인적 차원에서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지만, 공적영역에서는 기대하는 바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4. 닫는 말
근대사회의 종교에 대한 가장 논쟁적인 세속화-탈세속화 논쟁은 절반의 진실과 절반의 과장을 담고 있다. 이론을 통해 우리가 관심을 두고 있는 사회문제(사회현상)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만, 가끔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방해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늘날 세속화는 더 이상 종교의 쇠퇴, 위축, 감소로 이해되지 않는다. 근대사회에서 이루어진 종교의 변화(혹은 변형)를 의미한다. 물론 종교의 영향력이 전통사회처럼 절대적이지도 막강하지도 않다. 하지만 여전히 공적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저수지로 역할을 하고 기대를 받고 있다. 이를 우리는 최근의 종교인식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불교는 사적영역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만 공적영역에서는 낮은 평가를 받으며, 기독교는 그 반대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개별 종교에 대한 종합평가에서는 두 종교의 신뢰도와 긍정적 기여도는 유사한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우리는 사람들이 개별 종교들을 사적영역에서의 경험과 공적영역에서의 활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평가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이러한 추론을 근거로 우리는 두 가지 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사적영역과 공적영역에서 균형 잡힌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 종교의 역할은 특정한 영역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두 영역에서 모두 역할과 기능을 기대한다. 따라서 특정한 영역에서 부족한 활동은 책무를 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책무를 다하지 않는 종교를 신뢰하기 어려우며, 한국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개신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은 이미지와 높은 호감도와 친근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에 비해 신뢰도와 긍정적 기여도가 낮은 이유는 공적 활동의 부족에 있다. 불교는 개인적으로 친밀함을 느끼는 종교이기는 하지만, 사회의 일원으로서 책무를 다하지 않는 그래서 신뢰할 수 없는 매력이 없는 종교이다.
둘째, 최근 불교의 선 수행, 즉 명상에 대한 접근에서도 개인주의적 접근을 보완하는 사회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불교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은 낮지만, ‘명상’을 매개로 불교에 대한 관심은 높다. 이러한 관심이 일시적인 관심이나 명상 체험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는 개인의 신념 및 해석 체계로 선택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실제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는지, 그리고 공적영역에서는 그 가치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는 그러한 모습을 찾기 어렵다. 만약 이러한 노력이 부족하다면 서구에서 뉴에이지 운동이 소멸한 것과 같은 길을 걸을 가능성이 크다. 일시적 붐으로 소비되지 않기 위해서도 공적영역과의 관계를 보다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대사회에서 종교의 위상이 하락하였음에도, 종교가 개인과 사회의 의미와 해석 체계 지평으로 기능하고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사적영역에서의 활동만으로 부족하다. 특히 다양한 종교들이 경쟁하는 한국사회에서 공적영역에서의 활동은 더 중요한 의미가 있으며 사람들이 주목한다. 하지만 한국불교는 이제까지 이러한 점을 간과하고 사적영역에서의 활동에만 집중하고 만족하였다. 그 결과는 종교로서 신뢰도 하락이며, 긍정적 기여를 하지 못하는 종교라는 박한 평가이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불교의 신뢰도는 더 낮아질 것이다. 공적 활동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 전환과 노력이 함께 요청된다. ■
저자: 이명호
출처 : 불교평론(https://www.budreview.com/news/articleView.html?idxno=20437)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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