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진세상 살아내게 한 선지식을 만나 / 이창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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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12-12 18:52 조회2,420회 댓글0건본문
나의 삶 나의 불교
첫 종교 생활
나의 종교 생활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회에서 시작되었다. 어릴 때 나는 서울의 종로구와 서대문구를 잇는 사직터널이 생기면서 없어져 버린 동네, 사직동의 끝자락에서 살았다. 교회는 사직공원 앞에 있었다. 동네 아이들을 따라간 것이 아니었나 싶다.
교회에서 배우는 것은 학교와 달랐는데, 재미있었다. 동요, 동시를 읽을 때였으니 3, 4학년쯤이었을 것이다. 선생님이 동시를 가르쳐 주시면서 다음에 올 때는 하나씩 지어오라고 했다. 집에 와서 동시를 짓는데 잘 안됐다. 이 책 저 책을 뒤지다가 아주 멋진 동시를 발견했다. 거침없이 그 동시를 베꼈다. 지어온 동시를 발표하는 날 선생님이 한 사람씩 이름을 부르면 친구들이 나가서 자기가 지은 동시를 읽었다. 선생님은 끝까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씀했다. 다른 사람이 지은 동시를 베껴서 낸 어린이가 있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선생님은 그 어린이가 누구인지는 말씀하지 않았다. 아, 그때의 부끄러움이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 와중에 내 이름을 밝히지 않으셔서 친구들이 모른 것이 다행이었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움이 적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 일에 대해 선생님은 개인적으로도 한마디 말씀을 안 했다.
그 교회에서 재미있었던 일들은 다 잊었는데, 동시 표절 사건은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내 종교 생활에서 얻은 첫 번째 교훈이다.
중 ·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경직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러 영락교회에 다녔다. 대학 시절에는 강원용 목사님 설교를 들으러 경동교회에 다녔다. 그 시절 나름대로의 정신적인 충만감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교회에 가는 일이 시들해졌다. 같이 다니던 친구 중에는 평생 크리스천이 된 친구도 있다. 그러나 교회와의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이하중략...)
출처: 불교평론 [83호] 2020년 9월 1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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