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꿈꾸는 건강한 인간관계 / 이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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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종교와젠더연구소 작성일20-09-02 21:21 조회3,540회 댓글0건본문
시작하는 말
이번 호 특집 기획은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불교로 꿈꾸기’라는 목표를 정했기 때문에, 필자들은 서로의 꿈자리가 될 수 있으면 겹치지 않을 만한 터를 골라야 한다. 그러므로 이 글의 ‘인간관계’는 정치 · 경제· 고용 · 교육 · 종교 · 문화 등에서의 거시적[macro] · 집단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대인관계의 미시적 측면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함에도 불구하고, 필자의 역량으로서는 타 영역과 중복되지 않을 논의 대상과 범위를 정하기가 쉽지는 않다. 사회생활 영역을 향해서 넓게 보든, 가족 · 친지와의 관계를 향해서 좁게 보든, 우리 삶의 현장에서는 ‘인간관계’가 그 시작이고 끝이기 때문이다.
‘꿈을 꾼다’는 말은 아직 현실이 아니라는 의미가 있고, 대개 요원(遙遠)한 목표라는 뉘앙스를 가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가 건강한 인간관계를 달성하는 것이 요원할까, 혹은 불교적으로 볼 때 건강한 인간관계라는 것이 요원할까. 평소 ‘행복’이라는 말을 쓰기가 왠지 망설여지듯이, 여기서 ‘건강’이라는 좋은 말도 오히려 마음에 걸린다. 요즘에는 건강염려증이라고 할 만큼, 마치 무쇠팔과 무쇠다리를 가진 로봇처럼 인생도 변함없이 강건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런데 불교는 생주이멸(生住異滅) · 성주괴공(成住壞空)을 가리키며 변하지 않는 것이 없음을 알리고 있다. 생로병사라는 물리적 변고 외에도 원증회고(怨憎會苦) 애별리고(愛別離苦) 구부득고(求不得苦) 오온성고(五蘊盛苦) 등 삶에서 기대 불만족인 상황들을 자세히 통찰하는 것이 깨달음의 길이라고 한다. 불교가 인간사에 대해서 갖는 보편적 정향이 이와 같으니, 과연 무엇이 건강한 인간관계라고 볼 것인가.
(이하중략...)
출처: 불교평론 [80호] 2019년 12월 1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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